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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마담 Aug 27. 2022

그나마 관습적이었으니 망정이지

결혼은 불필요한 자원 낭비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애 낳는 사람은 바보다.‘

유튜브 세상에서 한동안 회자되던 최재천 교수의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은 진화생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지극힌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의 부연설명에 의하면, 새끼를 낳아서 키우기 적당한 환경이 아닌데 ‘마구 낳아서 주체 못 하는 그런 동물은 진화과정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고등동물인 인간이 조금이라도 생각이라는 걸 한다면, 애를 낳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라는 것.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최근 10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며 내린 결론도 동일하지 않았나. 육아와 가사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주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바보가 아이를 낳고 집안에 들어앉을까.


2020년 기준, 대한민국 출산율은 0.837명으로 아이 안 낳기로 유명한 유럽은 물론 일본의 저출산율을 앞지른 지 이미 오래다. 8년째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 그러니, 이런 발언이 여전히 남녀 성대결이나 정치적 발언으로 읽혀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화가 덜된 바보다.


최재천 교수에 의하면 우리 어머니 세대 땐 어떻게 먹고살지 계산하며 결혼하는 사람이 없었다.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좋으면 일단 결혼하고, 살면서 같이 고생했다. 하지만 지금 세대는 너무 똑똑해져서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계획이란 걸 한단다. 집 한 채 없이 시작하면 매달 대출 이자가 얼마고, 맞벌이더라도 이런 재정 상태라면 아이를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기를 수 없을 거고, 한 아이 대학까지 보내는데 5억이 넘게 든다는데 그러면 노후 자금은 어떻고... 그러다 보면 인생이 너무 불행해질 게 뻔하니, 결혼은 힘들겠다 혹은 아이는 낳지 않겠다, 땡!


결혼에 대한 각종 여론의 응답률만 봐도 알 수 있다. 꼭 결혼을 해야 한다는 남자들이 간신히 절반을 넘는 반면, 여자들의 경우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비율은 간신히 30% 대를 넘는데, 연령대를 20-30대로 낮추면 그 수치는 다시 10~20%대로 떨어진다고 한다.


불과 20년 만에 이 세상은 이렇게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 변화가 믿기지 않아 내가 유일하게 알고 지내는 20대 후반 여자에게 결혼관에 대해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 생각은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없다.
그러니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될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여자만 바뀌었을까. 아니다. 결혼관에 대해 심층 보도한 어느 신문에젊은 남자들의 결혼관을 이 한마디로 대변했다. "왜 내가 힘들게 번 돈으로 마누라랑 새끼 먹여 살려야 하나요?"


그러니 함께 고생할 생각도, 함께 불행할 생각은 당연히 없는 두 남녀에게 결혼은 얼마나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일까.


요즘 젊은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그나마 관습적이었으니 망정이지. 나처럼 어디서 요즘 젊은 남자들 얘기나 듣고 왜 내가 힘들게 번 돈으로~ 운운하며 집구석에 들어앉겠다고 하면 어쩌나. 연애하면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고, 여차하면 남자 대신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당연했던 나에게, 이제와 남편이 아내를 생활전선에라도 등떠밀어 내보낼까 봐, 나는 걱정하는 것이다.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상한 겁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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