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멀리 떠나보내며(하)
그가 없는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신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사람의 존재
꼭 필요한 시간이 주어진 것뿐이다
덕규야. 건강한 오빠라면 샴쌍둥이, 더 없는 소울메이트가 맞는데. 오빠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고 이 이리 와 승냥이 떼가 가득한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자기 가족을 지켜야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라서 취직의 압박을 받는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건강할 수가 없다.
오빠가 땅 속 깊이 꺼져가는 걸 보면서 너도 많이 힘들었지? 내가 아는 너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고 밖으로 나와야 되는 사람인데, 오빠랑 같이 가라앉아있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나 싶다. 난 오빠의 외국행이 뜬금없고 충동적인 기행으로 보이지 않는다. 둘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를 원하는 곳이 있다고 그렇게 웃었다고 하니 콧잔등이 시큰한다 야. 넓은 곳에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뭘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깨닫고 오셨으면 좋겠다. 너는 혼자 두면 더욱더 알아서 잘할 거니까 걱정 안 한다. 치열하게 고민한 삶은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고 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