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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형 Aug 15. 2015

시키기 전에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하기

아이를 키울 때 아이가 스스로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마음이 바람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부모의 노예가 아니고 하나의 인격체이다. 그 말은 자기 스스로의 삶이 있으며 스스로 움직이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데로 움직인다. 이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이 시키는 걸 군말없이 다 한다면 이 자유는 사라지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아이인데 부모 말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건 지나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가 자기 맘대로 모든 걸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꼭 해야 할 일이 있고 하면 안되는 것도 있다. 때로는 어떤 특정한 상황과 시간에 부모가 바라는 게 있을 수도 있다. 그걸 어떻게 시킬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부모의 삶이다. 부모가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는 배운다. 말로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게 훨씬 더 낫다. 그렇다고 마음도 없는데 가식적으로 보여주는 일은 하면 안된다. 그건 아이도 금방 알아차린다. 그런 모습은 오히려 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기를 조종하는 것 같아 더 기분 나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이면 부모가 먼저 그렇게 살아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려면 부모 먼저 책을 읽고 궁금해하고 찾아보는 삶이 있어야 한다. 잘 먹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평소 가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 그것도 맛있게.


그 다음은 뭐든지 즐겁고 재미있게 한다.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도록. 아이는 자기가 못해본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해보고 싶어한다. 허클베리 핀에 보면 벌로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데 아는 아이에게 돈을 받고 그 일을 넘겨준다. 어떻게 했을까? 페인트칠이 무척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비록 속임수에 불과하지만 그게 하나의 방법이 된다. 물론 자주 쓰면 거짓이 들통나고 역효과가 날 것이다. 어제 아이에게 책을 보라고 했는데 거절했다. 그래서 아이 책을 하나 꺼내서 소리내어 읽었다. 발음 연습도 할 겸 읽고 있는데 오랜만에 아이 책을 읽으니 감회도 나고 해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읽는 소리를 들으며 호기심을 보이더니 자기도 원하는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마지막이지만 중요성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게 대화이다. 아이에게 차분하게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한다. 왜 하지 않는지를 물어보고 잘 들어준다. 그 다음에는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답답해하며 그것도 못하냐는 식으로 핀잔을 주면 안된다. 아이는 자기 속도로 하고 있을 뿐이다. 존중해줘야 한다. 자꾸 하기 싫어할 때 부모가 조금씩 도움을 주면 아이는 그 힘에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게 아이에게 힘이 된다. 아이가 스스로 할 때 그걸 인정해주고 귀하게 여겨주는 것도 필요하다. 난 "혼자서도 잘해요"라고 말해준 후에 내가 앞에 것, "혼자서도"를 하면 아이가 뒤의 것 "잘해요"를 하도록 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그 소리는 아이의 자발성을 신장시켜 준다고 믿는다.

만약 하지 않는 게 어려움이 아니라 다른 걸 하고 싶어서라면 인정해준다. 그래도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약속을 정한다. 협상을 하는 것이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후에는 부모가 원하는 것도 한다는 약속. 그런 협상은 아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이는 그걸 진짜 원한다. 강제적으로 시키면 자기는 소중한 존재라고 느낄 수 없지만 협상을 통해 약속을 하면 그 느낌은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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