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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마담 Sep 28. 2022

젠장, 그 속을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내가 아이를 무서워하는 이유

젠장, 그 속을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아이를 좋아하세요? 누군가 나에게 물으면 늘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아이를... 무서워해요."


결혼 전에도 아이에 대해 별 감흥이 없었다. 특별히 좋지도 싫지도 않았지만, 약간 귀찮은 존재, 정도? 관심도 없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영역이었으니, 그래, 두려움에 가까웠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꾸는 꿈에도 꼭 아기가 나왔다. 아기를 안고 이고 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나. 나는 계속 아기를 잃어버리고, 안고 있다가 떨어트리고, 아니면 아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꿈속에서 녹초가 되어 있다. 나에겐 아기 꿈이 일종의 가위눌리는 꿈인데, 갑자기 너무 궁금해지네. 다른 사람들 꿈속에서 아기는 어떤 의미일지? (여러분이 가위눌릴 때는 누가 등장하나요?)  


아기가 왜 무서울까, 생각해 보니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서다. 으엥~하고 우는 게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건지, 으엥 으엥~배가 고프다는 건지, 으엥 으엥 으엥~ 졸리다는 건지 젠장,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 나는 일단 아기를 안았다가, 젖을 물려봤다가, 기저귀를 열어봤다가, 흔들의자에 앉고 재워봤다가, 모빌 아래 눕혀 봤다가, 까꿍과 곤지곤지와 잼잼을 해봤다가 ... 그래도 안먹히면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데리고 나가곤 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으엥, 소리에 맞춰 수행한 과제가 그 녀석의 요구에 딱 맞춘 건지, 아님 그 녀석이 대충 나를 봐준 건지, 아님 저도 모르고 그냥 해본 추임새에 나 혼자 장단을 춘 건지, 지금 생각해 봐도 전혀 모르겠다. (여러분은 으엥~의 의미를 잘 아셨나요?)


그리고, 여기 '예측불허'의 왕중왕전이 있다면 단연코 압도적 몰표를 받게 될~~~ '사춘기' 아들 심리가 있다. 대체로 아래와 같이 3단계로 전개되는데(물론 현실에 훨씬 더 길고 지루한 옥신각신이 이어지고 결정적으로 나이트매어처럼 무한반복됨) 무엇이 포인트인지 한번 맞춰 보시라.


[등교하기 전]

엄마~입을 옷이 없어. (그러니까 지난주 옷 사러 같이 가자니까~!)

사러 가는 건 귀찮고. (어쩔 수 없으니까 오늘은 그냥 있는 거 입어!)

아무 거나 입고 가는 건 싫단 말이야! 

[치과 치료 중]

이 아파서 씹는 건 못 먹겠어. (그래서 죽 끓여놨잖아)

죽은 맛없는데... (그럼 뭐 해줄까?)

나 그냥 치킨 먹을래! 

[학원 등원 전]

대학은 가야 될 거 같아. (그럼 열심히 공부하러 다녀야지)

하지만 학원 다니는 건 너무 힘든데... (자꾸 빠질 거면 그만두던가!)

싫어, 그래도 공부는 잘하고 싶단 말야.


(포인트는? 딩동댕~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입니다!) 


사춘기 아들놈 때문에 미치겠다고, 대체 어디다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느 날 내가 하소연을 하자, 친정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쩜, 니 아버지랑 똑같니."

좋은 건 놓치고 싶지 않은데, 대가는 치르기 싫고. 이 장단 저 장단 다 맞춰주다 보면 꼭 끝에 가서 버럭 화내고, 결국은 자기 멋대로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강아지들은 얼마나 뻔한 동물인가! 가타부타 말 한마디 할 줄 모르지만 늘 속이 훤~하다.    

밥그릇을 긁어 바닥에 패댕이치면, 사료 다 먹었으니 채워달란 소리다.

내 옆에 슬며시 다가와 손을 툭툭 치면, 배를 긁어 달란 소리다.

계속 쳐다보거나 계속 좇아 다닐 땐, 무조건 나가면 된다. 산책이다!


물론 강아지들도 온몸으로 다양한 카밍 시그널을 보낸다. 하지만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이 세 가지뿐. 헤아릴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 세 가지에만 맞춰주면 어느 정도 견주 노릇이 가능하다. 평균 이상은 될 수 있다.

 

그러니 인간들아. 선택을 하고 대가를 치르던가. 아님 말을 말던가. 이랬다 저랬다 제발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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