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사람들의 선입견은 세 가지가 있다.
운동신경이 둔할 것이다.
술을 좋아할 것이다.
절에 다닐 것이다.
사실 난 순발력이 좋은 편이라 달리기, 수영, 계단 오르기에서는 보통사람들을 능가한다.
술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으며, 종교는 기독교이다.
이렇듯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인의 생각을 막을 순 없다.
나 또한 그런 생각, 편견, 선입견 등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뚱뚱녀로 살아가다 보니 종종 의외의 곳에서 피해를 볼 때가 있다.
나는 그저 친구와 수다 떠느라 가만히 서 있었을 뿐, 미처 나를 발견하지 못한 가느다란 어떤 이가 제 스스로 내게로 와 부딪혀 넘어졌다. 내 잘못이라곤 그저 그 시간, 그곳에 서 있었던 것뿐인데 나도 모르게 먼저 가느다란 그녀에게 사과부터 했다.
"오~미안해요? 괜찮으세요?"
한 번은 두 칸짜리 카페화장실을 갔다.
한 칸은 벌써 다른 이가 쓰고 있어 다른 칸을 이용했다.
그저 간단한 볼일만 보러 온 나와는 달리 옆 칸은 전혀 못한 듯했다. 변기에서는 뚫어질 듯 한 천둥소리가 나더니, 퍼덕퍼덕거리는 둔탁한 날개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는 지독한 냄새가 났다.
그 자리를 얼른 피하고 싶은 마음에 부랴부랴 정리하고 손을 씻으러 나왔다. 그때마침 옆칸에서 거사를 치른 그녀도 나와서는 내 옆에서 손을 씻었다. 그녀가 되려 민망할까 일부러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옆에 있던 종이 타올로 손만 쓱쓱 닦았다. 그런데 그때 황급히 화장실을 들어온 또 다른 이가 거사를 치른 칸으로 바로 직진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코를 막고 나오더니 우리 둘 (뚱뚱녀와 날씬녀)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어우! 냄새!!!"
비록 거울을 통해 마주한 시선이었건만 그 시선의 끝은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심지어 슬쩍 눈까지 흘기고는 내가 썼던 화장실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노크라도 해서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저기요, 저 아니에요.'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의 존재감을 인지하게 되고 행동도 알아서 더 조심하게 된다. 대처해야 할 사회성도 조금씩 길러지기도 한다.
도넛가게를 갔다. 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그 문이 닫히면서 달려있던 종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꽝!! 툭 !쨍그랑!
얼른 떨어진 종을 주워서 사장님께 넙죽 엎뜨렸다.
"오~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문을 너무 세게 밀었나 봐요. 몸집이 있다 보니 문을 크게 밀어서 생긴 일인 것 같아요. 차라리 오늘부터 도넛을 사 먹지 말고 이 살부터 뺄까요??"
"아니에요! 손님 저 종은 예전부터 떨어져서 제가 본드로 살짝 붙여놓것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짜요?? 오 감사합니다! 그럼 팥도넛 2개랑 찹쌀도넛도 2개...."
어쩌면 내가 먼저 죄송할 일도, 먼저 감사할 일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피해자
수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