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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P Oct 21. 2015

청춘의 감성과 감정의 기록이 사라진다

젊은 작가 이야기 02

“사회가 바라보는 젊은 작가에 대한 시선”


젊은 작가 이제야, 제가 그녀를 인터뷰 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그녀가 소위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작가와는 다른 이력 때문입니다. 문창과나 국문과 출신이 아니라는 점, 직장 생활을 하며 작가 생활을 하고 있고, 등단하기 전부터 책을 냈다는 점, 그리고 등단 후에 생활이 바뀐 게 없다는 점, 그리고 꾸준하게 글을 써서 20대에 벌써 3권의 책을 냈다는 것, 어쩌면 현실 지점에서 다소 객관적으로 ‘젊은 작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녀의 인터뷰를 통해 제가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은 책의 의미가 그저 ‘기능적인 독서’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몇몇 분들이 젊은 작가가 많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책을 읽지 않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봤는데요.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독서가 아닌 기록의 문제’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젊은 작가의 책과 이야기는 국가의 역사적으로도 중요하고, 개인의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2시간이 넘게 많은 질문을 주고 받은 이제야 시인과의 인터뷰를 하나의 목소리로 풀어서 썼습니다. 젊은 작가에 대한 시각이 이성적인 차원을 떠나서 여러분의 감성을 울렸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해봅니다. 같은 눈높이의 젊은 감성으로요!



 “감성과 감정을 잃고 표현하지 않는 시대”


저는 2011년에 <안녕 오늘>이라는 에세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권의 책을 냈고요. 2012년 등단한 이제야 시인(29세)입니다. 저는 24살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취업을 엄청 열심히 준비하고 취업난을 겪거나 이랬던 건 아닌데요. 좋아하던 것을 우연히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에 연결돼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제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일을 시작해 한 3년 동안 거의 친구들을 못 만났어요.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서 느낀 것이, 그동안  친구들이 무기력해지고 감정과 감성을 다 잃고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은 아, 내가 취업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서 취업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는 겁니다. 무한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감성적인 나이에 취업이라는 단어에만 갇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죠. 그때 제가 그 나이의 친구들을 통해 아니면 저를 통해 느낀 것이 우리 나이 때 잃지 말아야 할 표현과 감성과 감정들을 꼭 글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제 글에서 추구해 나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또래 친구들이 취업, 어학점수 등 몇 가지 주제 안에서만 대화를 나누고, 가령 문화면 문화, 공연부터 그것이 굉장히 사치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는 거예요. 물론 이해는 해요. 사회가 지금 청춘들이 살아가기에 힘드니까요. 그렇지만 이해되는 것과 아쉬운 건 좀 다르더라고요. 많이 안타까웠어요.


“글을 쓰는 게 다행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게 어쩌면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 생각에는 같은 나이 세대와 88만원 세대들이 변해가는. 어떤 사회적인 영향을 받은 개인의 상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연세대 김호기 사회학과 교수님이 쓰셨던 칼럼을 읽은 적 있었는데요. 사회구조가 만든 상처가 개인의 상처가 다 된다는 거예요.


물론 개인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가 만든 문제가 개인에게 전해져 결국 개인이 다 자기를 자책하고 자기를 자학하고 개인의 상처가 된다는 거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요. 학교 가면 친구들이 다 정말 도서관에 그냥 앉아 있거든요. 공부해야 할 것 같아서, 이제.


아님 불안하니까 뭘 하지 않아도 명확한 목표 없어도 취직을 해야 하니까. 그걸 굉장히 안타까워하시며 해석을 한 칼럼이었어요. 88만 원 세대라는 범주에 속해 있지만 그 넓은 폭을 벗어나, 좁지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제가 88만 원 세대를 건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저도 88만 원 세대일지 모르니까요.


“음악은 자유로운 것 같은데 글과 책은 장벽이 있다”


젊은 작가가 없는 건 한 나라의 미래를 잃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청춘과 젊음이라는 말은 아무에게나 붙이지 않죠. 책이 중요하다는 말은 하는데 나라의 자산이잖아요. 기록할 수 있는데 역사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느낌. 젊은이들이 글을 쓸 수 있게, 좀 더 많은 책을 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지만 글을 쓰고 있다는 그 이유로 또래 친구들에게 너도 나도 책을 써보자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책이라고 하니 거창한가요? 제가 말하는 책은 ‘청춘을 조금 더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글’이 책이라는 생각 때문이에요.


