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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여행자 May 31. 2024

우동이 바닥을 보일 때쯤

외로움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2차가 끝나면 모임이 정리된다. 오늘 즐거웠어요. 다음에 봬요. 인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모두가 떠난 자리엔 밤이 아쉬운 사람과 온기가 그리운 사람이 남게 된다. 딱 한잔만 더해요.


대구에는 북성로란 이름을 단 우동집에 있다. 3명이면 우동 둘에 연탄불고기 하나가 국룰이다. 간혹 토스트가 있는 집도 있다. 대구에선 술자리에 배가 불러도 우동 한 그릇 들어갈 자리는 남겨 둘 것. 여유는 삶의 지혜다.


북성로 우동과 연탄불고기. 대구 우동집은 밤이 아쉬운 많은 사람들로 새벽까지 북적거린다.


빠알간 면기에 면과 어묵, 송송 썬 파와 김가루를 올린 다음에 뜨뜻한 국물을 붓는다. 빨간 고춧가루 한 스푼은 마지막에 흩뿌리듯 올려야 한다. 국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 후루룩 면을 친 다음 재빠르게 잔을 친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불향이 나는 고기 한 점을 먹고 다시 잔을 친다. 가끔 고기를 먹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날도 있다. 우동이 바닥을 보일 때면 흥건히 취한 사람가 등장한다. 좋아도 물러날 때가 있는 법이다. 취한 사람을 돌려보내고, 오늘 좋았어요.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사정으로 돌아선다.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느린 걸음으로도 한 시간이면 걸어올 수 있는 길을 걸으며 기억나는 가사 몇 마디를 흥얼거린다. 그리움은 나눠 가질 수 있지만 외로움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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