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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숨 Nov 15. 2024

개인취향존중

너와 함께 성장하는 나

언젠가부터 사소한 것으로 싸우기 시작한 삼 남매..

한 뱃속에서 태어났는데 삼인삼색 아이들이 예민한 시기와 겹치니 다투고, 다투고, 다투고...

자기의 이야기가 맞다고 하면서 자신과 다른 행동이나 말을 하면,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삼 남매의 다채로운 색깔을 잠시 소개하자면...     


<아플 때>

독감으로 아이들이 잘 못 먹고, 고열에 시달릴 때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입으로 먹을 수 만 있다면 수액을 맞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이온음료를

수시로 마시도록 해서 아이들이 탈수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온음료를 잔뜩 사 와서 아이들에게 마시게 했다.


이온음료수가 담긴 물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첫째가

“ 엄마.. 나 고기 먹고 싶어.”

“ 응? 고기?? 수빈아 목이 많이 부었는데 먹을 수 있겠어?”

“ 응. 나 고기”

“ 어떤 고기 먹고 싶은데??”

“ 그냥 고기...”

“ 알았어 그럼 소불고기 해줄게”

“ 응 ”

     

맛있게 소불고기와 밥을 먹는 너를 보며

‘휴... 다행이다.. 잘 먹네.. 금방 털고 일어나겠네’

안도했다. 그렇게 첫째는 먹고 싶던 고기를 먹은 후

언제 아팠냐는 듯이 독감을 훌훌 털고 일어났다.

(물론 처방받은 약도 빠지지 않고 먹었고, 이온음료도 수시로 마시게 했다)


첫째의 열이 떨어지자 둘째가 열이 오른다.

역시나 이온음료를 주며

“ 마루야! 뭐 좀 먹어야 기운 차리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나 딸기... 딸기 먹고 싶어”

“ 딸기?, 딸기 말고는 없어?”

“ 응. 딸기”

" 알았어. 딸기 사러 다녀올게"


부랴부랴 농협에 딸기를 사러 간다.

다행히 2월이라서 딸기가 있었다.

500g 4팩을 사 와서 한팩은 닦아서 마루에게 주고, 한팩은 첫째와 막내에게 나누어 주고,

나머지 두팩은 마루 열이 떨어질 때까지 먹일 일용할 양식으로 남겨두었다.

역시나 힘들어 입맛이 없다던 마루는 딸기 한팩을 순삭 한다.


열이 나고 아프니

엄마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서인지

아이들은 끙끙 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복했고 어딘가 모르게 큰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막내...

누나와 형아가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독감에 걸려 겔겔 거리는 다복이.

백일 때부터 호흡기 질환으로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아이.

그래서 집에는 네블라이져, 컵핑컵, 처방받은 호흡기 약들이 상시 대기 했다.

정말 한 발의 차이로 입원을 하거나 안 하거나 했었다.


또 입원할까 덜컥 겁부터 난다.

" 다복아 뭐 먹고 싶어?"

" 수박 "

" 수박? "

" 응 수박 "

역시나 수박만 찾는다.     

이 겨울에 수박을 어떻게 하지..ㅜ . ㅜ


농협에 없으면 주위 마트들을 순회하리라 마음먹고 집을 나선 후 서둘러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농협으로 향한다.

" 있다! "

다행히 하우스 수박이 농협에 있었다.

다만, 아주 사악한 가격이 웃으며 날 반긴다.


‘ 저렇게 작은데 29,000원이라니.. 맛도 별로 일 텐데.. 어쩔 수 없지...’

울며 겨자 먹기로 수박 한 통을 집어든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으니....     


<음식 호불호>

* 못 먹는 음식은, 수빈(1번)-우유&수박, 마루(2번)-새우(알레르기), 다복이(3번)은 그다지 없음.

* 안 먹는 음식은,

1번-가리는 것 없이 잘 먹으나 야채 잘 안 먹음

2번-피자(이제 좀 컸다고 가끔 한 조각 먹는 정도), 해산물

3번-해산물   

  

< 음식에 진심을 담아 >

* 1은,  모든 음식에 진심으로  새로운 과자가 나와도 모험을 하면서 먹어본다.

* 2은, 엄마밥에 진심으로  엄마밥이면 무조건 OK.

 김에 밥만 먹어도 일단 엄마밥을 먼저 외치고 보는 아이.(고마워 아들^^)

* 3은, 배달음식에 진심으로 일단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고 본다.  편의점에서도 본인이 먹고 싶은 거를 심혈을 기울여 고른다.

어제는 치킨, 오늘은 피자, 내일은... 떡볶이?    

 

< 양치를 했는데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1은, ‘아.. ’ 고민하는 듯하다가 일단 먹는다.

2은, 양치를 다시 하기 싫어서 안 먹고 패스.

3은, 무조건 먹고 양치는 나중에 하든지 말든지..          


< 옷이란? >

 1은, 나를 표현하는 일부분

 2은, 무조건 편해야 하는 것

 3은, 자기만의 느낌적인 느낌이 느껴져야 하는 것     



매번 내가 옷을 사다 주거나, 한 명씩 데리고 나가서 사거나 아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서 아이들의 옷을 샀었다.


