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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 숨 Oct 18. 2024

ENFP  vs ISTJ

너와 함께 성장하는 나

영화 ET에서 사람과 ET가 처음 만날 때 서로의 손가락을 연결해 주는 장면처럼

나만의 사랑스러운 외계인과 나를 다시 연결해 준 MBTI.      


MBTI란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지표(출처 네이버지식백과)이다.

유형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에너지 방향(I,E), 인식기능(S,N), 판단기능(T,F), 생활양식(P,J) 등으로 나뉜다.     

<MBTI>

I는 내향형으로 대인관계를 지향하고 조용하고 신중하다.

E는 외향형으로 사교성이 뛰어나고 단체활동을 좋아한다.       

S는 감각형으로 경험을 중요시하고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N은 직관형으로 이성적, 미래지형적인 사람으로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T는 사고형으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성향이며 진실에 집중한다.

F는 감성형으로 대인관계를 중시하고 공감적인 성향이다.      

P는 인식형으로 상황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자유롭고 즉흥적인 성향이다.

J는 판단형으로 결단력이 있고 계획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갑자기 왠 MBTI 냐고?

그 답은 외계인을 이해해보려는 나의 시도에서 시작된다.


라떼는 혈액형을 물어봤었는데...

요새는 MBTI로 통한다.

      

어느 날 우리 집에 사는 외계인이 MBTI를 아냐고 물어보며 자꾸 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질문과 대답을 반복적으로 요구한다.

대체 그게 뭐냐고....     


**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질문을 보고 처음으로 떠오르는 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세요^^;;;**  

   

“엄마! 엄마는 트월킹 추면서 한라산 올라가기 vs 포대자루 타고 한라산에서 엉덩이로 내려오기 중에 골라야 한다면 뭘 할 거야?”     

“ 그걸 굳이 해야 돼?”

“ 헉.. 그럼 하나 더!”     


내가 열심히 알바해서 노트북을 샀어. 뭐라고 할 거야?”     

“ 어디서 샀어? 얼마야?”

“ 헐... 알바 하느라 힘들었겠다. 대단하다 라고 해야지!!”

“ 아니... 힘이야 들었겠지.. 대단한 것도 맞고 근데 질문 듣고 바로 생각나는 거 말하라며!!???”     


“ 아휴.. 그럼 나 우울해서 머리 잘랐어. 뭐라고 할 거야.?”     

“ 어디서 잘랐어?”

“ 엄마!!!!  내가 우울하다고 했잖아. 그럼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봐야지!!!!!!!!”

“ 아니.. 어디서 잘랐는지 물어보고 물어보려고 했어....”     


‘ 갑자기 막 질문하더니 지맘에 안 든다고 뭐라 하는 거야?’ 대체 왜 그러는 건데....?

( 딸의 반응을 살펴본다.)

.

.

.

“좋아 이번에는 다른 질문 해볼게”     

“엄마는 월화수목금토일 너무 바빴어. 그럼 토요일 일요일에 뭐 할 거야?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논다 vs 집에서 쉰다     

“당연히 쉬어야지.. ”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북적이며 논다 vs 조용한 곳을 찾는다

“ 사람 많으면 기 빨려... 엄마는 조용한 데가 좋아, 넌!!??”

“ 당연히 놀아야지. 그리고 사람 북적이면 좋잖아”

 

놀러 가기 전에 계획을 세웠는데 계획 대로 잘 안 됐어. 그럼 엄마는 어때?”

“ 스트레스받는데? 짜증 나고.. 넌?”

“ 나? 난 괜찮은데 어차피 상황에 맞춰서 노니까 계획대로 안 돼도 그냥 놀면 되는데?”

     

“ 뭐라고......?????  그러니까 시험 때도 공부를 네가..."

“ 왜 또 공부얘기가 나와..?  엄마는 참 이상해!”     

(잠시 정적)



‘아.... 난 누구? 여긴 어디??  이제 그만 질문하면 안 되겠니??’      

도대체 난 왜 이런 말들을 주고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 빨려... 쉬고 싶다..일하고 퇴근했는데 와서도 참 힘들다..  


적어도 그 시점 까지는 그랬다!!

          

정적을 깨고 외계인이 또 말을 한다.     

" 엄마!  @@@$@%^#&&"

" 엄마!  $@%^#&&&%^$!%"

" 엄마!  ##$@#%%$@@@$@%^#&&"


'제발... 살려줘....대체 너의 의도가 뭐니....??'

‘ 내가 외계인을 힘들게 했다고 지금 나를 괴롭히는 건가??’ 아님

 ‘너와 내가 다르다는 걸 이토록 내게 말하고 싶었던 거니??’       

   



마지막 질문이야.

엄마는 여행계획을 세우는데  저녁을 6시에 A식당(한식) 먹고 싶어. 그럼 무슨 생각을 먼저 해?”     

