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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영 Mar 04. 2024

68. 내가 만난 100인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씩씩한 사모님


일 년 가까이 일해온 빵집 아르바이트는  아주 좋았다. 사장님이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차별해 경력자로 우대해 주면서 나의 시급도 100원이 올랐다. 또 칭찬에 인색한 사장님이 나에게는 매우 관대하셨다.


"너는 일을 아주 수월하게 하는구나."

"너는 정말 정직한 아이구나."

그리고 며칠 뒤 한마디가 더 덧붙여졌다.

"너는 정말 똑똑한 아이구나."



가뭄에 콩 나듯 외국인 손님들이 케이크를 사기 위해 우리 가게를 들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장님은 읽던 신문지를 들고 스르르 주방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나에게 눈빛을 준다.


'여기를 부탁해! 잘할 수 있지?'


비록 영어과 2학년이었지만 이 정도의 손님응대는 가능했다. 그때부터 사장님은 나를 고평가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사모님은 달랐다. 작은 키에 재빠르게 행동을 했으며 모든지 뚝딱뚝딱 빨리 끝냈다.

사모님은  점심때쯤 출근해 직원들의 식사를 차려주고는 곧바로 사장님과 임무교대를 다. 오전 정산을 후다닥 끝내고 오후에는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 요즘 인기 있는 연속극과 핫한 배우들을 거론하며 좀 더 훈훈하게 이어졌다.

그때였다. 또 다른 외국인 손님이 왔다. 사모님은 사장님과 달리 하던 빵포장을 계속하면서 내게 눈짓을 한다.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게. 넌 너의 일을 하도록 해!'


나는 사모님의 영어실력이 내심 궁금했다. 그래서 최대한 쇼케이스 근처에서부터  빵을  정리해 나갔다.

케이크를 향해 몸을 반쯤 숙인 외국인이 손가락으로 2호 케이크를 가리키며 물었다.

"How much is it?"

"거?"

"Yes!"

"만--원! 만--원!"


사모님은 최대한 입을 크게 벌려 그에게 말했다.

"Okay!"

"만-원! 짜리 오케이?"

"yes!"


그녀는 재빠르게 케이크를 상자에 담고는 초가 몇 개 필요한지 묻지도 않고 넉넉히 챙겨 넣으며 씩씩하게 인사했다.


"땡큐~ 안녕히 가세요!"


영업능통자영어능통자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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