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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숨 Nov 08. 2024

은인 2 - ing

너와 함께 성장하는 나

30년 만에 태어난 아이.

60년 만에 태어난 여자아이.

그래서 시부모님은 수빈이를 너무나 사랑스러워하셨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위험한 것은 뭐든 시도조차 못하게 했다.

그림은 오로지 스케치북에만 그리게 했고, 가위질은 손가락을 다칠까 봐 못하게 했으며 외출할 때도

시부모님의 사랑으로 하늘 위를 걸어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자라다 보니 시기마다 발달해야 하는 근육들이 발달하지 못했고, 아이는 성장하지 못했다.

5살에 한글을 떼어 술술술 읽고 발표는 잘했지만,

글씨 쓰는 연습을 안 해서 글씨체는 매우 알아보기 힘들었고,

가위질을 포함한 만들기를 하지 못하였으며,

자를 대고 그리는 선조차 삐뚤었다.     

‘와... 어쩜 이러지? 미술학원을 보내야 하나?’



    

여전히 뭔가 어설프지만 그래도 제법 본인의 머릿속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시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따뜻한 원장님.

그렇게 시작된 원장님과의 인연이 벌써 7년째가 되었다.


미술학원 원장님은 쾌활하시고 화통하신 분이다.

ISTJ(나의 MBTI)가 감당하기 힘든 ENFP 딸과 잘 통하시는 분이기도 했다.    

 

밴드부 보컬이었던 아이의 공연 영상을 보고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공연했는데 봐줄래?”

“ 목에서 쇳소리가 나, 배에 힘을 주고 불러야지. 진성 가성 차이가 너무 많이 나잖아...”

노래를 배워본 적 없는 나는 오늘도 아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김없이 지적질을 한다.     


원장님, 저 오늘 공연했는데 봐주실래요?”

“ 어~머! 수빈아, 어쩜 노래를 이렇게 잘하니?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얼마나 떨리는데

정말 대단하다. 너무 잘했어! 예뻐! ”

“ 근데 실수해서 음정이 좀 나갔어요”

“ 어머머, 실수 좀 하면 어때? 공연을 준비하고 공연을 했다는 게 대단한 거지! 괜찮아! 잘했어!”  

        

친구들과의 트러블이 있으면

엄마, 나 오늘 OO 때문에 짜증 났어, 괜히 나한테 짜증 내고 그러잖아”

“ 수빈아.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거야, 네가 무언가 원인제공을 했겠지. 잘 생각해 봐”          



원장님 저 오늘 OO 때문에 학교에서 너무 짜증 났어요, 괜히 저한테 짜증 내고 그러는 거 있죠?”

“ 어머! 나쁜 지지배네! 우리 수빈이가 얼마나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데, 걘 왜 그런다니?”          




어느 날 미술학원 원장님과 통화...

“ 원장님 안녕하세요”

“ 수빈이 어머니 안녕하세요(웃음)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 네. ”

“우리 수빈이가 너무 정도 많고 예뻐요. 처음에 미술학원에 와서 그린 그림을 보고 사실

 ‘ 아... 얘는 가르쳐도 안 되겠구나.. 마음으로 품어줘야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가 마음은 정말 잘 그리고 싶은데 손이 안 따라주니까 답답해하는 거 보고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천천히 가르쳤어요.

  ‘안 돼도 괜찮아. 느려도 괜찮아. 할 수 있어’ 하면서요..

  그랬더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금 보세요. 정말 잘 그리잖아요!!

  제가 얼마나 뿌듯한지 아세요?”     

“ 원장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원장님 아니셨으면 이렇게 나아지지 않았을 거예요”

“ 아이가 정말 예뻐요. 얼마나 정이 많은지 처음 학원에 올 때부터 항상 예쁘게 인사하고,

  별거 아니지만 힘내라고 사탕 1~2개씩 꼭 주고 가요. 감사하다고 방긋 웃어주고..(호호)

  저는 아들만 있어서 그런 곰살맞은 거 못 느끼고 키웠는데 우리 수빈이가 곰살맞게 굴어서

  너무 예쁘다니까요.”(호호호)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었다.          

 아이 가방에는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사탕, 젤리, 과자 등등

 항상 작은 간식들이 들어있는데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사탕 1~2개씩 나눠주곤 했다.