음악은 자유로운 것 같은데 글과 책은 장벽이 있어요. 우리가 만든 틀. 20대 인디밴드의 얘기는 공감을 하는데 젊은 작가에 대해서는 그대로 봐주지 않는 것 같아요. 인기 있는 젊은 작가가 등장하기도 어렵고 미성숙하다고 생각하죠. 음악을 들을 때는 20대 감성을 보는데, 책은 작품성과 작가를 보는 것 같아요. 음악은 길거리나 소위 버스킹하고 표현 할 곳이 많아요. 글은 잘 쓰더라도 SNS를 잘 못하면 표현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글이나 책은 인지도를 넓히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젊은 작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성숙”


젊은 작가를 미성숙하다고 바라 보는 사회의 큰 편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에게 할 수 있는 책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0대가 쓴 책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20대 취업의 어려움, 20대가 바라본 사회에 대한 책은 많아요. 그러나 20대를 찾아주는 진정으로 20대를 위한 책이 없어요. 아, 이런 게 ‘20대 DNA’구나 싶은, 그런 거요.


슈퍼스타K를 보면 음악을 하는 20대는 많잖아요. 노래를 하고 싶다는 10대~20대는 그렇게 많은데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은 20대는 없습니다. 다 숨어 있고 실체가 없죠. 20대 젊은 작가가 많지 않아도 그 시대 젊은이들의 기록과 감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20대의 좋은 글과 기록물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책을 내고 싶어하는 친구는 많아요. 저는 라디오 작가가 되는 꿈이 있었는데요. 꽁트나 오프닝을 따라서 쓰다가 대학 때부터 에세이를 썼죠. 글이 하나 하나 쌓이는 것이 좋았어요. 기억을 잊지 않는 것도요. 24살 때 모아서 출간 기획안을 써봤어요. 가제목도 쓰고 4군데에 투고를 했는데요. 돌아오는 답변은 너무 어리다. 더 커야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죠.


“내 글은 유치하구나, 상처를 받았어요”


처음 원고를 투고 했을 때 어떤 출판사 사장님이 메일을 보내서 좀 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느니, 문장이 어리다느니… 그 때 상처를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마음은 이해 가지만, 원고 조차 세세하게 읽지 않았을 거예요. 내 글은 유치하구나 상처를 받았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 생각의나무 출판사 주간님이 왜 나를 만나줬는지 모르지만 만나줬어요. 제 회사까지 찾아와주시고는 “자기도 그런 감성이 있다”고 말해줬습니다. 어떤 편집자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인연이었고 감성이 통했죠. 원고 수정도 거의 안 하고 일러스트 붙어서 <안녕 오늘>(2011/6/10)이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그때 그 주간님을 안 만났다면 지금도 책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변에 얘기하곤 해요. 첫 책을 내야 포트폴리오가 되니까요. 젊은 작가는 유치하고 세상을 알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너무 기대가 많았던지 고민했죠. 20대의 글로 봐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완벽한 것을 원했던 같았죠. 하지만 그 나이 감성을 기준으로 좋은 글인지 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등단한 20대 시인, 20대 소설가는 생각이 깊을 것 같고 그렇지 않은 20대는 생각이 어릴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아니지 않나요?


두 번째 책 <그곳과 사귀다>(2013/1/7)는 첫 책을 보시고 소담 출판사 편집자가 만나자고 했어요. 만나고 나서 편집자가 놀라더군요. 나이를 듣고는요. 프로필에 나이를 안 넣었는데 이유는 저자가 30대라고 하면 젊고 감각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대라고 하면 유치하다고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죠. 그래서 2번째 책에서는 나이를 넣지 말자는 의견을 냈고 편집자도 동의했습니다. 20대 작가는 어쩌면 우리사회에서 작가로 어중간한 나이로 인식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책 <그런 사람>(2015.4.15)은… 제가 소모 출판사 대표님을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거든요. 그래서 출판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뵙게 되었고 마음이 맞아서 책을 내게 되었어요. 세 번째는 정말 수월하게 만족스럽게 진행되었죠.


