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쌤~ 혹시.. 아직도 수빈이 아이유 좋아해요? 아이유 콘서트에 친구들이랑 가려고 콘서트 예매했는데 운 좋게 3 연석 성공 했거든요.. 근데 나 아무래도 코로나19 같아요ㅜ.. 목이 너무 아프고 열도 나서 콘서트를 갈 수 없는데 수빈이가 아이유 좋아하는 게 생각나서 연락했어요.. 혹시 수빈이 콘서트에 갈 수 있어요?』
카톡을 확인하는 순간 손이 떨려왔다.
아이유를 7살부터 좋아했고,
팬 사인회나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내 여력으로는 들어줄 수가 없었기에...
며칠 전...
“엄마! 나 아이유 콘서트 정말 가고 싶어요. 이번에 3년 만에 콘서트 하는데 여성 솔로가수 최초로 잠실 주 경기장에서 한데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저도 가고 싶어요. 가면 안 돼요? 가고 싶은데...”
“ 수빈아! 아이유 콘서트는 네가 어른이 되고 나서 가자. 티켓 성공도 힘든데.. 어떻게 가고 올 거야?
네가 혼자 다닐 수 있을 때 친구랑 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단 현실적인 말들로 상실감을 선물했었다.
그런데..
‘아이유 콘서트를 갈 수 있다고?’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얼른 전화를 걸었다.
(쉰 목소리를 넘어 갈라지고 안 나오는 목소리로)
“쌤~ 목이 너무 아프고.. 목소리가 잘 안 나와요. 수빈이 갈 수 있어요?”
“ 어렵게 티켓팅 성공 했을 텐데 정말 수빈이가 가도 괜찮아? 나도 수빈이도 아이유 콘서트 갈 수 있으면 넘 감사하지.. 아! 근데 혹시 평일이야? 주말이야?”
평일이면 아이 혼자 버스로 가야 할 상황도 대비해야 했기에 물어봐야 했다
“ 날짜는 내일모레 저녁 토요일 7시,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 경기장 이구..
수빈이가 간다고 하면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콘서트 잘 보고 나올 수 있게 이야기할게요.
티켓을 취소할까 생각도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아깝고.. 수빈이가 간다고 하면 내가 못 가도 난 괜찮을 것 같아요”
“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아이유 콘서트 얘기 하길래 안된다고 했었는데... 정말 고마워!!!
티켓비용은 내가 보내줄게! 티켓 값 얼마야!? 내가 콘서트를 안 다녀봐서 몰라서...”
“아니 아니~ 쌤~ 제가 수빈이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정말 수빈이가 가주면 전 오히려 고맙죠.
갑자기 말한 건데.. 그리고 혹시나 쌤 부담스러울까 봐 이야기하는 건데 좌석이 이층이라서 별로 안 비쌌어요”
“ 아... 정말!? 고마워! 다 나으면 내가 맛있는 밥 사줄게!! 수빈이 엄청 좋아하겠다. 정말 고마워!!
몸조리 잘하고.. 고마워!!”
고맙다는 말 외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이가 그토록 원했던 아이유 콘서트 직관이라니... 엄청 좋아하겠지???’
“ 수빈아.. 너 아이유 콘서트 갈 기회가 생겼는데 갈래?”
“어!! 진짜!!?? 갑자기!!?? 어떻게!!???”
눈이 곧 튀어나올 듯이 휘둥그레 커지며 상기된 얼굴로 내 입을 바라본다.
"그게... 쎄미샘이....불라불라불라~~~~~"
“꺄~~~ 악!!! 진짜!? 진짜!? 진짜지!??? 와~~~~!!!!!!!!!”
“엄마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를 와락 껴안고 한참을 펄쩍펄쩍 뛴다.
“나중에 쎄미샘한테 감사하다고 꼭 인사드려!!”
“응!! 당연하지!! 아... 이거 꿈 아니지? 진짜 가는 거지???”
"버스시간을 알아봤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엄마가 운전해서 갈꺼야. 좀 일찍 출발하자"
" 응!! 대박!!!! "
‘저녁 7시 공연이니까 여유 있게 오전 9시에 출발해서 도착하면 잠실 구경도 좀 하고 맛있는 점심도 같이 먹어야지. 오래간만에 딸램과 데이트하지 뭐!’
