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하면 싸늘해지는 분위기, 나만 모르는 건가
그러게, 오랜만의 직장생활이라 그런가.
그동안 육아로 인한 대화 부족에서 비롯된 결핍인가.
누가 말만 걸었다 하면 자꾸 필요 이상으로 입을 털게 된다.
악의 없이 하는 말들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던 걸까.
집에 돌아오면 계속 마음이 쓰인다.
내가 말만 하면 바뀌는 묘한 공기의 흐름.
그게 진짜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해진 탓일까.
⸻
편하게 대해주는 주무관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털었나 보다.
그분이 자꾸 “여기서 1년 이상 근무할 수 있다고 해요”라고 말하는데,
나는 “아니에요, 전 1년이면 족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이 팀이 싫어서가 아니라 단지 ‘처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묘하게 팀 분위기가 서먹해졌다.
⸻
오늘은 예고 없이 전임자가 들렀다. 하긴 나한테 왜 예고를 해야 할까.
전에 친하게 지냈던 팀장님과 기간제 친구는 회의에 들어가고, 나는 좀 멀뚱해 보여서 일부러 전임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전에 나에게 “여기 꿀잡이에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여기 꿀잡이라면서요? 전혀 아니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더니
“이를 부드득 가시네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
사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말에 아이 때문에 못 나올 것 같다고 했더니
“돈 많으신가 봐요?”라는 뾰족한 말이 돌아왔다.
그래도 웃으며 “전임자를 모두 찾아요~ 오늘도 예전 주무관님 엄청 찾았어요~” 했더니
옆에 있던 기간제 친구가 “저한테도 전임자 엄청 찾았어요”라고 한마디 거든다.
근데 이번엔 내가 묘하게 거슬렸다.
왜일까.
⸻
… 이건 모두 폭염 때문이야.
묘하게 기분이 나쁘단 말이야.
작은 말씨 하나에도 왜 이렇게 예민해지는 걸까.
민원인들도 괜히 거슬린다.
⸻
군수님을 만나야겠다는 사람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어떤 사람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를 땅을
왜 자기 농지로 인정 안 해주냐며 실랑이를 벌이다 군수님을 찾고,
어떤 사람은 민생 쿠폰을 받아도
아내가 다 가져가서 자기는 못 쓴다며
군수님께 민원을 넣겠다고 귀여운 투정을 부린다.
⸻
오늘은 멘탈이 탈탈 털렸다.
가자마자, 팀장님은 휴가 다녀온 나 대신
여러 가지 일들을 대신해 놓으셨는지
업무들을 우르르 쏟아내셨다.
군에서는 그동안 신청해 놓은 여러 가지 사업의 보조금이 한꺼번에 내려와
대상자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야 했고,
민생폰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서비스 신청기관은
분명 신분증을 복사해 가져오랬더니
신분증 실물 50장을 들고 오는 바람에
하나하나 직접 복사를 해야 했다.
⸻
진짜 뭔가 하나씩 안 맞는 느낌.
내가 새벽 3시에 깨어
여기에다 가라도 썰을 풀게 만든 하루였다.
⸻
그리고…
26장의 신청서를 받지 않아서
결국 내가 직접 입력해야 했고,
굳이 도와주겠다고 가져간
그 26장 신청서에는
대리인 이름도 다 틀리고,
날짜도 다 틀린,
기간제 친구의 귀여운 실수까지 목도해야 했다.
⸻
쉴 새 없이 걸려오는 민생폰 상담 전화.
우편으로 보내놓은 농민수당 제외 통지서에 대한 문의전화.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하루가
머릿속에서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
털어내고 잠들면 좋겠는데,
내 뇌는 정보 처리가 다 안 됐는지
지금도 계속 돌아간다.
⸻
거기다 크고 작은 실수들.
왠지 꺼림칙한 대화들.
몇 가지 일처리에 대한 미심쩍은 의심들.
당장 사무실로 돌아가서
일을 다시 확인하고 싶게 만든다.
⸻
그리고 또 하나.
기간제 친구가 군청 민생폰 담당자에게
일처리에 대해 물어봤더니,
그 담당자가
“도대체 담당자가 누구에요? 그걸 몰라요?”
“제가 다 말했는데 왜 모르시죠?”
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카더라로 들은 이야기지만 나도
‘ 군 담당자, 군수님께 민원 넣어서 말투부터 고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이 카톡 단톡방에 찔러놓은 한마디 성토글을
누구나 알아서 팔로업할 수 있다는 건가?
참 여러모로… 불쾌해 죽겠네.
⸻
아, 이 모든 게
내가 부족해서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가.
이렇게 작은 면사무소에서
왜 이렇게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거지?
도대체 난 어디로 굴러 떨어진 걸까.
앨리스처럼, 굴속으로?
“너 이름 마음에 안 들어, 사형!”
… 이러는 여왕님이 나오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