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함께 울어준다.
하늘이 어둡다. 부스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텅 빈 집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멍한 느낌에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한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이내 거울에 물을 뿌리고 의자에 걸려 있던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해가 떨어졌지만, 춥지 않다. 조용하다. 세상에 아무도 없는 듯. 혹은 모두가 알에서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듯.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거리는 어둡지 않았다. 가로등과 신호등, 어디선가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에 은근하게 따뜻하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이 시원하다. 어깨가 젖을수록 몸이 가벼워진다. 한동안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어둡지 않다. 숨을 깊게 들이쉰다. 물방울이 따라 들어와도 개의치 않는다. 머릿속이 편안하다. 시끄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한순간이라도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그래서 하늘이 눈물을 흘려주었는지도 모른다.
몸에 맡겨 걸음을 옮겼다. 가로수를 지나고 차갑게 식은 도로를 지나 공원이다. 길이 넓지는 않으나 혼자 걷기는 충분하다. 피톤치드에 기분이 좋아진다. 길을 따라 공원 깊숙이 걷는다. 무당벌레가 날아와 어깨 위에 앉는다. 내가 진 짐을 나누어 들겠다며 어깨에서 원을 그리고 날아간다. 무당벌레가 날아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흐려진 배경 초점에 벤치에 앉아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흰 스웨터를 입고 포니테일을 한 여자다. 그에게 초점을 맞췄다. 손에 들린 담배. 작은 입에서 몽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턱 왼쪽에 새겨진 흉터. 살짝 든 고개에 하늘을 응시하는 맑은 눈. 벤치로 다가갔다.
한 개비를 얻어 불을 붙였다. 그 이상 말을 걸진 않았다. 얌전히 그녀가 바라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맑다. 집에 갈 시간이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걸음을 돌렸다.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그건 나의 인생과도 같다. 하늘 아래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어쩌면 조금은 아름다웠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