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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영 Feb 28. 2023

11. 내가 만난 100인

뚱뚱녀

나를 향한 사람들의 선입견은 세 가지가 있다.

운동신경이 둔할 것이다.

술을 좋아할 것이다.

절에 다닐 것이다.


사실 난 순발력이 좋은 편이라 달리기, 수영, 계단 오르기에서는 보통사람들을 능가한다.

술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으며, 종교는 기독교이다.


이렇듯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인의 생각을 막을 순 없다.

나 또한 그런 생각, 편견, 선입견 등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뚱뚱녀로 살아가다 보니 종종 의외의 곳에서 피해를 볼 때가 있다.


나는 그저 친구와 수다 떠느라 가만히 있었을 뿐, 미처 나를 발견하지 못한 가느다란 어떤 이가  제 스스로 내게로 와 부딪혀 넘어졌다. 내 잘못이라곤 그저 그 시간, 그곳에 서 있었던 것뿐인데 나도 모르게 먼저 가느다란 그녀에게  사과부터 했다.


"오~미안해요? 괜찮으세요?"


한 번은 칸짜리 카페화장실을 갔다.

칸은 벌써 다른 이가 쓰고 있어 다른 칸을 이용했다.

그저 간단한 볼일만 보러 온 나와는 달리 옆 칸전혀 못한 듯했다. 변기에서는 뚫어질 듯 한 천둥소리가 나더니, 퍼덕퍼덕거리는 둔탁한 날개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는 지독한 냄새가 났다.

그 자리를 얼른 피하고 싶은 마음에  부랴부랴 정리하고  손을 씻으러 나왔. 그때마침 옆칸에서 거사를 치른 그녀도 나와서는 옆에서 손을 씻었다. 그녀가 되려 민망할까 일부러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옆에 있던 종이 타올로 손만 쓱쓱 닦았다. 그런데 그때 황급히 화장실을 들어온  또 다른 이가 거사를 치른 칸으로  바로 직진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코를 막고 나오더니 우리 둘 (뚱뚱녀와 날씬녀)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어우! 냄새!!!"


비록 거울을 통해 마주한 시선이었건만  시선의 끝은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심지어 슬쩍 눈까지 흘기고는 내가 썼던 화장실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노크라도 해서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저기요, 저 아니에요.'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의 존재감을 인지하게 되고 행동도 알아서 더 조심하게 된다. 대처해야 할 사회성도 조금씩 길러지기도 한다.


도넛가게를 갔다. 문을 고 들어갔는데  문이 닫히면서 달려있던 종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꽝!! 툭 !쨍그랑!


 얼른 떨어진 종을 주워서 사장님께 넙죽 엎뜨렸다.


"오~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문을 너무 세게 밀었나 봐요. 몸집이 있다 보니 문을  크게 밀어서 생긴 일인 것 같아요. 차라리 오늘부터 도넛을 사 먹지 말고 살부터 뺄까요??"


"아니에요! 손님 저 종은 예전부터 떨어져서 제가 본드로 살짝 붙여놓것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짜요?? 오 감사합니다! 그럼 팥도넛 2개랑 찹쌀도넛도 2개...."


어쩌면 내가 먼저 죄송할 일도, 먼저 감사할 일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피해자

수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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