 물론 우리 가족에게도..

 

 난 그 모습을 보면서..     

‘ 대체 왜 그럴까..!?  사탕 1~2개 준다고 고맙게 생각도 안 할 텐데.’

당이 부족하다 몸에서 신호를 보낼 때면 사탕이나 초콜릿 있냐고 묻고 달래서 먹을 뿐

아이의 행동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원장님과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뭘 놓치고 있나?’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가 외계인이 되어 나와 매일 싸울 때도

유일하게 아이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신 원장님.

자신과 너무 다른 엄마를 만나 말 그대로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을 딸에게

그저 위안과 안식처가 되어 주셨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아이를 보게 해 주시고

조언을 주신다.     




고등학교에 입학 후 아이는 급격히 어두워졌다.

본인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친구 관계를 힘들어하던 그때로 아이는 회귀했다.     


어느 날 손등에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에 긁힌 상처... 아니.. 일부러 긁은 상처였다.     

“ 손등 왜 그래?”

“ 그냥 긁혔어”

“ 뭐에 긁혔는데?”

“ 몰라.. 긁힌 지도 몰랐는데 보니까 이렇게 되어있었어”

“ 그래?? 알았어. 소독하고 연고 잘 발라”    

 

일주일 뒤.

손등 상처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손등에 연고 잘 바르고 있어?”

“ 응”

“ 근데 왜 더 심해진 거 같아?”

“ 몰라”          

후......


분명히 입학하고 잘 적응하는 거 같았다.

중학교 친구들 몇몇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2주 전 학부모 상담주간에 담임선생님과 상담할 때에도 특별한 건 없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친구 문제로 힘들어했었고,

중학교에서도 그 아이들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어했기에

난 항상 공부보다는 교우관계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물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 또 친구랑 사이가 틀어졌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후...’  

   

집 앞 편의점에 가는 길에 딸아이와 같은 학교 학생들의 하굣길 대화를 듣게 되었다.

“ 나 학교 그만둘까?”

“ 아니, 그냥 뒤져”

“ 나 너무 힘들어. 그만하고 싶어”

“ 그러니까 그냥 뒤지라고, 이번 생은 틀렸어”

“ 아니.. 나 힘들다고.. 자퇴하고 독학하면 되지 않을까?”

“ 아니! 그냥 지금 저 차에 들이박고 뒤지면 돼”     


뭐!!!?

심장이 쿵쾅거리고 순간 어지러웠다.

왜 그런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다.

아이는 학교생활이 힘들다고 말하는 거 같았다.

그런데 친구도 힘든지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한 채 서로 각자의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 이게 맞아? 도대체 왜? ’

‘ 수빈이도 학교생활이 저렇게 힘든가? 그래서 얼굴색이 어두워져 가나?’     


오전에 미술학원 원장님과 통화했던 게 떠올랐다.

“ 어머니 바쁘시죠? 잠깐 통화되세요?”

“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 네 저야 뭐 잘 지내는데.. 수빈이 별 이야기 안 해요?

  요새 너무 표정이 어두워서 물어봤는데 학교에서 친구랑 오해가 생겨서 싸웠다네요.

  그래서 불라 불라 불라.....................”

“ 친구랑 다툰 건 알고 있었는데 자세히는 몰랐어요.”

“ 아.. 혹시나 어머님이 모르실까 봐 제가 살짝 알려드려요. 우리 수빈이 많이 속상해했어요”

“ 전화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퇴근하고 이야기해 볼게요 ”     


엄마에게 말을 못 하는데 역시 마음을 보듬어 주시는 원장님께는 자세히 털어놓는구나!’     

아이가 나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보다 원장님께 털어놓은 것에 그저 감사했다.


원장님을 알게 되어 이렇게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것.

미술학원 원장님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관계로 지낼 수 있는 것.

부모가 아님에도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시고 걱정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을 만난다는 것.

이 모든 것에 그저 감사했다.     


학원을 마치고 11시쯤 집으로 아이가 왔다.

“ 너 엄마랑 얘기 좀 해!”

원장님과 통화하면서 아이에게 좀 더 공감해 줘야지. 다그치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아이를 보는 순간 내 다짐은 온데간데없다.


“.........”

