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아선 정말 지구가 망할 것 같다. 아니, 지구가 아니라 인류가. 인간이 많아도 너무 많다.
1세기 지구상 인구는 2~3억 명 정도로 추정한다. 그 후 1800년대까지 10억 명 정도로 완만히 증가했다. 하지만, 산업혁명(1880년)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인구는 현재 77억 명. 100년에 평균 2천명씩 늘어났던 인구가 최근 100여 년 동안에만 무려 60억을 늘렸다는 얘기다. 체감이 되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초딩용 퀴즈 하나를 풀어보자.
집 앞 연못에는 하루에 2배씩 자라는 연꽃이 있다. 연꽃이 연못을 다 덮으려면 꼬박 20일이 걸린다. 이 연꽃이 연못을 절반만 채우는 데는 며칠이 걸렸을까?
아마도 우리의 직감은 20일을 '절반'으로 나눈 10일!이라고 외치고 싶겠지만... 땡! 정답은 19일, 바로 하루 전이다. 이런 식으로 인구는 100년쯤 전에 10억이었다가 지금 77억이 되었고, 다시 2050년 이후 아무리 일부 국가들이 출산율을 제한한다 해도 100억에 육박할 것이고, 에 또... 그러다 보면 인간이 더 이상 손써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임계점을 넘어 그때는 땅을 치고 후회해봐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인류 멸망 시나리오들이 말하는 공식이다.
'지구 온난화' 역시 시작은 산업혁명. 농업혁명이 시작된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온도는 평균 4도 정도 상승했다. 문제는 가속도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무려 1도가 올랐다. 이 정도 속도로 계속 가다간 2030년엔 북극 빙하 다 녹고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가 물에 잠긴다. 우리나라? 부산은 물론이고 서울과 김포공항도 다 침수 예정이라고 한다. 8년밖에 안 남았다.
때문에 요즘 유튜브만 열었다 하면 온통 지구 멸망, 아니 인류의 멸종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다. 인간은 이미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해 지구를 너무 많이 착취했으며, 산업혁명 이후 배출한 인간과 탄소만으로도 포화 상태며,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조건 덜 배출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윤 추구와 자국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기업과 국가가 얼마나 기후 협정을 잘 이행해 줄지 의문이라는 것. 그러니 인류세 최대 포식자인 인간의 멸종은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수많은 인구 문제와 기후 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다음과 같은 기사 앞에 눈길이 멎는다.
올해 탄소 배출 1위 스타 “애인 만나려 전용기 띄웠다" - 택시처럼 전용기를 이용하는 스타들 (PLENET TIMES, 2022년 8월 16일 기사)
최근 영국의 한 마케팅 회사가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자가용처럼 몰고 다니는 경비행기와 그들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조사해서 발표했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1위를 차지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고 환경단체에 막대한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녀가 남자 친구인 영국 배우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수시로 전용기를 띄웠다는 거다. 이렇게 한해 그녀가 공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총 8293톤!
8293톤? 다행히 기사들은 우리 같이 천문학적인 숫자와 친하지 않은 인간들을 위해 꼭 비교급을 넣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8293톤은 일반인 평균보다 1184배 많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사를 읽고 나면 나 같은 평민들은 그만 샐쭉해지곤 마는 것이다.
일회용 용기를 줄이기 위해 배달 음식을 시켜먹지 않기 위해 애썼던 어느 저녁 한 끼와, 귀찮음을 무릅쓰고 비닐 라벨을 떼어내고 깨끗하게 씻어 분리배출했던 지난주 콜라 병과, 갑자기 여름 날씨로 변해버린 엊그제 오후 잠시 에어컨을 틀며 느꼈던 내 죄책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