비난이나 비판, 불평하지 말라.
*본 글은 인필로스 in:philos에서 발행한 글입니다.(링크)
개인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에 큰 욕구가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장기화된 코로나로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엄청난 욕구가 솟구쳐 지인들과 함께 온라인 모임을 기획해, 얼마 전부터 격주로 온라인 모임을 진행 중입니다.
온라인 모임은 우리 삶에 중요한 주제들을 토대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질문하는 형태인데요. 최근의 주제가 바로 ‘건강’이었습니다. 건강을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으로 분류하여 몇 가지 질문을 만들었고, 그중 하나가 이것이었습니다. ‘화내고 욕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이것에 대한 제 생각은 뒤로 미뤄두고, 모임 당시 벌어진 상황부터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원래 질문의 의도는 화내고 욕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화를 내고 욕을 하면 ‘나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라는 것이었는데요. 상황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정신 건강’이 아닌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 로 흘러가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의 입장에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흐름은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냥 그 상태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죠. 이에 대해 참가자들의 의견은 분명하게 갈렸는데요. 화를 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측의 주장은 ‘화를 냄으로써 나의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 ‘화를 내야만 말을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내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죠. 우리는 결국 그 사람에게 화를 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그런 줄 몰랐다.’라며 사과의 표시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실제로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께 혼나지 않아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우리를 크게 혼내신다고 해서 우리가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바뀌었나요?
화를 낸다고 해서 상대가 내 마음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분위기에 의해 사과를 할 뿐이죠. 오히려 화는 역효과를 가져올 때가 더 많습니다.
우리가 인간관계 속에서 화를 낼 때는 상대가 맘에 들지 않는 무언가를 했을 때입니다. 말의 내용은 비난과 비판이죠. 인간관계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저자 데일 카네기는 자신의 저서에서 ‘비난이나 비판, 불평하지 말라.’라고 말했습니다.
상사가 우리에게 화를 내며 비난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마음이 드나요? 말은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이 반성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다 있으니까요.
상사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화를 내고 비난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관계와 신뢰가 틀어질 뿐이죠. 우리의 행동 또한 상사가 원하는 대로 달라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요. 이처럼 관계 속에서 화를 내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를 내지 않고도 진심을 전할 수 있고, 화를 내지 않고도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긍정적인 영향은 ‘내지 않고도’가 아니라 ‘내지 않아야’ 가능하지만요.) 오히려 화를 내지 않았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죠.
물론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분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과 그것에 대해 대화할 때 화를 내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상대에게 방어기제가 생기게 만들어 소통에 장애물을 만들 뿐이죠. 오히려 분노의 감정은 내려놓고, 차분하고 우호적인 태도로 그 행동에 대해서만 대화를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말의 영향력을 높여줍니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성숙한 어린아이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