“ 대체 왜 그러니? 너 2 주전만 하더라도 별문제 없다고 했잖아.   손등 손톱으로 잡아 뜯었어?

“ 아닌데? 내가  왜 ?”

“ 엄마가 보면 모르니? 저번에는 그냥 모른 척했는데 상처가 더 심해졌잖아. 저번에도 이번에도 손톱으로 잡아 뜯은거잖아?”

“ 아니라고!!!!!! 내가 아니라잖아!!”

“ 야! 내가 상처 보면 몰라? 그게 어딜 봐서 긁힌 상처야?

“.............”

“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여전히 아이는 침묵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내게 이야기해 줄까...

     

‘원장님께는 잘 털어놓으면서... 엄마한테는 언제 털어놓을 거니..?’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집어삼켰다.    

 

한참 침묵이 흐른 뒤 아이가 무겁게 입을 뗀다.

“ 엄마, 애들이 나 이상하게 쳐다봐.”

“ 그게 무슨 말이야?”

“ 내가 수학 시간에 모르는 문제 있어서 수학 잘하는 친구한테 물어봤거든.

  근데..  ‘ 뭐야.. 저렇게 쉬운 문제도 못 풀어?’라고 수군거리며 쳐다봐. 너무 속상해”

“ 뭐....!?”    



2 여름방학부터 수학 과외를 했었다.

(학원을 안 다녀 봤기에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이 없었기에.)

과외를 받으면서 중3 졸업즈음에는 성적이 많이 올랐다.     


고등학교 입학 전 1월부터 과외를 그만두고

영어, 수학학원을 바로 등록 후 다니기 시작했는데

영어는 학원 선생님과 궁합이 어느 정도 맞았는데 수학은 선행이 되고 있어서 버거워했다.

한 달을 다 채우지도 못한 채 수학학원을 그만두고 인강으로 일타강사 강좌를 들으며 독학을 시작했었고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인강은 상호 간의 피드백이 안 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물어볼 때마다 주변 친구들의 시선에서 오는 압박감과

낮은 자존감에 우울과 불안이 생겼던 모양이다.     

그렇게 불안정한 감정으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도 싸웠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실타래 끝을 찾아 풀어야 하나..

막막했다.     

공감을 해줘야 하는데.

사실 공감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 엄마! 내 말에 공감 좀 해주면 안 돼?”라며 세 아이 모두가 이야기를 하는데..

 내 공감 방식이 아이들에게 닿지 않나 보다.

나는 열심히 공감한다고 하는데 아이가 느끼기에는 공감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도 답답한 마음에 원장님과의 대화들을 씹어본다.




아이의 유일한 해방구 미술학원!!

미술 실력을 늘리기보단 아이의 큰 숨을 위해 지금도 미술학원을 보낸다.

고등학생이라서 학업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하지만..


아이가 해냈다는 첫 성취감을 맛보게 해 준 공간에서

자신의 머릿속 그림을 손으로 끄집어내어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유일하게 자신을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어른이 있고,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원장님이 계신 안식처 미술학원!


" 수빈아! 미술학원이 좋은 거야?  원장님이 계신 미술학원이 좋은 거야?"

" 당연히 원장님이 계신 미술학원이 좋은 거지!

   내가 그렇게 그림을 못 그렸는데 지금은 좀 그리잖아?  이렇게 자신감도 생긴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도 마음껏 그리면서 원장님과의 핑퐁 하는 게 좋아. (호호호)"


아이에게 마음의 어둠이 걷히고 밝은 햇살을 비춰주신 분.

내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아이 마음에 가득 채워주시는 분.

그런 분이 수빈이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하다.


우리는 이야기한다.

사람의 인연은 친구와의 관계가 전부는 아니라고

이렇게 너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분이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 너는 축복받은 아이라고

그러니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마음의 진통으로 힘들겠지만,

조금 덜 아파했으면 좋겠노라고..


*** 조 OO 원장님 감사합니다!!

     원장님께서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토닥여주시고  이야기 들어주시고,

     곁에 계셔 주셔서 우리 수빈이 마음의 고비들을 지혜롭게 넘어가며 예쁘게 성장하고 있어요.

     원장님 말씀처럼 우리의 인연은 쭈~~~ 욱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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