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란 무엇일까.
“그녀는 ‘상형문자’라는 제목으로 몇 편의 시를 쓴 적이 있었다.
수수한 유머가 배어 나오기를 바라며 그녀는 썼다.
알파벳 소문자 a는 머리와 어깨를 앞으로 수그린 고단한 사람.
한자 光은 땅 아래로 뿌리를 뻗어가며, 땅 위로는 빛을 향해 피아오르는 관목.
우우우, 외치는 소리는 창틀 위에 나란히 맺힌 물방울들이 일제히 굴러 떨어지는 형태, 속눈썹 아래로 번지다 흐르는 눈물들의 움직임.” op.164
언어란 무엇일까?
나무위키를 검색하면 인간이 일반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체계를 의미하며, 음성 등의 청각적인 수단, 혹은 손을 비롯한 신체 부위를 움직이는 시각적인 수단을 사용한다.
주인공“그”와 “그녀”는 희랍어 문자로 처음 만났으며, “그”는 말로 “그녀”는 손바닥의 글씨로 언어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소통을 하게 된다. 순간 나는 멀쩡한 남녀도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른 입장과 생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기 힘든데, 눈이 안 보이는 남자와 말을 못 하는 여자가 만나면 어떻게 교감을 할까 이해할 수 없었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상대방을 관찰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언어적 수단이 달라도 서로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피로해지기 위해 걷는다. 이제 돌아가야 할 집의 정적을
느낄 수 없게 될 때까지, 검은 나무들과 검은 커튼과 검은 소파, 검은 레고 박스들에 눈길을 던질 힘이 남지 않을 때까지 걷는다. 격렬한 졸음에 취해, 씻지도 이불을 덮지도 않고 소파에 모로 누워 잠들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설령 악몽을 꾸더라도 중간에 잠에서 깨지 않기 위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까지 뜬눈으로 뒤척이지 않기 위해 걷는다. 그 생생한 새벽시간, 사금파리(사기그릇의 깨어진 작은 조각) 같은 기억들을 끈덕지게 되불러 모으지 않기 위해 걷는다.”op.90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어떤 이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통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 오롯이 스스로 감뇌하면서 사는 삶은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이 되었다.
“여자의 긴장한 숨소리를 남자는 분명하게 듣는다.”
“허공을 더듬는 그의 눈길과 긴장한 입술을, 밤이 깊어 연하고 푸릇한 수염이 돋기 시작한 턱과 뺨 언저리를 그녀는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 얼굴을 이루는 선과 점들 속에 해독해야 할 부호나 상형문자 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그 얼굴을 간결한 필선으로 옮겨 그리는 것만으로 몇 마디 조용한 말이 드러날 거라고 믿는 거처럼.”
그는 그녀를 그녀는 그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미묘한 변화를 읽어낸다.
관심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귀찮다는 이유로 나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을 너무 소홀이 바라보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는 희망한다. "희랍어 사전"의 두 주인공 '그'와 '그녀'가 마지막에는 서로에 힘이 되어 즐거운 인생의 결말을 맞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