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막아주는 건 월급이 아니라…
오늘도 폭염으로 머리가 뜨겁다.
민원인 입구가 아닌 반대편 출구문을 열고 나가면, 아스팔트 주차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직방으로 얼굴을 때리는 자외선. 그 강력한 햇볕을 맞는 순간, 갑자기 마들렌과 홍차를 곁들인 어느 여름날로 순간이동한 기분이 든다.
40대 중반의 아이 엄마가 아니라, 갓 졸업한 20대 대학생이 된 듯한 착각. 오로지 나만을 위해 시간이 흘렀던 그 시절로. 그래서일까, 이 뜨겁고 숨 막히는 여름 공기가 싫지 않다.
내 자리에서 바라보면 통유리 너머로 산이 보인다. 면사무소에 자주 들르는 건 단연 마을 이장님들. 마을만 해도 50개가 넘으니, 한 달에 두 번 이장 회의를 하면 건물 전체가 들썩인다.
그런데 이장님들, 각자 개성이 워낙 달라서 늘 작은 에피소드가 생긴다.
한 이장님은 늘 가방에 락토핏 유산균을 넣어 다니신다. 오실 때마다 미소와 함께 하나씩 건네주는데, 어떤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바로 털어 넣고, 어떤 사람의 서랍엔 노란 봉지가 수북하다.
또 다른 이장님은 ‘피자두’를 한 봉지 가져다주신다. 여자가 한 입 깨물면 립스틱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입술이 붉어지는 자두, 과육이 핏빛이다. 술 한 잔 걸치고 오신 날에는 같은 이야기를 세 번쯤 하시지만, 신규자인 나는 전혀 눈치 못 채고 열심히 듣는다. 결국 옆자리 기간제 동료가 “이장님, 술 드셨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하며 웃음 섞인 배웅을 한다.
어느 날은 방앗간에서 갓 만든 뜨끈한 팥떡이 도착한다. 손에 올려놓으면 먹지 않고는 못 배긴다. 커다란 수박을 두 통이나 사 오신 날에는, 직원들이 쓱쓱 잘라 탕비실에 두고 단톡방에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띄운다.
“마을 이장님이 수박 사 오셨어요~ 오셔서 드세요!”
메시지 속 글자마저 정이 넘친다.
오늘은 복날. 부녀회장님들이 대추, 인삼 듬뿍 넣은 삼계탕을 끓여 오셨다. 갓 담근 얼갈이김치, 아삭이고추 된장무침, 양파장아찌까지 곁들이니, 매일 반찬 걱정을 하는 주부들에겐 꿀맛 같은 한 끼다.
한시 임기직이 이렇게 바쁠 수 있나 싶은 날들이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이런 따뜻한 인심과 간식들이 자꾸만 ‘이직 버튼’을 누르려는 내 손을 막는다.
민심도 먹심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직원들과 빙 둘러앉아 나누는 이 맛,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