“개인적 의미도 중요하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이어진다는 것이 좋습니다. 세 번째 책 <그런 사람>이 나오고. 1달 후에 몸이 아픈한 독자로부터 메일이 왔어요. 그녀에게는 세상을 만나는 유일한 방법이 책이었고 힘든 몸을 이끌고 서점에 한번 나가는 게 행복이었죠. 근데 그때 제가 쓴 책을 만난 거예요. <그런 사람>을 보고 자기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일 수 있겠다면서 힘이 났다고 해요. 100명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이 보내주는 진심 담은 레터가 글을 쓰게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쓰는 이유가 책으로 밖에 만날 수 밖에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20대 작가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20대 작가가 나의 20대를 만나게 해줄 수 있는 거죠. 20대를 위한 힐링, 청춘이 키워드가 인기였는데 사실 저는 반대로 그들의 감성이 가장 야들야들할 때 힘내라는 책만 많을뿐 그들이 잃지 말아야 할 20대 감성, 반응할 수 있는 책은 정말 많이 없다는 게 아쉬워요.


“젊은 감성의 책이 필요하다”


연령대 별로 공감을 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한대요. 지금 책은 장르가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나이대 별로 필요한 책이 별로 없어요. 20대는 거의 힐링, 자기계발이 주류에요. 20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는 거의 없습니다. 힘든 것, 그런 거는 독서로 풀릴 수 없는 거예요. 감성과 감정의 터치를 통해 이겨나갈 용기를 얻는 것이지 솔루션이 아니죠.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다른 세대가 말해주는 거랑 다르죠. 20대가 쓴 20대를 위한 감성을 위한 책이 필요합니다.


중국에서 10~20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장하오천의 책 <지금 이대로 괜찮은 당신>도 그가 중국에서 유명 스타인 점을 차치하고도, 젊은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한국은 20대를 20대처럼 살게 두지 않아요. 출판사들이 글을 잘 쓰는 에세이스트를 고르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대 책은 많죠. 그런데 그건 20대가 살기 위한 거지, 20대다운 20대를 책을 통해 얻지는 못합니다.


“젊은 작가는 경험이 중요”


며칠 전 기사에서 읽은 오헨리 문학상을 수상한 한 미국의 젊은 작가의 스토리를 얘기하고 싶어요. 그녀는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경제적인 보상은 줬지만, 20대 초반에 세계를 여행한 경험이야말로 작가 생활에 토대가 됐다고 말했어요.


그녀는 모험을 하면서 나를 둘러싼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는 법을 배웠고, 미지의 세계로 기쁜 마음으로 뛰어드는 법도,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다시 돌아오는 법도 배웠고 합니다.  때로 물에 흠뻑 젖고, 추울지라도 시행착오를 하고 난 후에는 정신적으로 한뼘 더 성장했다고 말했죠.


“젊은 작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제가 20대 친구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러나 곧 20대에서 30대를 넘어가는 작가로서 제가 남기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제 30대의 감성은 20대의 감성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대 초반에만 해도 물병을 보면 꽃을 담을까, 학 알을 담을까, 물을 담을까 생각해봤는데 30이 다가오니까 그냥 ‘물병’으로 보이는 것처럼요.


하지만 저는 저의 20대를 다 남겼기 때문에 다 기억합니다. 책으로든 글로든. 이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대들에게 경험은 다 중요하지만 글로 남기는 게 중요합니다. 이 글을 본다면 기록을 남겨볼까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춘의 기록과 책이 왜 중요한지 고민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은 누구나 쉽게 올릴 수 있잖아요. 하지만 사진만이 아니라 “오늘 재밌었다.” 그 문장 하나를 쓰면 충분히 더 살을 붙일 수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수첩들이 하나씩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게 커져서 청춘의 기록이 많아지는 한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모든 청춘의 각자의 책에 1페이지를 장식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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