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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숨 Oct 11. 2024

내 딸은 외계인

너와함께 성장하는 나

이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이가 어디 있을까?     

방긋방긋 웃어주고, 애교 섞인 말투로 "엄마 사랑해! 고마워"를 말하며 내 품에 꼬~옥 안기는 사랑스러운 내 딸.     

때론 육아에 지쳐 힘들 때도 있었지만, 딸의 그 애교 섞인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나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각종 보자기를 온몸에 휘감으며 <보자기나라 보자기 공주>라는 내 딸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카메라를 볼 때면 찡긋 웃으며 한껏 포즈를 하던 내 딸     

어릴 적부터 고기를 좋아해서 첫 돌에 치킨 한 마리를 혼자 순삭 하며 남다른 먹성을 보인 내 딸     

(물론 뼈와 치킨에 입혀진 튀김옷은 내가 다 먹고 살코기만 주었다)     

레릿고~ 레릿고~ 노래를 부르며 한 편의 뮤지컬을 보듯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실감 나게 따라 하던 내 딸     

엄마 화장품을 몰래 가져가 얼굴에 멋지게 그림을 그려놓고는 예쁘냐고 묻던 내 딸     

그랬던  사랑스러운 내 딸은 대체 어디로???     

.     

.     

.     

말로만 듣던 중2병 인가?     

중학교 1학년 말부터 시작된 낯선 행동들..     

재잘재잘 거리던 사랑스러운 내 딸이 방문을 닫고 나오질 않는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 사랑스러운 눈빛은 온 데 간 데 없고 눈에서 레이저를 마구마구 쏘아댄다.     

말끝마다 말대답을 하거나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와.... 나 저혈압인데.. 네 덕분에 고혈압이 되었어"      

뒷목이 뻣뻣해지고 두통이 반복된다....와...미치겠다... 대체 언제까지?     


중학교 입학해서 그놈의 자유학년제로 1학년 내내 정말 놀기만 하는구나.     

돌잡이 때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라고 아무리 빌었기로.. 그 소원을 몸소 실천하느라 학원은 중2가 되도록 다녀보지도 않았는데...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건 아닐까?     

     

친구들을 만난다고 나가고 나가고 나가고 또 나가고..     

집에서는 방콕으로 가더니 오지도 않는구나...     


도대체 사랑스러운 내 딸은 어디로 갔니?     

하나부터 열까지 나랑 맞는 게 정말 하나도 없는 아이...      

점점 내 목소리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아이를 잡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는 잡히질 않고 저 멀리 멀어져만 가는구나.     

     

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참았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했는데... 화산처럼 내 성질을 못 참은 탓일까? 근데 언제까지 참아야 하지?     


문뜩 아이의 휴대폰 상황이 궁금해져 아이가 화장실에 간 사이 휴대폰을 몰래 보았다.     

'비번으로 잠겨있네... 허.... 뭘까? 생일? 전화번호? 도대체 뭐야?'     

잠금을 풀으려고 여러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아이가 나를 쏘아 보며 묻는다.     

“ 내 폰 갖고 뭐 해?”     

순간 창피함에 소리를 버럭 질러본다.     

“ 핸드폰 비번 뭐야? 뭘 하고 다니길래 이렇게 잠가놨어?”     

아... 참 못났다...     

“ 휴대폰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엄마가 잠그라며? 그래서 잠갔는데 왜 잠갔다고 뭐라고 해?”     

날 무시하듯 휴대폰을 뺐으며 침대에 털썩 누워버린다..     

     

“야! 너 뭐 하는 짓이냐? 안 일어나? 어디 버릇없게 엄마 손에 있는 걸 뺐어서 침대에 벌렁 누워? 안 일어나?”     

 “ 도대체 뭐가 문제니?”     

말없이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     

     

“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내가 언제 공부를 일등 하라고 했어? 최소한은 해야 할 거 아냐. 맨날      

밤새 핸드폰하고 잠도 안 자고, 잠을 자야 키가 클 거 아냐? 핸드폰으로는 대체 뭘 하는 거니? "    


"갑자기 왜 또 그래? 공부 얘기가 왜 나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쏘아보며 말하는 너... 대체 누구니?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내 오른손이 아이를 때리려는 순간!     


‘아악!’     

오른팔목이 너무 아파 정신을 차려보니      

“ 때리지 마세요!”      

내 손을 세게 잡으며 여전히 쏘아보는 너...     


“놔라!”     

“ 엄마가 안 때린다고 하면 놓을게요”     

“ 좋게 말할 때 놔!”     

“ 그러니까 안 때린다고 하세요!”     


‘ 하....손목이 너무 아프다.. 괜히 8살부터 운동시켰어.. 이제는 때리면 안 되겠구나..     

나보다 힘이 더 쎄구나.. 젠장...’     

(내가 아파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척 이야기해 본다.)     


“ 알았어! 안 때릴 테니까 놔!”     

손목이 너무 아파 손을 주무른다.     


“ 도대체 뭐가 문제야? 왜 그래?”     

어떻게든 딸을 이겨보겠다고 예전에 일어난 일들까지 다 꺼내어 트집을 잡는다..     

또다시 시작된 도돌이표 잔소리...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도 사랑스럽던 내 딸은 어디로 가고 이상한 외계인이 딸로 둔갑해서 살고 있다.     

대체 넌 누구냐?  내 딸 돌려놔라, 내 딸 돌려달라고!!!!!     

.     

.     

.     

“ 하!, 하나부터 열까지 나랑 맞는 게 하나도 없어. 쟤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분이 안 풀린 나는 화살의 촉을 신랑에게로 쏘아붙인다.     

안방에 누워서 tv나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올라온다.     

“ 뭐가? 왜 또 시비야?”     

“ 시비? 나는 시비 거는 사람이야? 애들한테 관심이 있기는 한 거야?”     

“ 하..... ”     

내가 또 그런다는 듯 TV 볼륨을 올린다..     


“ 도대체가 내 맘을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4명 김 씨들 지긋지긋하다! 혈액형도 다 B형이야. 나만 오씨에 O형이잖아”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하..... 내가 누굴 위해 사는 거냐고.. 대체 난 왜 이래야 하냐고!!!!!.”     


지금 생각해 봐도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을 쏟아내며 힘껏 발악을 해본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아이를 3명 낳은 게 잘못인가?     

그전에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난 혼자 살았어야 했는데 결혼하고 뭐 한다고 애를 셋씩이나 낳아서 왜 이러고 있는지..     

내 편이 하나도 없는 이놈의 집구석이 징글징글하다..     

차키와 휴대폰만 집어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     

.     

.     

     

어디 갈 도 없네.. 젠장..     

내가 술을 마실줄 아나.. 담배를 필 줄 아나...     

시끄러운 건 질색이고... 40이 넘도록 뭐 하나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네..      

도대체 난 왜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거야?     

.     

.     

.     

     

차에나 앉아있다가 들어가야겠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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