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둬야 할 태풍 & 폭우 경보
이번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일인 7월 1일 전날, 비바람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홍콩 천문대가 태풍 8호(T8)를 발효했다. 올해 첫 태풍 8호였다. 다음날 먹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태풍 경보 속에서 오전에 진행된 기념행사는 무사히 끝마쳤다. 당일 오후 일부 지역에서 강한 비바람에 나무가 쓰러졌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지만,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홍콩에서 약 300km 떨어진 해역에서 태풍으로 인하여 승무원 30명을 태운 선박이 침몰했고, 선원 대부분이 여전히 구조되지 못했다는 뉴스 보도였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는 태풍 시즌이다. 특히 7~9월은 태풍 피크 시즌으로, 한 해의 태풍 중 절반 이상이 이때 온다. 태풍이 홍콩에 직격타로 오는 경우는 흔하진 않지만, 홍콩이 아무래도 바다와 인접한 도시다 보니 태풍이 근접하기만 해도 많은 재해가 발생한다. 특히 섬이나 바다 인근에 살기라도 하면 그 피해 정도는 더 심각하다. 위력이 강한 태풍이 오면 등교와 출근을 하지 않고, 모든 기관과 시설들을 문을 닫는다.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며, 항공편도 결항되어 관광객들이 공항에 고립되기도 한다. 세계 주요 금융 허브인 홍콩의 주식 시장도 개장하지 못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아침에 비바람이 심상치 않으면 혹시라도 폭우 경보나 T8 경보가 떴을까 싶어 눈 뜨자마자 뉴스를 틀었다. 황색 폭우 경보나 T1 경보가 떠 있으면 아쉬운 마음에 등교 준비를 했다. T8가 떴으면 등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나 다시 침대로 뛰어들어가 늘어지게 잠을 잤다.
한 번은 태풍 8호가 발령되어서 출근하지 않고 집에 머물렀는데, 어느 순간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당시 살던 아파트가 바다에서 멀지 않았고 47층이라 꽤 높았는데, 가만히 앉아서 허공을 주시하니 강한 바람에 건물이 미세하기 흔들렸던 것이다. 새삼 태풍의 위력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됐다.
홍콩 태풍 경보는 T1, T3, T8, T9, T10까지 총 5개가 있다. T9나 T10은 매우 드물게 발효된다. 가장 최근에 홍콩을 강타했던 T10은 지난 2018년 9월 태풍 망쿳 때였다. 당시 고층 건물의 창문이 깨지고, 커튼이 비바람에 창밖으로 휘날리는 영상이나,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가 뜯겨나가는 영상, 사람이 강한 비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휩쓸려가는 영상들이 소셜미디어를 도배했을 정도로 홍콩 역사상 가장 파괴력이 강한 태풍 중 하나로 기록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태풍을 말하라면 당연히 태풍 망쿳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가장 무서웠던 태풍이었다.
홍콩 태풍 경보 시스템은 1917년에 도입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총 5단계의 경보 시그널이 있다. 숫자가 커질수록 태풍의 강도가 더 세다.
홍콩은 국지적 호우(스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태풍 경보 시스템 외에도 폭우 경보 시스템도 있다. 폭우 경보 시스템은 황색(Amber), 적색(Red), 흑색(Black) 경보, 3단계로 구분돼 있다.
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있을 경우, 태풍 경보나 폭우 경보가 떴을 때 아이를 등교시켜야 할지 가장 헷갈리는데, 가장 정확한 것은 홍콩 교육국(EDB) 또는 학교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EDB의 별도 공지가 있지 않는 한, T1 태풍 경보 또는 황색 폭우 경보가 발령되어도 정상 등교한다. 그러나 T3이 발효되면 유치원과 특수학교는 휴교된다. 적색 또는 흑색 폭우 경보나 T8 이상의 태풍 경보가 발효되면 학교와 모든 관공서 그리고 직장 업무가 중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