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교회동생인 M 양과 안부전화를 했다. 출판과 책 그리고 주식 이야기를 지나 각자의 안부로 대화가 이어졌다.
한참 뜸을 들이던 M양에게서 예상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언니, 저기 있잖아요... 한 달 전 우리 사무실 옆, IT회사 사무실에 필라델피아에서 온 남자가 한 명 있는데요. 그 남자가 요즘 나만 보면 같이 밥을 먹자고 하고요. 얼마 전에는 출장을 갔다가 정말 오래간만에 봤는데요. 그동안 내가 보고 싶었다고 막 그러고요. 자꾸 저한테 다가오는 거예요."
"오~정말? 그런데 왜?"
" 그 남자는 교회도 안 다니고요. 자꾸 자기 자랑만 하고요. 어쨌든 제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자꾸 들이대는 것 같아서 요즘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
나는 M양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것 일수도 있어. 그냥 한번 친해져 보는 게 어때?"
곧바로 M양의 한숨이 내 말뒤를 이었다.
"언니, 저는 15년째 모태솔로예요. 그런데 어느 날 순간 이 남자 때문에 고민하고, 이 남자의 한 마디, 한마디그리고 시선 하나, 하나에 신경 쓰는 제 자신이 너무 싫어요. 일에 집중도 잘 못하겠고요. 그리고 요즘 입맛도 없고 잠도 잘 안 와요. 살도 벌써 3킬로그램이나 빠졌어요."
"어머! 괜찮아?"
"네. 일단 아직은요. 그런데 이 남자가 어제 저한테 뭐라고 한 줄 아세요?"
"뭐랬는데?"
"일 마치고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재요."
"좋은데 왜?"
"아니! 언니. 몇 번 보지도 못 한 남자랑 어떻게 영화를 같이 보러 가요?"
"응?"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그 남자에게 한마디 했잖아요."
"뭐라고 했는데?"
"저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무실 문을 꽝 닫아버렸다고 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갑자기 터져나온 웃음보를 감추지 못한 채 그 남자 대신 그녀에게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