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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 Mar 16. 2024

게임을 하게 되면서 얻은 문화적 고찰

게임 문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게임과 거리가 멀었던 나


드물지만 가끔 시간이 되면 액션 격투 게임을 하곤 한다. 20대 후반이 되기까지 나는 게임에 흥미가 있는 사람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가상공간에서 진행되는 게임을 왜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런 나도 대학교 3학년이 되고 게임에 빠져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학업 스트레스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에서 얻지 못한 보상을 게임에서 얻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 - 순탄치 않았던 대학생활


대학 1학년


나는 대학입학 당시 학업에 관심이 있었고 무엇보다 학점에 목매어 있었다. 군복무와 3번의 대학입시를 경험하면서 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람에 목말라 있었지만, 평소 엄격한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더 컸기에 동기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학업에 눈을 돌려서 내가 평소 흥미가 있어하는 공부(수학)를 하면서 도서관 열람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당시 나는 그게 잘하는 일인 줄 알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학업에만 집중하고 동기들과 잘 지내려고 하지 않았던 나의 행실이 게임에 빠져들게 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1학년 1학기 성적표


그렇게 1학년 1학기 학점이 나왔다. 나는 스스로 잘하고 있고 그에 대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평점 3.15의 성적표가 나온 뒤로는 생각이 바뀐 듯했다. 성적표 결과 위주로 평가를 받았던 집안 배경을 늘 의식하고 살았고 결국 그렇게 집에서 듣게 된 말은 준수하지 못한 일부 항목(B+, C)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표정과 잔소리였다. 


돌이켜보면, 흥미가 있는 한 과목과 대한 관심과 집착이 강했던 나에게 있어서 1학년 때 받은 그 성적표는 나를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나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결핍을 느꼈고 "나를 잘 표현한 결과가 성적표로 나왔구나. 이대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살펴보면서 자신에 강점 대해 알아보자."라는 긍정적 생각보다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적이 이렇게 나온 것이다. 이런 식이면 안된다.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겠다."라는 식으로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마치고 보통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노력은 보다는 학업을 더 신경 쓰려고 했었지만, 속으로는 사람들이 만나고 싶었고 그로 인해 많이 흔들리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내가 받은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1학년 2학기 성적표

성적을 받았을 때 나는 꽤 자신감에 차있었다. 내가 집중해서 준비한 과목은 잘 나왔고 소홀히 했던 부분은 그 과정 그대로 나왔기에 이제는 조금은 부모님께 인정을 받을 수 있겠건만 하고 기대에 차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실망을 불러오는 법'이다. 1학기 때와 같은 표정으로 나를 맞이하는 부모님을 봐야 했고, 그때부터 자신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대학교 2학년


2학년 학부생 시절은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1학년 때 '부모로부터 나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라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학업에 할애했지만 목표에 조금도 가까지 가지 못했고, 동기들은 친한 부류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 관계가 굳혀지고 있었다. 그런 순간에도 내 생각은 1학년 때와 크게 변함이 없었던 듯하다. 다른 점이라면 전공 외 분야에 대한 탐구를 하고 싶었고 외부 학과의 '일반선택' 과목인 일반생물학 1을 수강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2학년 1학기

2학년 1학기 성적표

그렇게 나온 결과는 1학년 1학기 때와 비슷했고 나는 당시와 같은 반응에 대학생활에 대한 깊은 피로감을 느꼈다. 내가 대학에 온 이유는 '원하는 분야에 대한 탐구와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였으나, 막상 대학에서 시간을 지내보며 느낀 것은 '타인에게 성적표로 평가받기 바쁜 자신',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대학생활에 대한 이질감이었다. '무엇을 위해 대학에 온 걸까'라는 깊은 괴리감을 느낀 나는 그동안 받지 못해서 목말라있던 보상을 찾아서 생전 손에 대본적이 없았던 스마트폰 게임을 접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게임을 접하게 되는 저의 대학생활을 다루는 내용이고 이 뒤부터는 '게임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통해 느낀 바'에 대해 설명합니다.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서 본 사람들


내가 시작한 게임의 장르는 '실시간 팀기반'인 경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보상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목말라 있었기 때문에 혼자 할 수 있는 게임으로는 '보상과 사람'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게임 커뮤니티를 접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소에 내가 만나본 사람들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승패라는 분명한 결과가 나오는 게임들의 비중이 큰 만큼, 정해진 시간 안에 무작위로 팀을 이루어서 진행되는 게임 속에서 사람들의 언행이 꽤 과격해지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한 모습은 커뮤니티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더 큰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유저에 대해 여러 익명 사용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비난하고 욕설을 내뱉은 게시글과 댓글을 흔하게 접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극명하게 승패로 나뉜 게임규정에 민감하고 예민해져 있는 사람들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해외 방송에서 본 게이머의 모습, 그리고 선호하는 플레이 방식에 대한 문화적 차이


글로벌 게임 방송 플랫폼, Twitch


게임을 하면서 나는 자연스레 '트위치'라는 게임방송 플랫폼을 접하게 되었다. 그를 통해 국내 게이머의 방송뿐만 아니라, 해외 게이머들이 어떻게 오락을 즐기는지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즐기는 하나의 게임에 대해 송출하는 여러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국내외의 다른 나라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선호하는 모드에 따른 우리나라와 해외 유저 간 문화적 차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점령지 탈환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모드를 선호하는데 비해,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의 외국 사람들은 시간제한이라는 조건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싫증을 내지 않았고 2개 이상의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원의 협동 능력을 더 중시하는' 모드를 선호했다. 국내 유저들은 뚜렷한 시간제한이 없어서 게임 한판이 늘어질 수 있는 모드에 대해서 무척 불편해하는 것을 종종 봤다. 


그리고 그 모드가 유일한 랭크 전(공연하게 모두가 볼 수 있는 순위판에 영향을 주는 '경쟁 점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모드)의 유형으로 선정되었을 때 국내 유저들의 이탈이 굉장히 많았으며, 이러한 현상은 '아무리 훌륭한 게임모드를 만들었어도 도입에 있어서는 그 국가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혼자만의 역량을 통해 게임을 풀어나가기보다는 같이 협동하는 모드를 플레이하는 외국 유저들의 모습을 해외 방송을 통해 자주 봤었고, 경쟁모드를 통해 무겁게 게임을 즐기는 모습보다는 점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일반모드나 커스텀모드를 통해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해서 함께 게임을 즐기려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접한 해외 스트리머들은 시청자들을 무척 친절하게 대했다. 심지어 처음 보는 한국 유저인데도 그의 방송을 보면서 채팅을 하는 나에게 밝은 미소로 안부 인사까지 하면서 관심을 갖고 방송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도 인상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글을 쓰면서 떠올리게 된다.




게임에 대한 나의 인식


지금까지 이 글을 읽어보면서 독자님들은 우리나라의 게임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나는 게임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쁘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 공간에 대한 제약 없이, 가끔 시간을 내서 즐길 수 있고 게임만큼 뚜렷한 결과를 통해 심리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취미 활동은 그리 많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나쁜 취미로 몰아서 못하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적당한 선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다른 일 또한 고르게 할 수 있게 교육하고 그러한 사회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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