그날은 아이들도 제법 컸으니 괜찮겠다 싶어서  옷을 사러

처음으로 세 아이 모두를 데리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했다.


수빈이는

아울렛 안의 매장을 한 바퀴 돌아 보면서 진열된 옷들을 쫘~~~ 악 스캔 하더니 자석에 이끌리듯 끌리는 옷으로 향해 색상이나 디자인 보고 입었을 때 크게 불편함 없고,

자신의 얼굴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는지 별 고민 없이 구매했다.     


마루는 

일단 청바지 면바지 등 본인이 생각하기에 불편하다 느끼는 옷들은 다 패쑤.

티셔츠는 일단 편안해 보이는 것으로 고른 후 본인 치수보다 한 치수 이상 큰 옷을 입은 뒤 양팔을 앞뒤 양옆으로 마구마구 움직여 본다.

바지는 트레이닝복에만 시선을 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편안해 보이는 옷을 골라 입은 후 앉았다 일어났다를 여러 번 반복한 후에야 불편함이 없는 옷으로 선택했다.

      

마지막 다복이 차례!

일단 특이한 디자인의 옷(단색이 아니라 여러 색이 섞인 옷, 디자인이 범상치 않은 옷)을 살펴본다.

여자아이 티셔츠를 모아 놓은 곳에 진열된 티셔츠가 마음에 들었는지 옷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드디어 픽!

픽 한 옷을 상체에 대고는 거울을 보며 요리조리 전체적인 핏을 살펴보고 마음에 들어야 입었다.

그런데..

입어보고 밑단길이가 너무 짧아서 out!

너무 여성스러워 보여서 out!

옷의 발란스가 전체적으로 부자연스러워서 out!  

생각했던 느낌이 아니라서 out!   


“ 다복아! 여기는 여자 아이들 옷 파는 곳이야. 다른 곳에서 골라보자”

“ 난 여기가 맘에 드는데?”

“ 근데 옷이 짧아서 배꼽 기준 길이잖아”

“ 그렇긴 하네! 알았어”     


남자아이들 옷 중에서도 한참을 살펴보다가 알록달록 염색을 해놓은 듯한 색감의 옷을 집어든다.

이리저리 대보고 살펴보고 입어보더니 OK!     

막내는 티셔츠 한 개만 샀는데 세 아이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서야 옷을 살 수 있었다.


어쩜 옷을 사도 제각각인지...

이제 오프라인매장은 다 같이 오지 말아야겠다. 내가 적당히 사야지..... 와... 힘들어..”          


이렇게 삼인삼색이다 보니...

" 너는(누나는, 형아는) 왜 그래?

네가(누나가, 형아가) 이상한 거야" 부터 시작해서

" 내버려두어라... 내 맘이다" 등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 얘들아 배고프면 우유랑 콘푸로스트 먹어"

" 네"

쪼르르 사랑스러운 삼 남매가 식탁에 모인다.

각자 그릇에 자기 방식으로 먹을 준비를 한다.


“ 누나는 왜 콘푸로스트를 그냥 먹어? 그건 우유랑 먹어야지?”

“ 먹으면 체해”

“ 누난 이상하다. 우유 맛있는데 왜 체해?”

“ 우유 못 먹는 거랑 이상한 거랑 뭔 상관이야?”          

" 야 너는 왜 티스푼으로 먹냐? 큰 수저로 먹어야지 "

" 내 맘이야!!!"


치킨을 먹는 날이면,

“ 치킨은 날개가 맛있지”

“ 엥!? 날개보단 퍽퍽한 게 가슴살이지.”

“ 뭔 상관?”

“ 뭐래. 어쩔티비 저쩔티비”

“ 야!!!!!!!! ”

" 왜!?"     

" 누나가 뭔데 참견이야 "

" 그러는 너는 뭔데 참견이야 "


무슨 팀전도 아닌데 이럴 때면 꼭 2:1로  편을 먹고 한 명을 공격한다.

팀전술(상황)에 따라 팀은 자주 바뀐다.

그러다 보니 서로 참견하다가 싸우고, 울고..다투고, 삐지고...


" 야!!!!!!!!!!!!"

지켜보다가 버럭 소리를 질러본다.

순간의 정적...


" 너네 셋다 똑같아. 서로 기분 나빠하면서 왜 그리 참견이야?"

"............................"

"............................"

"............................."

" 앞으로 개인취향존중』해!! 알았어??"

" 네... "(우물쭈물 거리며 어쩔수 없이 하는 대답)

" 똑바로 대답 안 해??  

지금부터 나랑 다르다고  아무 말도 하지 마!

참견하지 마!  그냥 인정해! 알았어?"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개인취향존중 은 우리 집의 가훈 아닌 가훈이 되었다.

물론.. 지금도 싸운다.

다만,  다툼이 과열되기 시작하는 순간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개인취향존중! "

" 내 취향 존중해줘!" 라고...

 

우리 집에 나름의 평화를 가져다준 개인취향존중..

내가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나도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부지런히 알려주면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즈음엔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나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

내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오늘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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