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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형 Sep 26. 2015

교육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공동체를 가르치자.

혁신학교에 온 지 4년이 된다. 그 동안 학교에서 고민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그 성과에 대해 평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변화의 흐름에 삶이 아니라 성적이 중심을 여전히 잡고 있는 아이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부모는 여전히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지, 덜 배우면서 노는 데 한눈파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아 끊임없이 아이를 학원으로 보내 공부하라고 다그친다. 교사도 교과서의 내용을 덜어내고 수업의 다양화를 꾀하며 아이들의 배움을 관찰하며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하기보다 교과서를 따라가며 진도와 평가를 제대로 끝내는데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모둠으로 수업할 때 배움에 집중하며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기보다 교사 중심의 경직된 구조에서 벗어난 것이 마치 자유라도 주어진 것 마냥 친구끼리 잡담하며 하루를 보낸다.


학교를 민주적인 구조로 바꾸고 수업과 평가의 틀을 달리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지금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에서 다른 가능성을 경험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키우고자 함이다. 기성세대가 경험한 무기력을 답습하며 주어진 사회구조 안에서 기를 쓰고 돈을 벌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살아가려는 생존본능 이상을 추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른 걸 경험한 아이들은 강압과 폭력에서 저항하며 가능성을 찾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혁신교육의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학교에서는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회는 불가능하지 않은가? 비록 혁신학교를 통해 새로운 것을 경험했더라도 이미 굳어진 사회문화가 이들을 누르며 따르라고 강요할 때 이들은 저항하며 연대할 수 있을까? 변화를 추구하며 사회의 변혁을 기대하는 마음 한 켠에는 이러한 회의도 함께 들어있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미래를 변화시킬 힘은 가지지 못함을 인정하고 현실의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개혁의 힘을 줄여나가야 하는가? 어차피 변화는 학교 내에서만 가능하니 학교에만 주목해야 하는가? 교육은 결국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 없는 것일까? 이런 회의적 시각 안에는 가능성을 경험하지 못함에 대한 불안과 잘 되지 않음에 대한 좌절이 담겨져 있다. 이런 불안과 좌절은 점차적으로 큰 힘으로 우리는 압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밀려 뒷걸음치는 건 용기를 잃어버린 결과일 뿐이다. 원래 새로움은 기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는 결코 개인으로 환원되어선 안된다. 혼자만의 용기로는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사회는 그런 영웅을 요청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공동체적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 아이들에게 교육해야 할 가장 핵심 중에 핵심은 공동체이다. 개인으로 쪼개어져 모래알처럼 뭉쳐지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적대시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뭉쳐야 변혁을 만들어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함께'의 가치가 아이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래야 거대하고 단단한 사회의 강한 구조에 틈을 만들 수 있고 그 팀에 작은 뿌리가 내려 바위를 조각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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