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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 Apr 14. 2024

'도토리 키재기'가 미치는 영향

'형과 동생의 결정'이 지니는 의미

쌍둥이에게 있어서 '형과 동생의 결정'은 의사 선생님에 달려있다. 그러한 면에서 쌍둥이에겐 형과 동생 구분은 명확하지 않으며, 태생이 아닌 의료진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그럼에도 사회에서는 형이 누구인지 구분하려고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환경에서 '형으로 결정'된 나는 동생을 지켜주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형과 동생에 있어서 뚜렷한 구분이 의미가 없는 쌍둥이인데도 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묘한 일이다.



맞벌이 부모님의 늦둥이로 태어난 우리 형제에겐 가사도우미가 계셨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였던 걸로 추정된다.
당시 나는 떼를 쓰는데 익숙했고, 거절당하면 징징거리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또 징징거리면서 침실에서 베개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그럼에도 나는 당시에 내가 가사도우미께 예쁨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그러한 내 모습에 지쳐서 실망한 가사도우미께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라는 간결한 답으로 그를 받아준 아주머니. 그 짧지만 강렬한 순간을 나는 지금도 회상하곤 한다.

그 표정은 실망과는 거리가 멀었고 놀란 듯하면서도 '알겠다. 네 말을 믿고 지켜보겠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전에 본 적이 없었던 표정과 긴장감이 흐르는 그 묘한 기분을 그때 강렬하게 경험한 듯하다.



만약 거절 당했다면 어땠을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는 아이로 자라지 않았을까?

내가 잘못이 생겼을 때 진심을 다해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려는 지금의 내 태도를 만든 것은, 그 시절 내가 받았던 사랑과 그로 인해 느낀 죄책감에 대한 사과 그리고 가사도우미의 용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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