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대전제, 반듯한 거절이 있을까

by 정언명령

연애 프로를 오래간만에 봤다. 사실 즐기지는 않는다. 스스로 못난 탓인지 선남선녀를 보는 것이 마냥 편치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처음'인 사람들이 출연하는 프로가 있어 보게 되었다.


'처음'인 것 같은 모습, 때로는 '처음'인 것 같지 않은 모습들도 많았다.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그리고 관계가 지속될수록 서로 간의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매이기 시작했다.

누구는 솔직하게 누구는 솔직하지 못해서, 솔직함이 누구에게는 환희로 누구에게는 절망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의 후회와 눈물을 보면서 어떤 솔직함이 좋은지, 어떤 거절이 나은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 관계, 그리고 그 관계 중에서의 대화, 그리고 그 관계의 대전제가 사랑일 때, 참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자기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이야기하고 이것이 맞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상대방을 대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에게도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후회와 반성이 있고, 그것이 처음이라면 눈물이 동반된다.


즉, 그 과정, 결과는 엇갈림일 수 있다. 어찌 보면 엇갈림은 당연하다. 어떤 이는 내가 마음에 없다고 말하지 못해 망설이고 차라리 그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게 좋아라고 하지만, 그것은 또 상황, 시기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가 나에게 처음부터 싫다고 얘기했다면 그 시점에 가장 슬픈 건 그때의 나이기 때문에 그러면 그 상황에 덜 슬플 상황을 그리고 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즉 ‘차라리 나중에 시간을 좀 더 주고 말하지’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가정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그 상황에 놓인 내가 제일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안 힘든 거절과 이별은 없다. 거절을 하든 받든 후회와 미안함, 서러움, 자괴감, 여지, 어느 정도의 보험을 들고 싶은 마음.. 두고 보고 싶은 마음 등 그냥 당연히 이런 마음이 들과 그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여러 선택을 낳는다.


좀 더 나은 거절은 없다. 어느 시점이든 어떤 달콤한 말이든 거절은 아프다. 쌍방향이다. 어쩌면 그것으로 관계의 성숙함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 더 나은 거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한탄하기도 하면서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면서, 슬프고 아프고 또 이겨내고.


반듯한 거절은 없다. 그러니 너무 나 자신을 탓하지도, 스스로 무너지지도 말자. 그리고 나는 이것이 최선이다. 이것이 맞다는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솔직함에서 더 나아가 강요일 뿐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되, 상대방에게 내 마음까지 이해해하길 바라지 않은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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