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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킴 Sep 25. 2024

커피로 스트레스 푸는 엄마

등원 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미칠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메가커피에 들르는 일이 잦아지더니 어느 순간 하루에 한 번씩 매일 들르게 되었다. 하루 2번도 불사한다. 스타벅스 애호가였던 지난날엔 스타벅스라는 장소가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특히 논문을 쓰기 위해서 또는 책을 읽기 위해서 찾았었기 때문에 자기 암시 같은 게 깊게 박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풀타임 잡을 구하지 못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면서 나의 월급은 1/3로 줄어들었고 아무래도 커피값이 부담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동네 마트 옆에 생긴 메가커피에서 우연히 라테 한 잔을 시켜서 먹었는데 우유의 고소한 맛이 스타벅스 못지않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물론 내가 커피 맛을 잘 아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단지 라테를 고소한 우유맛으로 먹는 나에게 메가커피 라테도 꽤 괜찮은 선택이 되었다. 특히 아이스커피를 시키면 5분 만에 밑바닥을 보여 좀 없어 보이는 나이기 때문에 양도 적지 않다는 점이 아주 훌륭했다.


  사실 나도 처음부터 사 먹는 커피를 즐겼던 건 아니었다. 무엇에 홀린 듯 커피집으로 달려가게 된 이유를 따져보자면 아이를 등원 버스에 태운 후 진이 빠진 후부터였다. 아침부터 등원 준비를 시키는 일부터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무논리 아이를 설득시켜 버스에 태우는 일은 왜 나에게는 이토록 어렵고 힘든 일이 된 걸까.


  "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돼?"

아이가 내 눈을 바라보며 우는 모습을 보이면 깊은 곳에서 슬픔이 밀려왔다. 이제 꽉 찬 세 살이 된 우리 아이가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면 내 속에서는 당장이라도 어설프기만 한 나의 회사 생활을 접어버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만다.

'어휴 불쌍한 내 딸'


  그러다가도 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와 하루 종일 놀아줄 생각을 하면 답도 없다. 하원 후 놀아주는 몇 시간도 사실 힘에 부친다. '킨더'라는 상상 속 곰돌이가 되어야 하는 나는 술래잡기 3바퀴, 병원놀이 3바퀴, 미용실 놀이 3바퀴에 옛날이야기 책 읽어주기까지 해야 하는 중노동 자다. 결혼 전 친구가 애 키우기 힘들다고 하면 너는 무슨 천사 같은 애들하고 함께 있으면서 그렇게 힘드니. 네가 정글 같은 회사에서 1주일만 있어봐라고 했던 내 입... 그 입을 세게 비틀어 주고 싶다. 그래 애보기보다 일하는 게 훨씬 편한 것이었구나.라는 걸 늦게 알아버린 나.


  이런 힘듦에서 나의 구원은 단 하나. 커피다. 나의 슬픔을 경감시켜 주고 축 처진 기분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하나의 오브제. 건강염려증도 뛰어넘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하루를 시작할 수는 없다.


  그래도 요즘 커피값을 줄이기 위해 하나 고안해 낸 방법은 카카오뱅크 쿠폰사고팔기를 활용하거나 당근에서 저렴이로 나온 쿠폰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당근을 적극 활용했는데 왠지 1:1 채팅을 통해 500원 저렴한 쿠폰을 구매하면서 답변 기다리고 쿠폰 받기 기다리고 하는 시간이 어째 쩨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럴 필요가 없는 카뱅으로 바로 구입한다. 적어도 13% 저렴한 쿠폰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나름 비대면으로. 즉시.


  모든 행복은 스스로의 만족일까. 고작 300~400원 절약한 것이 내가 마치 굉장한 알뜰주부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니 말이다. 살면서 인생이 쉽다는 생각을 자주 해보진 못했지만 지금도 나는 분주히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새벽 3시에 갑자기 일어나 방구석을 휘젓고 다니며 잠을 깨우는 너. 방금 갈아입힌 옷도 장난으로 다 젖게 만드는 너. 저녁 한 끼 먹는데도 2시간이나 걸리는 너. 지만 나를 향해 까르르 웃어주는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에 모든 힘든 일도 한 번에 사라지게 만드는 티니핑 같은 너라서.


  오늘도 어김없이 커피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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