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퇴사하고 싶습니다.

첫 입사, 그리고 퇴사.

"저 퇴사하고 싶습니다." 부서장과의 면담을 시작하며 뱉은 말.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했고, 3년 정도 재직한 회사였다.

처음으로 자리 잡은 직장이고, 많은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관련 학과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인하우스 마케터'라는 직업에 대해 나는 아는 것이 너무 없었고, 뒤쳐지고 싶지 않기에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그렇게 2년 정도 근무를 하니, 노력을 인정받아 남들보다 적은 경력, 이른 나이에 승진이 되었다.

나는 내가 '리더'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 일 처리하기도 매일매일 바쁜데 다른 사람의 업무와 회사생활에 대해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쓴소리를 전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어느 순간부터 '초급리더' 자리에 적응하고, 내 일과 동료들의 일, 회사생활에 조금씩은 신경 쓰고 있었다.

동료들은 나에게 파트장이라고 불렀고, 업력이 길지 않은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부담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과거 진행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회사 어디에서든 내 이름이 들려왔다.

나는 쓴소리를 못한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은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들어오는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주고 나서야 내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야근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왜 열심히 살고 있을까?' '쉬고 싶다.'

사실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 내 삶을 본다면 그다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극히 내 입장에서, 최근 2~3년 간 나는 열심히 살았다.

조금은 쉬고 싶다. 한 주? 한 달? 길어져서 한 해가 지나도 크게 문제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 젊고, 내가 잠깐 사회에서 발을 뺀다고 해도 세상은 너무나 평화로울 것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퇴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