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좋아요. 저는 믿지 않으니까요
운명은 아가씨 몫으로 어느 정도 행복을 준비해 놓았지...
손을 뻗어 그것을 차지하는 건 아가씨 몫이야. p.372
로체스터가 잠시 집을 비운 저택에 점을 치는 이상한 집시 노파 하나가 찾아온다. 아가씨들은 하나씩 그 노파에게 불려 가고, 제인 또한 호기심으로 그의 앞에 섰다. 하지만 그녀는 노파의 끈덕진 질문에도 자신은 그런 류의 미래에 대해선 궁금하지 않으며, 노파의 말을 믿을 만큼 바보도 아니라고 말한다. 노파는 단호한 그녀의 이마와 눈매를 찬찬히 뜯어보고 그녀의 섬세한 감수성과 이성, 당당한 영혼과 자존심을 한껏 칭송하는가 싶더니 돌연, 불빛 아래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그의 이야기에 홀려 귀 기울이던 제인도 그의 변한 억양과 몸짓, 미끈하고 유연한 손, 새끼손가락에 빛나는 굵은 반지를 보고서 그가 누군지 깨닫는다.
그것이 바로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빛이 어떻게 판단을 하느냐. 그러니까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최단 거리라는 것을 빛이 '알고' 간다는 것인데, 어떻게 빛이 '아느냐', 이 문제는 철학적인 용어로는 텔로스 Telos'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텔로스는 목적, 본질이라는 뜻입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p.54)
당신은 빛의 굴절을 인과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데만 익숙해 있어. 수면에 도달하는 것은 원인이고, 그 방향이 바뀌는 것은 결과라는 식이지. 페르마의 원리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빛의 행동을 목표 지향적인 표현을 써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야. 마치 광선에 대한 계명의 느낌이랄까. '네 목표로 갈 때는 도달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최대화할지어다' 하는 식으로 말이야." (<당신 인생의 이야기> p.19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