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건축의 정수, 판테온
로마는 곳곳이 유적지로 가득합니다. 좁은 골목들을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보이는 건물들이 모두 오래된 유적지 같아 보입니다. 로마에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 '판테온'을 향해 골목들을 지나서 다가갔습니다. 판테온은 로마의 중심에서 고대 로마 제국의 심장처럼 우뚝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신비로운 외관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판테온의 모습이 보였을 때, 누구나 그 웅장함과 역사적인 깊이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고대의 건축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철학과 리더십의 교훈은 현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판테온은 기원전 27년에 처음 건축이 시작되었지만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형태는 서기 118~128년에 하드리안 황제의 명령으로 재건된 것입니다. 무려 1900여 년 전에 재건된 것입니다. 이 건물은 로마의 전통적인 신전 형식을 따르면서도 고대 건축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구조를 자랑합니다. 건물의 웅장함에도 놀라지만 특히 가장 인상적인 점은 완벽한 원형 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돔의 지름과 높이가 각각 43.3미터로 철근이 들어 있지 않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돔입니다. 이 돔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돔의 중앙에 있는 오쿨루스는 하늘의 신과 연결되는 통로로 신의 눈을 의미한다고 전해집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은 신성함을 강조하며, 그 빛이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상징이 된다고 합니다. 돔의 크기와 구조는 고대 로마의 건축 기술이 도달한 절정을 보여주며 자체 하중만으로 유지되는 이 돔은 고대 건축 기술의 혁신을 상징합니다. 보면 볼수록 미스터리 한 부분이 참 많은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판테온은 원래 모든 신을 위한 신전으로 건립되었으며, 이름 그대로 '모든 신들의 집’'을 의미합니다. 로마 제국이 확장되면서 다양한 신들이 숭배되었고, 판테온은 그 모든 신들을 기리기 위한 성스러운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서기 609년, 판테온은 성 마리아와 순교자들의 성당으로 변모하며, 그 역사적 의미는 교회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교황 보니파시오 4세는 판테온을 성 마리아와 모든 순교자들의 성당으로 지정하면서 이 건축물은 종교의 상징을 넘어 교회로서 신앙의 중심지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전환은 판테온의 역사적 의미가 시대를 넘어 새로운 기능과 목적을 가진 공간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판테온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로 설계되었습니다. 영속적인 건축이란 영원히 변화하지 않는 형태를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시대와 사람들에 맞춰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본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드리안 황제는 판테온을 재건하면서, 자신이 제국을 이끌었던 리더십의 지속성을 각인시키고자 했습니다. 건축물 자체가 그의 통치가 후세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원하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 건축물은 단순히 당대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는 영속적인 형태로 설계되었습니다. 판테온은 혁신적인 건축 기술을 통해 고대 로마의 권력과 지혜를 드러내고 그 형태와 상징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의 건축가와 리더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판테온은 그 리더십의 혁신을 담고 있으며 그 본질을 오늘날까지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판테온의 영속성을 느끼며 나는 라파엘로를 떠올립니다. 이 위대한 르네상스 거장은 1520년 4월 6일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그의 마지막 안식처는 여기 바로 판테온입니다. 그의 묘비는 판테온의 내부에 놓여 있으며 '라파엘로는 평생을 예술에 바친 사람'이라는 문구로 그를 기리고 있습니다. 라파엘로는 판테온에서 영원히 잠들며 그의 예술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오늘날, 판테온은 여전히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고대 건축물이라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판테온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역사적, 건축적, 철학적 의미 때문이지 않을까요. 판테온의 완벽한 원형 돔은 오늘날까지 건축학의 아이콘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 건축의 기술적 절정일 뿐만 아니라, 현대 건축가들에게도 여전히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는 판테온은 그 기독교적 상징성 외에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처럼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그 역사적 의미와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