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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형 Oct 03. 2015

소통과 존중

불안보다는 믿음을 선택하기

소통은 존중에서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판단을 믿고 그걸 앞세우는데 그건 불신에서 비롯된다. 존중은 자신의 판단 이전에 상대방의 생각을 묻고 그걸 인정해주는 것이고 불신은 자신의 판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보고 인정해주는 건 일종의 마음의 여유인데 그런 여유는 불안에서 나올 수 없다. 불안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여유를 만들어내기란 참으로 힘들다. 반면에 자신의 불안이 강압으로 표현되기는 무척이나 쉽다.


이런 사람은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매우 좁은 경험을 갖고 있는데 그건 억압과 강요이다. '안하면 안돼.', '반드시 해야 돼.', '그건 하지 마.', '이유를 묻지 말고 그냥 해.' 라는 말만 들으며 자라온 사람에게는 그 속에서 저항은 아무런 소용이 없고 순응만이 살 길이란 믿음을 갖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순응이 삶의 양식이 되면 자신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기회 앞에 주저한다. 틀리면 어쩌지 하며 불안해하고 누군가 지시를 내려주기를 바란다.


일방적인 명령체계는 상호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통을 불편해하고 제거해버린다. 오직 지시를 정확히 듣고 이행하는 것만 필요할 뿐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삶에서 소통은 불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언제나 남의 명령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는 명령을 하는 권력자가 된다. 남에게 강요된 수동적인 삶을 약자에게 그대로 강요하는 것이다. 결국 지시와 명령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는 폭력이 난무하며 소통이 아닌 불통이 만연한다.


존중은 이와 정반대다. 존중은 명령체계를 거부한다. 일방에서 쌍방으로 바뀌며 수직구조에서 수평구조로 바뀐다. 내가 내린 판단보다 남의 생각과 의사가 더 중요하다. 불신에서 비롯된 의심과 추궁을 거부하고 신뢰와 믿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불신이 일방을 부추겼다면 신뢰와 존중은 쌍방을 부추긴다. 쌍방이 될 때 비로소 소통은 가능하다.


존중, 수평, 신뢰, 쌍방은 모두 비슷한 형제들이다. 이들을 낳는 건 사랑이다. 사랑은 불신을 낳는 두려움을 이긴다. 사랑은 자기보호보다는 자기 개방을 선호한다. 사랑은 나에게서 타인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그렇다고 나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희생하는 삶도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건 의무감이나 보상을 바라는 마음만 남게 되고 결국 피해의식으로 자신을 채우게 된다. 사랑은 나도 타인도 잃어버리지 않고 모두를 연결한다. 나에게서 타인에게로 시선을 옮긴다는 말은 자기 중심성을 벗어난다는 뜻이다. 결국 소통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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