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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형 Sep 06. 2015

아이들의 질문으로 수업하기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질문에 답하다보면 어느 새 아이들은 삼사오오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수업의 흐름은 끊어지고 다시 돌아오려면 교사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 질문은 매우 좋은 배움의 기회이다. 교사 수준의 설명을 아이들 수준으로 끌어오는 장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게다가 다 같이 생각해봄으로써 더 많은 생각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질문을 개인적인 것으로 보고 거기에 관심을 잘 두려하지 않는다. 아마 모래알처럼 개인화된 탓이 크다. 경쟁으로 인해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경험은 적고 서로를 비교하며 경쟁상대로 바라보는 경험은 축적되어 있다. 게다가 질문보다는 뭔가를 알고 모르는 게 더 중요한 백과사전적 지식축적의 문화가 팽배해 있어 질문을 통한 배움은 낯선 검증안된 시도일 뿐이다.

그래서 질문을 다른 아이에게 돌렸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예? 뭐요?
저 아이의 질문 말이야.
아, 잘 못들었어요.
이런 경우가 많길래 질문은 서로에게 좋은 배움이 된다고 말해주고 나서 다시 그 아이의 질문을 전체로 돌렸다. 질문이 다소 어려워서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의 질문이 생각하도록 만든 기회는 되었다.

교사의 설명보다는 질문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이에게 나오는 것이 더 좋다. 교사는 한 명이고 아이는 다수이기 때문이며 또한 아이로부터 나오는 질문이 배움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교실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교사의 권위에 의존적인 수업보다 교사와 학생 모두 같은 입장에서 서로 배울 수 있는 수평적 입장으로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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