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impsest

Trail?

by 덕구

‘당신은 당신과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건물에 들어서자 아일랜드 테이블 안쪽에 서 있는 남성이 물었다. 이상한 질문에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문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단지 조금 특이한 건물에 이끌려 왔을 뿐이다. 남자에게 몸을 돌려 그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남자는 게임을 권했다. 게임의 룰은 “웃지 않는다.”였다. 간단한 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지 않았다. 나의 어깨너머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의 뒤에 문이 하나 생겼다. 몸을 완전히 돌리자 문이 열리고 남자가 파이팅이라는 말을 속삭였다.


방은 어둠으로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조명이 켜졌고 한가운데 눈사람이 나타났다. 손바닥 크기의 눈사람. 조명에 의해 조금씩 녹고 있었다. 조금씩 일그러지는 눈사람의 눈은 몸이 다 사라지는 순간마저도 웃고 있었다. 눈사람이 전부 녹았다. 대신 그 자리엔 열쇠가 놓여있었다. 녹으로 가득한 약간의 금색을 띄운 열쇠를 들어 올렸다.


조명이 고개를 돌려 앞에 있는 문을 향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조명이 켜질 일은 없었다. 대신 익숙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따뜻하고 포근한 냄새. 한 번도 기억하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던 냄새. 사라질 순간조차 생각해 본 적 없던 냄새. 향냄새로 바뀌었다. 눈물이 새어 나온다. 룰은 ‘웃지 않는다.’ 그뿐. 터져 나오는 눈물을 막지 않았다. 자리에 주저앉았지만 게임은 쉴 시간을 주지는 않았다. 조명이 켜지고 테이블에 놓인 담배를 비췄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담배를 향해 걸음을 떼었다. 차가운 무엇인가 찰랑거린다. 발이 잠길 만큼 딱 그 정도 맑고 투명한 액체가 차올랐다.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알코올에 잠긴 발이 일렁인다. 은은하게 푸른빛을 띄운 알코올이 나를 위로하나 싶었다. 그런 줄 알았다. 은은한 푸른빛에 섬뜩하게 붉은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져 춤을 춘다. 들어 올린 양손목에 가로로 생긴 흉터가 붉은 액체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꿈일지도 모르겠다. 거울도 시계도 고통도 없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게임에서 졌다. 어떤 벌칙이 주어질지는 모르겠다. 알코올을 무시하고 테이블로 다가가 담배를 들어 올렸다.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 와중에도 미소는 사라질 줄 몰랐다. 하늘을 향해 연기를 뱉어 내고 뒤돌아 남자에게로 향했다. 게임을 위해 들어왔던 문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문은 사라졌고 남자 역시 자리에 없었다.

다 무너져 가는 건물을 찾았다.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건물. 아무도 찾지 않을 장소. 삶이 힘들다. 계단이 조각나 파편이 이리저리 맨발을 찔렀다. 술에 취해 고통은 없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그 남자를 만났다. 게임에서 졌고 나의 벌칙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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