“ 일단 그날의 전체 일정을 보고 저녁 6시까지 그 식당을 갈 수 있는 계획을 짜야겠지. 그래야 시간을 맞춰가서 먹으니까.. 진짜 마지막 질문 맞아? 넌 어떻게 할 건데?”     

“난 그냥 그날 가고 싶은 곳 다니면서 보다가 늦어지면 다른 식당에서 먹거나, 아니면 시간 봐서 보고 싶은 곳을 조정해서 식당을 가거나 그럴 거야.”     


“ 헐..... 어쩜 너랑 나랑 맞는 게 하나도 없니?  이게 맞아? 어쩜 이래..!!!???

너랑 나랑 왜 그렇게 부딪혔는지 알겠다..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완전히 생각하는게 다르구나...

대박이다 진짜....”         



 

어릴 적부터 난 친정 엄마와 맞는 거라곤 없었다.

엄마는 반짝이, 화려한 거, 무늬 있는 옷, 화사한 것, 꾸미기를 좋아하셨고, 매니큐어 & 액세서리에도 관심이 많으셨다.

내가 어려서는 뜨개질이나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 입히시면서 예쁘다며 좋아하셨다.

엄마는 요새 말하는 금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키가 150cm인 엄마와 달리 176cm에  마른 체형이었던 나를 대리만족으로 꾸미고 싶어 하셨던 거 같다.

그래서 똥손이자 어른들이 말하는 여성스러움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던 나를 여성스럽게 키우고 싶어 하셨는지도...  초3부터 중3까지의 엘리트 선수생활을 그만두자마자 엄마의 첫 선물은 짧은 치마에 부츠, 여성스러운 니트였으니까..

    

엄마와 달리 나는..

무뚝뚝하고, 단색 옷을 즐겨 입으며, 걸리적거리는 걸 싫어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

당연히 매니큐어도 액세서리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면 하나쯤은 갖고 싶어 하는 명품가방이나 예쁜 신발에도 관심이 없고, 결혼하고서도 예쁘게 집을 꾸민다는 건 없다..

그냥 실용적이고 단순한 게 좋으니까..

치마보다는 바지, 구두보다는 운동화, 화장은 귀찮은 존재.... 그랬다.. 나는..

그래서 친정엄마의 바램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내 딸은...

어려서부터 반짝이, 화장품, 예쁜 거에 관심이 많았다. 말 그대로 여자여자 했다..

그래서 난..

엄마가 불편했고, 내 딸이 불편했다.

나와 맞지 않아서... 그래서 나의 엄마가.. 내 딸이 나와 맞는 게 하나도 없다며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다..

' 참 이상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안 맞지?'    

     

언젠가 친한 친구와 이야기 중에

" 정말 나랑 수빈이는 맞는게 없다! 넘 어려워.... 정말.. 어렵다...."

“ 야! 네가 일반적이지 않은 거야.. 대부분의 여성은 쇼핑을 좋아하고 꾸미기를 좋아하고 그래.

네가 일반적이지 않으면서 왜 수빈이에게 자꾸 불편한 감정을 쌓아? 나도 수빈이처럼 그런 게 좋아"


딸의 문제로 나보다 열살이나 어린 직장동료에게 조언을 구한적이 있다.

" 쌤아~ 딸이랑 자꾸 부딪히는데 도대체가 난 딸이 이해가 안돼! 근데 딸도 내가 이해가 안되는 눈치인데 왜 그러는거에요?"

"쌤~~~ 쌤은 네모이고 수빈이는 동그라미인데 왜 자꾸 네모에 맞추라고 해요? 쌤도 동그라미에 못 맞추면서.

그냥 수빈이 그대로를 인정해요!  쌤과 다른 거지 수빈이가 틀린건 아니잖아요. 반대로 수빈이도 쌤이 얼마나 불편하고 이해가 안돼겠어요!!??”          


퍽!!!!!

순간....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딸램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자꾸 부딪히고 불편하게 느껴지고, 싸우고 했던 일 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만 옳다고 아이에게

"넌 지금 잘못하고 있어"

라며 나의 방식을 따르라고 강요했다. 날 따라하지 않는 딸에게 윽박만 질렀다.

내 말을 듣지 않는 딸이 외계인이라고 딸이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난 너처럼 유별나게 사춘기를 보내지 않았다고..

정말 별스럽게 군다고 왜 그러냐고 뭐가 문제냐고 딸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세 치 혀로 날카로운 칼을 만들어사랑스러운 딸의 가슴에 비수를 마구마구 꽃았다.

   

'그래..인정해 보자..!! 너와 나는 다르다고.. 다른 것뿐이라고...  

나와 다른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 너와 다른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우리는 다른 거라고... 생각을 바꿔서 아이를 바라보자!'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의 MBTI 결과는,

난 극 ISTJ(4가지 항목이 89~93%), 딸은 극 ENFP(80% 이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회복을 위해서... 우리의 다름을 인정하기로 약속했다.


소통채널이 꽉 막힌 우리에게 MBTI는 외계인과 나를 연결해주는 소통채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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