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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새 Nov 22. 2021

첫 삽을 파고

튤립을 심었다

평생 흙을 만지고 놀았던건 어릴 때 놀이터에서 모래를 동그랗게 뭉쳐서 햇빛에 내놓는 도너츠 만들던 때 뿐인데, 300평의 노는 땅이 생기니 손이 근질근질 뭔가 심어보고 싶었다.


욕지도하면 고구만데.. 고구마는 봄이 지나고 더워지기 직전에 심는다고 한다. 지금 심을 수 있는게 뭐가 있나 했더니 땅이 얼기 전 가을이야말로 튤립같은 구근식물을 심는 때라는걸 배웠다. 나 튤립 너무 좋아하는데! 고양이에겐 안좋다고해서 키울 수 없었던 튤립! 게다가 다년생 식물이 아니라서 나중에 집지을때 옮겨줘야한다거나 그런 번거로움도 없어보였다. 한번 꽃 보고 구근은 캐서 보관하면 되니까


바로 튤립 3가지와 같이 심을 무스카리 구근을 샀다. 할줄도 모르고 잘 자랄지도 모르겠어서 조금만 샀다. 오렌지색, 살구색, 노란색 그리고 보라색 조합으로 요런 느낌을 내고 싶었다.

출처 americanmedows.com

도착한 날 사진 찍을 여유도 없이 바쁘게 심어놓고 나왔는데 아무래도 너무 얕게 심은 것 같고 물도 못주고 나와서 밤새 마음이 불편했다 ^_ㅠ 구근의 2~3배 깊이로 심어줘야한다는데 작은 모종삽 가지고 파다보니 잘 파지지도 않고 흙이 돌처럼 단단하게 뭉쳐서 너무 땅을 얕게 판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다시 달려갔다.

춥지 말라고 낙엽으로 덮어도 줬는데

삽으로 슥슥 대충 헤쳐보니.. 마늘이야?

역시 너무 얕았다ㅠㅠ 다들 얼어 죽을뻔...


총 20개 모두 파내고

제대로 땅을 파기 시작

요렇게도 했다가.. 너무 촘촘한가? 10센치 간격 두라던데..

해가 살짝 보이기 시작!

지나가던 여행객 부부도 경치가 좋다며 쉬었다 가셨다.

다시 조금 더 간격을 줬다.

뿌리가 아래로 가게끔

충분히 깊은 것 같아

다시 흙을 덮고 이번엔 물도 듬뿍 준 다음 이불을 덮어줬다.


처음으로 내 땅에 내 손으로 내가 심은... 내손내심 튤립... 겨울에 얼지 않고 잘 보내길.. ❤


오마나 그나저나 요런 애기 소나무가 자라있었다.

이 심난한 흙바닥에 애기 소나무라니 너무 귀엽다. 한 20년 자라면 어른 소나무가 되겠지? 무럭 무럭 자라서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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