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형 Jul 29. 2015

긍정과 부정

그 의미의 한계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이 두 개의 단어로 평가하곤 한다. 심지어 사람에 대해서도 이 단어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긍정은 좋은 평가로, 부정은 나쁜 평가로 보통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긍정과 부정으로 평가하는 게 불편하게 들렸다. 나의 행동에 대한 평가가 긍정이면 기분이 좋고 부정이면 별로인 내 기분이 상대방의 평가에 구속되어 그것에 내가 좌우되는 것 같아 싫어졌다. 그 경험 이후에 긍정과 부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판단자의 의도나 기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판단자가 의도된 대로 가면 긍정이 되고 의도와 다르게 되면 부정이 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내일 소풍을 가는데 비가 온다는 소식은 부정적인 소식이 되고 날씨가 좋고 이동수단을 잘 구했다면 긍정적인 소식이 된다.


긍정과 부정이 판단근거로 작용할 때 좋지 않은 점은 이것이 이분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제각기 경험과 생각, 축적된 신념 등에 따라 다양한 판단을 하며 해석을 한다. 그래서 서로의 해석과 판단을 공유하면 더 나은 생각을 추구할 수 있고 이는 다양함이 주는 이점이 된다. 이분법은 이런 다양함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함을 경험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폐해는 크다. 거기에 익숙해지면 그걸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한다. 마음이 불편하면 자연스럽게 그르다는 판단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내리게 된다. 그래서 다양한 판단이나 해석을 내리는 걸 거부하고 긍정과 부정의 단편적인 사고에 집착하게 된다.


이것이 사물이나 현상보다 사람에게 내려진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자신의 불편함을 빙자로 상대방을 계속 이분법의 틀 안에 가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자신의 기준으로 속박하는 것은 양자 모두에게 불행을 끼친다. 본인은 상대방에게 배울 수가 없게 되고 상대방도 자기 생각을 말하려면 갈등을 각오하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긍정과 부정의 프레임을 다시 봐야 한다. 간편하고 단순해서 적용하긴 쉬워도 그게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고 삶을 빈곤하게 만든다면 그건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긍정과 부정의 단어로 판단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말하는 습관, 일방적인 판단을 내리기 전에 상대방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학교의 폭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