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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leine Jul 01. 2016

03. 이탈리아 여행
'기내 사육'

15시간 기내 사육의 진실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서는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야만 했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누군가는 온몸에 크림을 바른다더라 차라리 서 있는 게 났다.' 등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기껏해야 대만 가는 비행기만 타 본 나는 사실 별 걱정이 없었다. 그래도 평소보다 두꺼운 결혼식 화장을 급하게 지우고 단출하게 수분크림만 슬쩍 발랐다. 스킨-에센스-아이크림-크림 등의 순서로 꼬박꼬박 바르지만 케리어로 모두 짐을 부친 상태였다.'뭐 하루쯤 어때? 어디 잡지에서 보니까 여러 개 바르는 건 오히려 피부에 안좋타'라고 한 말이 떠오르면서 수분크림을 촉촉하게 발랐다. (화장품은 단계별로 바르는 건 꽤나 중요한 수분 장벽을 세우는 일이었다..)


드디어 인천공항에서 무려 카타르 항공에 몸을 싣었다. 창가 자리를 확보했지만 3석이라 제일 바깥쪽은 모르는 이가 앉았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나로서는 꽤,, 불편했지만, 무려 유럽 이탈리아 여행이지 않은가. 이깟 화장실쯤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안대, 귀마개, 양말, 칫솔 등을 준다. 귀여운 기내 필수품 패키지 귀엽다.


약 9시간의 비행이 시작될 거라는 못 알아들을 기내방송이 나왔고, 우리나라 시각으로 새벽 1시 비행기였던 지라 타자마자 모든 비행기를 소등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행기에서만은 빈부격차가 뚜렷하다더니만, 머리 커튼 뒤로 보이는 비즈니스석을 바라보며 불편함과 함께 겨우 잠이 들었다.


이때가 제일 들뜬다. 비행기에 앉아 떠나기를 기다리는 순간 다듀의 에어플레 모드에~ 노래가 귓가를 맴돈다


그리고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밥을 주겠다며 부산스럽게 우리를 깨웠다. 그리고는 뭐라 뭐라 이야기했는데 유일하게 들린 치킨과 비프만 들렸다. 무조건 소소소소!!  비프를 시키고 좌절했다.


문제의 비프 뭐시기, 용기내서 시킨 화이트 와인


뭐랄까 소고기의 수분은 비행기에 다 뺏겼다고 해야 할까? 내 피부처럼 메마른 소고기를 먹고 난 이후부터 나는 피부 건조함을 느끼다 못해 고통을 느꼈다. 퍽퍽한 소고기를 첫 기내식이라며 질겅질겅 씹어먹을 때쯤 승무원들이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어영부영 내 기내식을 처리하고 나니 또다시 소등했다.


이건 기내 사육의 시작이었다. 아직 입안에 남은 소고기를 씹어 삼키며 수분크림을 덧 발라 보지면 소용없었다. 밥 먹고 나니 화장실도 가고 싶고, 비켜달라고 말하기엔 너무 좁고 미안하고 뭐 그런 이상한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면서 그냥 참고 잤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목이 곧 꺾일 것 같은 자세로 겨우 잠들었는데 또다시 깨웠다. 아침을 주겠다며 또 고르라고 했다. 겨우 알아들은 오믈렛을 주문했다.


까끌끌한 입을 물로 겨우 달래고 먹은 오믈렛

받자마자 물을 드링킹 했다. 기내 수분도 부족하지만 체내 수분은 급격히 메말랐다. 원샷하고 겨우겨우 오믈렛을 씹었다. 다행히 부드러웠다. 소시지도 괜찮았고 내가 좋아하는 버섯도 있으니 꽤 괜찮은 아침식사였다. 하지만 기내 사육은 지겨웠다. 자고 일어났더니 화장실도 참.. 용기 내 화장실을 갔다. 비행이 시작된 지 꼬박 6시간 만이었다. 3시간 만있으면 도하에 도착한다고 했다.


화장실 앞에서 처음으로 기지개를 폈다. '하 내리고 싶다. 화장품 바르고 싶다..' 화장실에서 본 기내 사육 6시간 만의 내 얼굴은 거의 뭐 사막이었다. 갈라지고 트고 쌍꺼풀은 3겹. 급하게 세수를 해보았다. 좀 살 것 같은 느낌이 물을 연거푸 얼굴에 퍼부었다. 청량감도 잠시 화장실 문을 닫는 순간 메말랐다.


메마른 피부를 몇 번이고 두들기며 남은 3시간은 뜬눈으로 보냈다. 사실 이제 잠도 오지 않았다. 기내 사육은 그렇게 중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드디어 기내 사육의 중간, 도하에 도착


이탈리아 무사히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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