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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쩌리짱 Jan 17. 2021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쩨쩨한 사랑은 계속된다

매일 무탈하게 살기와 쓰기

‘다시’라고 해야 할지 ‘이제부터’라고 해야 맞을지 모르겠지만, 올해에는 글을 자주 써보려고 한다. ‘매일 쓰자’는 다짐은 거창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만 더할 거 같아 고이접어 두었다. 그냥 시간이 나는 대로 자주 쓰자고 나를 다독인다. 나름 효과가 있는지 아직까진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은 쓰고 있다. 나로서는 깜짝 놀랄 정도의 변화다


무언가를 쓰고 있는 동안에는 무엇에도 거리길 것 없이 자유로워진다. 뭐든 쓰는 걸 완성했을 때는 아주 순수한 기쁨, 온전한 뿌듯함이 밀려온다. 직장인으로서 회사의 방침에 따라서가 아닌, 딸이나 친구로서도 아닌, 누군가의 누군가로서도 아닌,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가볍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그래서 나는 자꾸 글을 쓰려고 한다. 정확히 이 기분을 표현해내긴 힘들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아지니까. “글 안 써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잖아. 재능이 있다면 진작에 드러나지 않았겠어?" 와 같은 이야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이럴 땐 펭수의 조언이 딱 좋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움이 안 되니 긍정적인 사람들과 얘기하세요.” 


출처_ EBS  <자이언트 펭TV>  /  제 재능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쫌. 


김연수 작가의 <소설가의 일>에는 작가의 외숙모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나이가 몇이든 자신이 스스로 발견한 사랑에 푹 빠질 줄 아는 사람이 주는 에너지라는 게 있지 않은가. 


외숙모는 일흔 살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시를 썼다. 동양화를 배우려고 문화센터에 나갔다가 시 창작수업까지 수강하게 된 것이다. 외숙모는 곧 시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렇듯이 오매불망 시만 생각하는 막대한 생산량을 보여주면서 밤낮없이 시를 써서 결국 작년에는 시집을 펴내기까지 했다. (중간생략)

외숙모는 스스로 시를 발견한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이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는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 <소설가의 일> (김연수ㅣ문학동네)  


그의 대책 없는 사랑이 그의 삶을 바꾸었다. 자신의 삶을 바꾸는 힘이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겠다는 결심, 그래서 노력하겠다는 결심만이 일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살면서 정말 사랑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결국 삶이란 누구에게나 유한한 시간을 사랑하는 일에 얼마만큼 쓰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원하던 원치 않던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내게는 올해가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다. 어느덧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든 나이, 이직 준비도 착실히 하고 싶고 살도 빼야겠고 그러기 위해선 운동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저금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2021년엔 글쓰기와의 사랑에서 도망치지 않을 거다. 이 모든 일을 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난 너무 주춤거렸고, 가만가만히 지냈다. 올해는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욕심껏 달리고 싶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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