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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울이 어린아이일 때

- 여는 글

by 쏭마담


세계 보건기구(WHO)는 2020년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은 코로나 19를 예측하진 못했지만, '우울증'에 대해선 몇 년 전부터 이렇게 예측하고 있었다.

2020년 우울증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 중 1위가 될 것이며
21세기 인류를 가장 많이 괴롭힐 질병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가. 우울증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이 사회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의지박약'이나 '마음의 감기'처럼 가볍게 취급하는 사람에서부터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결핍'에 의한 명백한 질병이라는 인식까지.


중요한 것은 우울증이 전 세계 인구 15%가 경험해본 흔한 질병이기도 하지만, 환자의 10~15%가 자살하는 심각한 질병이라는 점이며, 지금 확실히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우리나라는 어린아이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다. 다음은 김누리 교수의 세바시 강연의 한 토막.


우리나라는 청소년 자살률이 전 세계 평균의 3-4배 많은 1등이에요. 1년에 평균 250명의 아이들이 자살합니다. 더 끔찍한 건, 청소년의 1/3이 상시적인 자살충동에 시달린다는 거예요. 그 이유는 대부분이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고요. 경쟁으로 몰아넣어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낸 거예요. 청소년뿐이 아니에요. 어린아이가 우울한 나라예요. 나는 아동 우울증이란 말 자체가 너무 신기했어요. 검은 백마. 이런 말이 성립해요? 형용모순이라고 하죠? 어떻게 아이 앞에 우울이란 말이 붙을 수가 있어요? 아이라는 건 온 세상이 다 놀이터고, 모든 게 장난감이고 호기심의 대상인데... 우울할 틈이 어디 있어요? 그러나 한국의 아이들은 기적적으로 우울합니다.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 놓은 거예요.


우울증을 앓아본 적은 없지만, 우울감 언저리에서 오래 맴돌아 본 적은 있다. 그때 한 가지 사실은 알 것 같았다. 우울이 우울감으로, 다시 우울증이라는 질환으로 진단받기까지 분명 여러 단계가 있으며, 그 어디쯤에서 일찍 발견하기만 한다면 질환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게 어딘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은 모른다. 그저 내가 어렴풋이 아는 것은 우울도 자라난다는 것. 인간이 성장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점점 또렷해진다는 것. 어떤 사람에겐 예술적 영감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에겐 질환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러니 - 이건 아주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우울이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그 어린것들을 조금 더 잘 보듬어 성숙시키는 과정 중에 혹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그렇게 공부하며 정리해 보는 페이지다.



[유튜브] 반교육의 나라에서 벗어나려면 ㅣ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저자 ㅣ세바시 11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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