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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leine Jul 13. 2015

부산어묵을 아시나요?

서툴고 느리더라도 정직하게 만드는 소상공인을 응원한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잠깐 서울에 살았던 적이 있다. 서울 사람들은 내가 부산에서 왔다 하면 "사투리로 말해봐", "오뎅이 그렇게 맛있다며?" 이 두 마디를 제일 많이 건넸다. 나는 그때마다 '부산 어묵이 유명하긴  한가보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가난한 피난민의 도시, 부산은 먹을 것이 귀했다. 그래서 딱히 명물이 될만한 먹을거리가 없다. 그나마 유명한 것들인 '국밥', '밀면' 그리고 '어묵' 다 피난민 시절에 만들어진 음식들이다. 그중 요즘 가장 핫 하다는 '부산어묵'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다.


"어묵, 오뎅 도대체 뭐가 다른 거야?" 어묵은 우리가 흔히 먹는 그 어묵을 일컫는 말이고, 오뎅은 그 어묵을 꼬치에 꽂고 탕으로 끓인 탕을 일컫는다.

즉 일본어 오뎅은 어묵탕을 칭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부산어묵에 대해 이야기 하자.

부산어묵은 원.래 유명했지만 그저 추운 겨울 호호 불며 먹던 포장마차 어묵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부산어묵의 대표 업체 '삼진어묵'대표는 “우리의 경쟁자는 다른 어묵업체가 아니라,  베이커리입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삼진어묵 2代 박종수 사장


삼진어묵은 三代가 이어온 부산 향토 기업이다. 창업주 故박재덕은 6·25 전쟁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953년, 66㎡ 남짓한 판잣집에서 어묵을 만들기 시작했다. 설립 당시부터 ‘삼진어묵’은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먹어본 사람은 안다. ‘삼진어묵’의 어묵은 다르다는 것을. 비결은 간단하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만든다.

이것이 창업주의 경영철학이자, 삼진어묵의 정신이다. 창업주의 정직함은 2代로 이어졌고, 3代에 닿았다.


유행 따라 사업을 수시로 바꾸고 프랜차이즈가 대세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3대가 가업을 이어 받는 건 대단한 일이다. 2代 박종수 사장과 3代 박용준 기획실장은 전통을 유지하되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2013년 12월, 오랜 고민 끝에 2代와 3代가 합심해 ‘어묵 베이커리’ 시대를 열었다.


원하는 어묵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어묵 베이커리'


대량생산으로 값 싸고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변화시킨 곳은 1층에 위치한 공장이다. 어묵 공장에 위생 시스템을 도입했고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오픈 주방으로 바꿨다. 매장에는 어묵 장인들과 고민하여 내놓은 60여 종의 어묵을 편하게 고를 수 있도록 진열했고, 인테리어도 카페처럼 바꾸었다. 높은 천장을 활용해 반구형 아치 모양으로 개조하고 어묵 제작 과정을 담은 벽화를 그렸다. 2층에는 어묵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어묵 역사관’을 마련했고, 어묵 만들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도 마련했다.


리모델링 이후 일주일 만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연이어 코레일 부산역사(驛舍) 점을 오픈했다. 입점  첫날부터 단숨에 매출을 올리며 코레일유통 내 압도적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삼진어묵을 사려고 줄 서 있다가, 기차를 놓쳤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줄 서서 사먹는 '어묵고로케'는 삼진어묵의 대표 메뉴이다



자동화 라인이 많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수제라인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반죽을 배합하는 돌절구는 아주 오래된 전통 방식이다. 자칫 힘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돌절구에 반죽을 하면 확실히 맛의 차이가 난다. 작은 차이가 고객의 입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또한 밀가루를 넣지 않고 전분을 이용해 생선살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삼진어묵은 유명해졌다고 해서 덩치 불리기만  급급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프랜차이즈를 할 생각도 없다. 설립 당시부터 함께해온 어묵 장인들과 함께 좋은 어묵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라고 한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삼진어묵' 본점


나는 프랜차이즈 보다 작은 가게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주인만의 개성을 받은 작은 가게들이 모여 시장을 형성하고 경제를 일으키리라 믿는다.  어쩌면 아예 땅을 사서 수확부터 제조까지 다 해버리는 대기업을 이기기에는 벅찰지 모른다. 하지만 어수선하고 조금 느리고, 비싸더라도 우리는 작은 가게를 원한다. 각자의 개성, 가풍이 담긴 제품을 원한다. 나는 조금 서툴고 느리더라도 정직하게 만드는 소상공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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