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눈사람아

겨울이 시작되었다

by 쏭마담


첫눈이 내렸다.

춥다는데도 한밤중에 기어이 테라스로 나가 눈사람을 만든다.


집안에서 꼼짝 않던 엄마는 아침이 되어서야 테라스에 앉아 한밤을 지새운 꼬마 눈사람을 바라본다.


OO야, 눈 떠!

눈뜨라니깐. 사진 찍게!


아니야, 엄마.

눈사람도 눈감았잖아. 이렇~게!


찰칵, 맑고 차가운 바람.

겨울이 시작되었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는 자신의 또 다른 책에서 어린 시절 자신이 경험했던 천국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형이 양철통 뚜껑을 이끼로 덮은 다음 잔가지와 꽃들로 장식한 장난감 동산 내지는 장난감 숲을 놀이방으로 들고 온 적이 있었다. 그것이 내 최초의 미적 경험이었다. 진짜 정원이 하지 못한 일을 장난감 정원이 해냈던 것이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자연을 인식하게 되었다. 형태와 색의 창고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이슬을 머금은 자연, 서늘하고 신선하고 풍성한 자연을 말이다. 물론 그 순간에는 그 인상이 그렇게 중요하게 와닿았던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곧 중요한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땅에서 사는 한, 내가 상상하는 천국의 모습에는 항상 형이 만든 장난감 동산의 모습이 얼마간 깃들어 있을 것이다. (<예기치 못한 기쁨> p.17


우리도 어린 시절 많이 해보았죠. 자연에서 모은 흙, 이끼, 나뭇가지, 꽃, 풀 등을 모아 우리가 사는 자연을 다시 작은 크기로 재현하는 만들기 활동.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계를 그저 작게 축소해 놓았을 뿐인 그것의 어떤 점이 우리를 매혹시켰던 걸까요? 소유나 지배의 의미는 아니었을 겁니다. 만드는 기쁨이었겠죠. 내 손끝에서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창작의 기쁨. 어쩌면 그걸 창조주의 기쁨이라고 말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아이는 눈사람을 만듭니다. 눈으로 그 많은 것 중에 하필 사람 모양이네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다는 도형 두 개를 가지고요. 원.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완벽한 모양이죠. 그리고 그 위에 눈, 코, 입을 붙입니다. 인간의 얼굴입니다. 자기 모습을 따다 만들기라도 하는 걸까요? 목적을 둔 손놀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건 아이가 만난 첫 세상, 눈을 뜨고 가장 많은 시간 쳐다본 세상, 엄마 아빠의 얼굴이 아닐까요?


그는 저절로 그런 형상을 만듭니다. 신이 인간에게 준 자연이라는 재료를 가지고요. 눈 내린 이 아침, 신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너희도 아름답게 한번 만들어보라고, 그 창조의 기쁨을 함께 누려보라고. 아이는 눈앞에 펼쳐진 자신의 캔버스 위에 어떤 형상을 생각해 냅니다.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어떤 것을요. 신의 형상을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봐도 본 적이 없는 신을 인간이 무슨 수로 떠올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때 떠오른 얼굴이 엄마 아빠입니다.


신은 인간을 빚고, 인간은 아이를 빚고, 아이는 다시 신을 빚습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신의 대리인이자, 매개체입니다. 그렇게 아이는 부모를 통해 신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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