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의 두 번째 이야기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회사'라는 공동체로 맺어진 인연은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서 보통의 인연과는 조금 다르다.
그 인연의 끝이 '지금'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ㅇㅇ과장이 퇴사를 한다고 하네요"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다. 보통 좋은 얘기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본부장님에게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개발팀 과장님이 퇴사를 하신다. 이번에는 내가 잘 모르는 분이다. 몇 번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고 따로 회의를 함께 진행한 적도 없다. 퇴사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라고 한다. '이직도 아니고 건강상의 문제라니...' 분명 나보다 어린 친구인데 건강 상의 이유라.. 덜컥 겁이 났다. 잘은 모르지만 오가다 인사를 나누었을 때 그의 인상에서 충분히 신뢰가 느낄 수 있었기에 퇴사 이유가 거짓말은 아니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건강상의 이유라...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포함한 임직원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회사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가장 기본적으로 바라고 원하는 바이다. 즐거우면서 보람까지 느끼면서 회사 일을 한다는 게 이제는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적어도 아프지는 않아야 한다. 몸도 마음도. 그런데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라니..
하루 종일 여러 생각이 들었다. 팀장이나 본부장에게 그가 어디가 아픈지 어떤 질병이 있는지 상세히 물어봐야 할지 그냥 모르고 있는 게 나을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냥 마음만 불편할 뿐이다.
나는 회사 대표지만 회사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일들을 모두 알 수도 없고, 뭔가를 알기 위해 파헤치기 시작하면 오히려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도 있다.
하지만 직원의 퇴사 이유에 대해서는 솔직한 얘기를 나누고 싶고 가능하면 이유도 알고 싶다. 아프면 어디가 아픈지, 무엇이 문제인지. 그냥 사직서에 간단한 '서명' 하나로 모든 것을 덮고 싶지 않다. 아직은....(내년엔 꼭 인사팀을 구축해야겠다.)
사직서에 간단히 '서명'을 하면 그 친구는 곧 회사를 떠날 것이고 나는 떠나는 직원의 건강 문제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인지, 업무와 건강의 관계가 있는지 등을 절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 사소한 병들로 자주 아팠던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혼자서 앓았을 뿐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의견을 나눌 수도 없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면 건강 문제도 소홀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열심히 살았던 거 같다. 그게 맞는 건지 아닌지도 모른 상태로. 그래서인지 창업 후 제일 먼저 실행한 것은 '시간관리'와 '건강검진' 이였다. 아프면 무조건 쉬고,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시간관리를 하기를 바랐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스스로 건강 상태를 알고 챙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아무튼 또 한 명의 직원이 퇴사를 한다. 특히 개발자가 퇴사를 하면 다른 개발자들에게 업무 증가에 따른 부담이 증가될 것이다. 아직 채용 시스템이 따로 존재하지 않은 우리 회사는 공개채용이나 에이전시를 통해서 채용을 하는 것이 전부다. 채용까지 물리적 시간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또한 능력이나 인성의 검증도 참 어려운 부분이다. 직원의 퇴사, 그로 인한 남은 사람의 업무 증가, 빠른 채용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활용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하루였다.
내가 직원의 퇴사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회사로 맺어진 그 '인연'을 너무 가볍게 놓고 싶지는 않다.
방법이 뭔지 모르지만 찾고 싶다!
그래서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오늘, 혼자서 소주 한잔 해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겼다.
'빨리 가려하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듯이 중소기업에서도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은 중요하다. 파트너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실행하고 협력을 할 것인지에 따라서 전략도 달라진다. 우리 회사는 회사 업무 협업 차원에서 파트너사가 있고 나와 개인적 친분으로 맺어진 파트너사가 있다.
오늘,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비즈니스 협업 차원에서 새로운 업체 대표를 만났다. IoT 보안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의 대표였다. 회사를 설립한 시기도 우리와 비슷하고 같은 지역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투자를 받고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가려고 하는 모습도 나와 비슷했다. 대표 개인의 성향이나 경영 방향은 좀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처지임에는 분명했다.
"어떠세요? 투자도 받고, 실적도 내야 하고, 괜찮은 직원도 뽑아야 하고. 고민과 할 일이 많죠?.", "네 쉬운 부분은 아니네요."
잘 아는 사이가 아니면 편하게 얘기를 하지 않은 나와 다르게 그는 거침없이 이것저것 나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똑같이 힘들어하고, 내가 겪고 있던 어려움, 풀어야 할 도전들에 대한 영역은 다르지만 그 결은 비슷했다. 저녁을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더 많은 얘기를 하고 더 소통할 수 있었다.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을 하고 서로 비즈니스 조언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서로 얘기하자고 하고 서로 헤어졌다.
'이 분과 비즈니스 협업은 성사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일도 비슷하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유사한 길을 가고 있는 회사들끼리는 협력이 오히려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시장에서 서로 경쟁을 하는 관계가 아니어도 가시적인 협력으로 가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경험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대표들에게 (완벽한) Win-Win 비즈니스는 쉽지 않은 것 같다. 0.00001%의 미비한 이익이라도 더 가져가야 한다는 심리적 원인 때문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먼저 주는 사람이(혜택을 베푸는 사람) 결국은 더 많은걸 얻게 된다고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참 어렵다. 그래서 서로 규모가 전혀 다른 회사나 잘 모르고 잘 통하지도 않는 회사랑 갑자기 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융합의 시대다. 힘을 합쳐서 함께 시간을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도 높고 비즈니스 영역에서 포지션도 더 강해진다. 내가 힘을 조금만 내면 서로 윈윈의 모습으로 협력이 될 텐데 그 힘을 조금 내기가 아직도 참 어렵다. 다른 회사와의 협업은 무조건 필요한 영역이다. 언제쯤 먼저 힘을 낼 수 있을까. 그 시간이 다른 회사와 실질적인 '협업의 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어. 왜 갑자기 퇴사를 한다고 하지...'
이제는 안다. 이유 없는 퇴사는 없다는 것과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회사 생존에 대한 운영이 우선인지, 직원의 만족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직까지도 그걸 명확히 모르는 대표이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안다. 다만 실행으로 옮기는 용기가 보족한 것뿐이다.
CEO 일기 다음 시간은
Ep12. '2021년 4월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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