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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쩌리짱 Mar 03. 2024

최애의 연극이 끝났다

회전문 돌던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최애의 연극이 끝이 났다.


나는, 어떤 헤어짐에도 취약하다. 그게 무엇이든, 대상이 누구이든.  


혹자는 말할 것이다. 한 연극을 총 23번 관극(최애 출연으로는 21번 관람) 했으면 충분히 볼 만큼 보지 않았냐고. 아니, 아니, 아니요! 덕후가 최애를 보는 것에 충분이란 없어요. 보고 또 봐도, 아니 보고 있는 데도 보고 싶은걸요.


최애 연극 덕분에 가슴 뛰었던 석 달이었다. 대학로에 갈 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살아 있는 것 같고, 하루하루가 페스티벌 같았던 날들이 이제 막을 내린 것이다. 최애가 요번에 연기했던 캐릭터를 더는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맘이 허해서 온갖 종류의 초콜릿만 먹어대고 있다. 초콜릿은 나의 소울푸드거든, 최근에 반한 건 얼바니 하이트 트러플 초콜릿. 최애야, 보고 싶어. ㅠㅠ


암튼 내가 돈 회전문인데도 좀 믿기지가 않긴 하다. 최애가 출연할 때는 100% 매진이었는데 그걸 내가 21번이나 관람했다니, 하나의 연극을 23번 봤다니. 연뮤덕들에게도 한 연극을 20번 관람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닐 거 같은데, 아닌가? 회전문, 회전문 말로만 들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그 회전문, 내가 돌고 있더라? 누구보다도 세차게 ㅋㅋㅋㅋㅋ


 회전문을 돌다 = 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또 보는 것, 즉 n 차 관람하는 것을 말한다.


@Kyle Head, 출처 Unsplash

                                    

내게 이 정도로 회전문을 돌 광기와 열정이 있었다니!(내가 봐도 광기 맞다^^;;) 돈과 시간을 쏟아야 함은 물론 피켓팅과 취켓팅을 뚫고, 지인, 트위터 등을 통한 티켓 양도받기까지 실로 다양한 공을 들여야 가능한 일인데,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네!(진심 뿌듯)


머리털 나고 이런 집착은 처음이다. 나도 내가 진심으로 놀랍다. 예전에는 같은 공연을 2번 보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나다. 그럴 돈이면 다른 공연을 봐야지, 왜 본 공연을 또 보나?라는 지극히 쌩머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애를 알고부터 공연을 보는 관점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회전문을 돌면 돌수록 느끼는 감회가 다르더라구. 캐스트 조합마다 배우들 케미가 달라서 보는 재미가 다르고, 같은 신이라도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 매번 달라지는 애드리브를 보고 들으며 느끼는 희열이 있거든요. 같은 사람이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른 것처럼. 그 같고 다름을 따져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난 경기도에 살던 중학생 때부터 서울로 혼자 영화 보러 극장에 다녔던 영화광 출신으로 영화만큼 재미있는 건 없는 줄로 알고 살았는데. 이제야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다른 연극, 뮤지컬도 이것저것 예매해 뒀다.


기왕이면 최애가 덜 유명하던 연극배우 시절부터 대학로를 다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게 덕후들 특징이라던데 ㅋㅋㅋㅋㅋ 늘 후회함, 데뷔 초부터 좋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하지만 내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알아볼 참 안목이 있을지는 미지수 ㅋㅋㅋ


어디 그뿐인가? 최애 덕분에 CGV VIP, 인터파크 티켓 VVIP 등급이 되었다 ㅋㅋㅋㅋㅋ 아니 최애 본다고 얼마나 많은 티켓을 산 거지? 물론 다른 영화나 공연도 좀 보는 편이긴 하지만. CGV는 VIP가 되면 주는 할인, 공짜 티켓이 많은데, 인터파크 티켓은 vvip가 돼도 혜택이 거의 없어서 섭섭하더라구-_-


문제는 석 달간 23번이나 볼 정도의 애착의 대상이 사라졌다는 거. 대체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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