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직원을 못 믿는 게 아니라,
나를 못 믿는 것.

CEO Ep. 10. 2021년 4월의 첫 번째 이야기

by 디케이
"대표님! 이제 곧 미뤄졌던 계약들이 성사될 것 같습니다."
"네. 잘 살펴봐 주세요"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왜 저런 자신감을?? 그러다 결국 여러 이유로 잘 안되었다고 얘기를 하겠지!!'


영업부서에서 월 초부터 긍정적인 보고를 하지만 믿지 않았다. 어떤 신호에서도 단기간에 계약이 이뤄지거나 상황이 호전될 신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도 잘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얘기를 한 것일 텐데.


결국 직원의 말을 못 믿는 게 아니었다. 그들을 믿으면 안 된다는 내 안의 뭔가가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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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 분기의 첫 달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꽤 많은 계약이 성사되고 계약건에 대해서 추가 프로세스를 진행하느라 영업부서, 개발부서, 지원부서 등 모든 부서가 정신없이 바빠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인력을 뽑고 나름 투자도 하여 과감하게 준비한 정부 사업은 특별한 이유 없이 미뤄지고 있고(3월쯤 계약이 되어야 하는데 이달은커녕 다음 달도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그 외 사업들도 지지부진하다. 계약이 우선 진행이 되어야 매출이 발생하는데, 계약이 늦어지면 매출도 늦어지고 결국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전체 회의를 해야 하나? 좀 더 기다려볼까?'


회의를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쩌면 회의를 통해서 'CEO가 이렇게 불안하니 좀 알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일지 모른다. 회의를 하지 않기로 하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나는 회사의 CEO로써 여러 미래 상황을 예측을 하고 나름 준비를 해서 비즈니스를 잘 이끌어가려고 항상 노력한다. 생각한 대로 진행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은 결과까지 좋지는 않다. 그래서 지금은 직원들의 보고나, 스스로 준비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예상의 30 퍼센트도 믿지 않는다. 예측을 전혀 믿지 않기보다는 판단과 기대를 보수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대신 70퍼센트를 '대처'에 집중을 한다. 긍정적인 예측이 모두 맞으면 정말 좋지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기운이 들면 그땐 모두 대처 모드로 바꿔야 한다.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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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일상생활에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이 일어나지만 특히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더 다양한 변수들이 보다 많이 발생한다. 통제가 가능한 변수들과 그렇지 않은 변수들이 다양하게 일어난다. 나는 어떤 변수가 통제 가능한 변수인지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통제 가능한 변수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통제 불가한 변수는 노력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우리가 야심 차게 준비하고 높은 실적을 예상한 정부사업은 정부 기관에서 사업을 holding 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사업을 빨리 진행하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빨리 사업을 하자고 재촉하는 요청을 하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우리와 함께 협업으로 사업을 하기론 한 기업들에게 사업이 늦어지고 있지만 흔들림 없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수 있도록 믿음과 신뢰를 심어 주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것이 우리 회사가 집중해야 하는 통제 가능한 변수인 것이다.


"정부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잘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 정부사업은 계속 연기가 될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소연' 같은 의미 없는 것들 뿐일 것이다. 생각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달이 아니라 몇 개월 뒤에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업이 시작하는지, 시작하기 전 변화가 일어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중소기업에서 예상한 매출이 몇 개월 늦어진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 기간 동안 비용은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아주 작은 회사인 경우 몇 개월의 매출이 변동이 생기면 회사 문을 닫는 경우까지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사업의 지연이 더 민감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이 사업이 늦어져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니 다른 대안을 실행에 잘 옮겨야 한다. 작년 말부터 준비한 대안 사업이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사업이었다. 경영기획팀과 영업팀 등 관련 팀이 짧은 시간 혼신을 다하여 잠재고객 62곳을 사업 접수하였다. 대단한 시작이고 대단한 노력에 대한 결과였다.


작년에 시범사업으로 몇 곳을 해본 적이 있어서 자신도 있었기에 올해는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진행한 사업이다. 충분한 대안이 될 것이다. 신청한 사업 중 50퍼센트만 수주에 성공하여도 정부사업이 연기되는 리스크를 충분히 상쇄시켜 줄 것이다.


'데이터 활용 사업'은 경영기획팀 주관으로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경영기획팀은 젊은 친구들로 구성된 팀이다. 물론 사업이 진행되면 사업관리팀, 영업팀 등에서 본격적으로 리딩을 할 것이지만 이 사업을 주관하고 기획한 것은 이 젊은 팀이다. 작년에 야심 차게 구성한 차세대 전략팀이다. 이 팀에서 이 사업을 잘 진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있었고 그 결과 단시간에 60여 곳의 고객을 설득해서 사업 접수를 했다.


'짧은 시간에 62곳의 접수라니!'


놀랄 일이다. 정량적인 수치도 훌륭하지만 이 사업을 하나하나 접수 준비를 하려면 영업팀, 사업관리팀, 기술팀과의 협조를 해야 하고 여러 가지 논의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잘 진행되었던 거 같아 더 기쁘고 신이 난다. 다른 부서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 진행되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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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정부사업의 연기로 분명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음 달은 데이터 활용 사업이 어느 정도 손실을 줄여 줄 것이고 적어도 6월에는 늦어진 정부사업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2사 분기는 영업이익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1사 분기 손실까지도 상쇄하여 전반기를 흑자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게 오늘도 또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가벼운 대표가 된다.


결국 직원들의 말을 믿지 말라는 내 머릿속 나쁜 기운을 아직도 완전히 쫓아 내지 못했다. 나 스스로를 먼저 믿어야 직원들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는 것인데, 아직도 참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조금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앞을 보고 전진하라 한다.

'쉽지 않아! 당신이 해 보라고'라고 하고 싶지만, 내면의 나는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기업은 직원과 대표, 이렇게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위기를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서로가 믿음을 바탕으로 신괴를 쌓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함께 이뤄나가자고 외치는 것보다, 내가 먼저 믿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CEO 일기 다음 시간은
Ep10. '2021년 4월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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