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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선택되어짐

김춘수 '꽃'

by 디케이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하는 일들에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일 수도 있고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일 수 있다. 어떤 선택이 가장 현명하고 바람직한지는 미리 알 수 없지만 그 결정 또한 쉽지는 않다. 그래도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내가 많은 부분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위치는 좀 다르다. 선택이 되어져야만 비로소 그 쓰임과 어떤 연속성을 보장받고 인정받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어디서나 선택이 되어져서도 내 가치를 증명해서 인정받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성에게 선택 되어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다해서 자신을 뽐내야 하고, 사회에 첫발을 잘 내딛기 위해서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모든 에너지를 짜내어서 내 능력을 보여주며 선택 되어져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얻은 일터를 떠나 다른 일을 얻을 때도 선택받기 위해서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하고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선택 되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나도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선택 되어지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며 실행에 옮기고 있고, 투자유치를 위해서 회사의 모든 능력과 잠재력, 운까지 끌어다가 투자자에게 선택 되어지려고 어필한다.



이런 모든 노력들이 선택이 되어지기 위한 행위들이 아닐까? 언제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선택되어지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이성, 직장, 이직, 프로젝트, 돈, 고객, 투자 등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위치이거나 선택 되어져야 하는 위치에서 오늘도 하루를 살고 버티고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김춘수님의 시. 꽃이 갑자기 떠올랐다. 슬프고 애잔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갑자기 더 생각이 난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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