딸램은 유애나처럼 한다며
사탕, 과자 등을 포장하며 손 편지로 공연을 잘 보라는 문구를 적어 20개 정도 과자꾸러미를 만들었다.
공연을 보러 온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나...?
'그래... 이해는 안 되지만 네가 좋다면야.. 오케이!'
같이 공연을 보게 될 처음 만나는 쎔의 직장동료 친구들의 간식까지 야무지게 준비하고는 평소에 스스로 잘 일어나지도 않던 아이가 새벽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오전 9시 출발..
‘헉...’
동서울 톨게이트도 못 갔는데 차가 막힌다... 그것도 엄청 많이...
‘아! 서울은 항상 막히지... 그래도 뭐... 괜찮아!
일단 잠실 주 경기장에 주차하고 대중교통 이용해서 잠실 구경 다니고 점심은 맛있는 거 사 먹으면 되니까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양재대로부터 잠실종합운동장까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도착 예상시간을 훌쩍 넘어서야 겨우
목적지인 잠실 주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실투어에 맛있는 점심을 생각했던 것은 나의 큰 오산이었다.!!
2022 IU CONCERT < The Golden Hour: 오렌지 태양 아래>
2022.09.17.(토) 19:00 공연..
“와... 이게 뭐야?”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와~~ 엄마! 이미 굿즈 받고 있나 봐. 내가 검색해 봤는데 이벤트 해서 굿즈 받을 수 있데!”
“굿즈는 또 뭐야....??? 줄 서서 받는다고? 아직 공연시간 한 참 남았는데?”
“ 그러니까. 아이유언니와 관련된 물건을 주는 거야”
“ 오늘 내가 사고 싶은 굿즈 품절되면 안 되는데...”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빼곡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콘서트를 처음 가본 나로선 너무 당황스럽고 낯선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서울 구경은 물 건너갔구나. 여기에 공연 시작 전까지 있어야겠구나..’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빈자리를 겨우 찾아 주차하고 차에서 내린 후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그날 잠실에서는 아이유 콘서트 외에도 엔하이픈, 스키즈, 청년의 날 콘서트도 있었고,
한화이글스 vs LG트윈스의 야구 경기도 있었다.
정말 인파의 위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화장실도 줄 서서 30분은 기다려야 했고, 심지어 편의점에서 물을 사려고 해도 한 줄 기차로 이동하면서 물건을 집고 나와 계산을 하는 방식 있었다.
딸램 덕분에 신세계(?)를 경험하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람들이 왜 줄을 서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뒤로 줄을 서고 앞 사람에게 물었다.
" 무슨 줄이에요?"
" 아.. 여기 아이유가 광고했던 회사에서 주는 기념품 받으려고 줄 서있는 거에요"
"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념품을 주는 곳은 6~7개 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딸램과 같이 줄을 섰지만
나중에는 따로 줄을 서고 딸이 오면 내가 다른 곳에 가서 줄을 서며 최대한 많은 종류의 굿즈를 받으려고 노력했다.
굿즈들은 스티커, 부채, 타투스티커, 열쇠고리, 펩*콜라 등 있었다.
(지금도 딸의 책장에는 빈 펩*콜라 병을 포함해서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다.)
“ 엄마 내가 오늘 꼭 사고 싶은 굿즈가 뭐냐면...
I-KE 응원봉이랑 회전 배지랑 투명액자랑 포토북이랑 이렇게는 꼭 살 거야”
“ 얼마 가져왔는데?”
“ 십육만원정도! ”
“ 근데.. 아이유 음원 CD도 사고 싶고, 포스터도 사고 싶고, 배지는 두 개 사고 싶은데...”
“ 뭐...!!??? 어제 막내가 저금통 털어서 너 주더만 그 돈도 가져 온거야? 얼마 줬어? ”
" 응.. 어제 다복이가 '누나 가서 사고 싶은거 다 사고와. 내가 돈 줄께' 라고 4만6천원 줬어.
그래서 괜찮다고 했는데 ' 누나! 정말 가고 싶어했잖아 이거 써! ' 라고 해서 나 감동 받았어.."
막내는 자신의 저금통을 다 털어서 누나에게 주었다.
나중에 막내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니 누나가 정말 많이 좋아하니까 누나가 사고 싶은거 사는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