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오프라인에 있다.
*본 글은 인필로스 in:philos에서 발행한 글입니다.(링크)
유튜브 보시나요? 아마 유튜브를 보지 않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유튜브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유튜브는 우리가 검색하거나 본 영상을 토대로 우리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정확하게 추천해줍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이것만 보고 자야지.’하다가 어느새 2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리죠. 그렇게 다음 날 아침에 곤혹을 치릅니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나에게 적합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유튜브를 보며 편리하고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개인화로 인한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같은 세대 내에서 공유되는 공통된 무언가가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면 연예인이 그렇죠. 특정 연예인이 인기를 얻으면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사람도,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일면식조차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20대, 30대 사이에서도 말이죠.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고, 온라인에서는 나의 취향에 적합한 콘텐츠 또는 커뮤니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굳이 내게 맞지 않는 취향의 콘텐츠나 사람을 마주할 필요가 없죠.
문제는 온라인에서는 그것이 가능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우리의 삶은 오프라인에 있고, 우리는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저는 나와 다른 취향과 관심사를 갖고 있는 상대와도 원활히 대화를 나누기 위해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다양성에 대한 포용’입니다. 이 둘은 사실상 나눌 수 없습니다.
나와 다른 취향과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나와 맞지 않는다’고 표현하니까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커녕 관계를 맺는 것조차 귀찮습니다.
단순한 지인이라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굳이 친구가 될 필요는 없죠. 생각해보면 분명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인데도 친구인 사람이 있긴 하지만, 보통 친구라는 건 ‘어쩌다 보니 친해졌다’라는 느낌이니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 사람과는 어떤가요? 직장 내 동료라던가, 고객사의 담당자라면 우리는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화를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모임에 함께 참여하는 사람과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을 수 있나요?
우리는 열심히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일 얘기만, 모임에서 만난 사람과는 모임 얘기만 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래서는 표면적인 관계로 끝나고 말 겁니다.
서로 간의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이보다는 깊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표면적인 관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이럴 필요는 없겠지만) 그럴 때 우리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 필요합니다. 상대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대해 “그게 뭐야?”라고 질문을 하고 그것을 경청하는 것이죠. 그것이 나의 취향이 아니거나, 관심사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이런 태도를 갖춘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날 거라 생각합니다. 내 관심사나 취향이 아닌 것에도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그것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더욱이 많지 않습니다.
요즘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의 댓글들을 보면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을 가득 담은 댓글들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댓글 창을 보지 않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나와 다른 취향과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배척하고 타자화하기보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좀 더 기분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