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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여행자 Jun 09. 2024

할미가 다음에 꼭 사줄게

2대째 지켜가는 50년 역사의 동네 중국집

원대동을 지나가다가 2대째 지켜가는 50년 맛집이라는 문구와 대영짬뽕짜장이랑 간판이 보였다. 보면 볼수록 궁금증이 커져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탁대여섯 개쯤 있는 작은 가게로 남편이 주방을 부인이 홀을 맡는 부부식당이다. 짬뽕, 짜장이랑 탕수육 소자 주세요. 이 가게의 메인 메뉴 시켰다.


머리가 희끗거리는 남편이 무심한 표정으로 주방에 들어갔다. 화아 하는 센 불소리. 덜그럭거리며 움직이는 웍 소리. 치이익 하는 기름소리. 속이 비치는 커튼 너머 요리하는 소리가 전해졌다. 영화 음식남녀에서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오프닝 시퀀스가 떠올랐다.


짬뽕은 상대편에 짜장은 내편에 탕수육은 공동경비구역에. 아참이라는 감탄사를 두고 돌아가서 사이다 한 병과 잔 두 개를 휴전선에 올려놓았다. 탕수육은 사이다랑 같이 먹어야죠. 서비스예요. 천천히 사이좋게 나눠먹으라 이야기였다.

정성들여 손질한 고기로 만든 탕수육과 옛날식 짜장

야채 잘게 다진 유니짜장 스타일. 후루룩 후루룩. 짜기 직전에 여백을 두고 물러난 부드러운 옛날짜장이다. 투박해 보이는 탕수육 한 점을 먹고 깜짝 놀랐다. 와아! 담백하고 과하지 않은 튀김옷. 에클레어에 올려진 맛있는 초코처럼 불맛 나는 지방이 살코기 위에 올려졌다. 쫀득하고 풍부한 지방의 맛이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애초에 신경 써서 손질한 고기맛이다.


옆자리에 외식을 하러 온 대가  앉았다. 짜장과 짬뽕 여러 개와 우리보다 훨씬 큰 탕수육이 나왔다. 그릇과 접시를 오가며 춤을 추던 젓가락이 멈춰 섰다. 식사를 끝내고 한참 동안 웃음꽃을 피웠다.


서로가 돈을 내겠다고 실랑이를 벌였다. 안아달라고 칭얼대는 손자에게 할머니가 눈길을 뺏긴 사이 딸이 계산대로 달려가 돈을 냈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가 손주를 붙잡고 이야기를 한다. 할미가 오자고 했데 엄마가 돈을 냈네. 다음할미가 맛있는 걸 꼭 사줄게. 이런 풍경이 있는 동네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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