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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leine Feb 23. 2017

09. 이탈리아 여행 네 번째 도시: 로마_ 바티칸

벅찬 마음을 담아

사실 이탈리아로 신혼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바티칸 시국이 아닐까 한다. 바티칸 시국은 카톨릭 교황국으로 현재 교황이 계시는 곳이기도 하다.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기독교, 건축, 미술, 역사적으로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은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 국가인 바티칸 시국은 엄연한 국가이다. 스위스 근위대가 지키고 있으며 박물관에서는 마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듯 온몸을 검사한다.

바티칸 박물관, 미술관, 성당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방대한 이곳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또 ‘자전거유로나라’를 선택했다.


피냐의 정원 '솔방울 상'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소매치기가 많다는 이탈리아, 바티칸 시국은 무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는 소매치기놈들이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한다는 가이드의 말로 시작된 바티칸 투어.      

투어에 앞서 정원에 둘러앉아 주요 미술 작품과 그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미칼란젤로의 천장화이다.  그중 ‘천지창조’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에 그려진 그림으로  창세기 아홉 장면을 천장 가득하게 그린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제 그린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프레스코 기법은 석회를 금방 발라 젖어 있는 상태의 벽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 처음에 그림을 본 당시 사람들은 조각인 줄 알았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설명을 듣고 실제로 그림을 봤을 때 감동은 몇 배로 다가왔다.


그리고 피에타 조각상, 바티칸 박물관 입장표에도 있는 라파엘로가 그린 ‘파르나소스’ 등에 대하나 설명을 들었다.     

 

바티칸 박물관에 왔다면, 파르나소스 그림 앞에서 인증샷은 필수


바티칸 박물관, 미술관에서는 역주행을 허용하지 않는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지식을 동원하며, 가이드의 무전을 놓치지 않으려고 종종 걸음으로 다녔다. TV나 책에서 봤던 유명 작품, 혹은 이름만 들어 봤던 대단한 작품이 수 없이 내 옆을 지나쳤다. 나의 무지함으로 인해 모르고 지나친 작품도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잘 몰라도 괜찮다. 혹 가이드의 설명을 놓쳐도 좋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경건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느긋한 걸음 속도로 관람해보고 싶다. (혹시나 다시 간다고 해도 워낙 사람이 많아서 가능할지는 의문)      


모태신앙인 남편과 새내기 신자인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느낀 것은 바로 ‘자비의 특별 희년’ 때문이다. 자비의 희년은 신자들이 용서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외된 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도록 25년마다 열린다. 2016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포로 특별히 1년간 열린 경우이다. 사실 이 문을 통과 하려고 멀리서 순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눈물을 흘리며 건너는 이들도 있다. 한번 오기도 힘든 이탈리아에서 운명처럼 만난 희년의 문을 지나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희년의 문앞 광장을 메운 관광객, 순례자


아침 7시부터 시작된 바티칸 투어는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된다. 셍베드로 광장으로 나오자. 희년의 문을 통과 하려는 순례자들과 관광객이 뒤엉켜 장관을 이룬다. 광장에 가만히 앉아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게 해주던 이어폰을 긴 시간 만에 뺐다. 하루 종일 잘 알지도 못했던 작품과 그림의 설명을 들었던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벅찬 마음을 추스렸다. 투어의 마지막. 바티칸 시국에 왔다는 증표인 편지를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시댁어른들과 우리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편지는 1달 뒤 한국으로 도착했다. 가장 작은 도시 국가인 바티칸은 여권 도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일하게 여기서 보내는 편지만이 그 증표를 보여준다.


바티칸 시국을 지키는 근위대


머리로 기억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기억하는 바티칸 시국은 여행지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그곳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교황님의 축성을 받은 십자고상


우리 부부의 이탈리아 여행은 짧고도 긴 7박 9일.

요즘도 우리는 이야기 한다. 이탈리아에 다시 가고 싶다고.

그리고 우리는 1주년 기념으로 프랑스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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