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던 아르바이트에서 잘리고, 한국에서 키우던 고양이마저 갑자기 하늘나라고 가벼렸는데 거기에 2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다고 한다. 지금 자신에게 처한 이 상황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를 몰라 주변의 어른들에게 얘기를 듣고 싶어서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어른...
이 단어에 순간 멈칫하더니 하나의 문장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못했다.'
절망에 빠진 제자에게 '그냥 하루, 하루를 살아. 그리고 그렇게 버텨'라고 어줍지 않은 조언을 하고는 조용히 메일함을 닫았다.
요즘 MZ세대와 일 하는 게 살짝 버거운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나는 꼰대세대이고 거기에 자부심까지 곁들여져 있다.
왜냐하면 어떻게든 우리 꼰대들은 이 만큼을 버텨왔기 때문이다. 10대 때는 규칙을 아주 잘 지켰고, 20대 때는 다양한 경험 쌓았으며, 30대 때는 수많은 기로에서 한 선택을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40대 일단 한번 그대로를 버텨보는 것을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버텨 온 데에는 나 혼자 잘나서 여기까지 온 줄 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MZ세대인 신입선생님들도 엄청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제자에게 했던 어줍게 조언한 내 말과는 다른 하루, 하루를 개인레슨이나 자기 계발등을 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가끔 그들에게서 엄청난 열정과 자부심에 비해 뭔가가 어긋나 보이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출근을 너무 딱맞쳐서 하다 보니 몇 분씩 지각을 한다. 하지만 퇴근은 지각없이칼 같이 한다. 전날 수업의 피드백을 할 때면 모든 게 괜찮고, 좋았다 그리고 본인이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비해 학생들에게 들려오는 수업평가는 그렇게 좋지가 않다. 가끔 학원으로 개인레슨 의뢰가 들어와 선생님들께 추천해 준다. 수업방향과 학생성향이 먼저라고 생각한 내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수업시간과 수업료 측정이 먼저였다.
'나도 저 나이 때 저랬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그들의 행동이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어딘가 모르게 친숙하다. 분명 나 또한 저랬을 것이다.
혼자힘으로 유학을 하고, 혼자힘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따내고, 혼자 힘으로 자격증을 따서 강사가 되었다. 이 모든 게 나 혼자 힘으로 일궈낸 결과물이라고 자부하며 이력서에 한 줄 한 줄 채워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