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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쓰는 100번째 글

- 독자분들께 띄우는 첫 번째 편지 -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덕규언니입니다 :)

늘 혼잣말하듯 독백에 가까운 글을 쓰다가

대상이 있는 글을 쓰려니 정말 색다른 기분이네요.


글을 쓰며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이곳에 첫 글을 쓴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요.

(제 심박이 스스로 느껴질 만큼 뛰고 있답니다)


5년 전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쓴 뒤로

별다른 계획 없이 생각날 때마다 글을 써왔어요.

그렇게 써온 글들이 쌓여 벌써 100개가 되었네요.


특별한 숫자인 만큼 100번째로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문득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 분들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첫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편지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저라는 사람과 제가 쓰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려야겠다 싶더라고요. 수요 없는 공급(?) 일지도 모르겠지만ㅎㅎㅎㅎ 두근대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의 이름은 유미, 가끔 덕규라 불립니다.
저의 본명은 유미입니다. 여권상의 철자는 다르지만 외국 친구들에게는 "YOU&ME"라고 소개해요. 그들이 저의 이름을 쉽게 부르고 또 기억해 줬으면 싶어서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명을 무엇으로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거창하고 멋진 이름보다는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늘 미운오리새끼라고 생각해 왔어요. 별난 성격에 사고뭉치여서 어른들한테 구박받고 혼날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동화책에서 보았던 미운오리새끼처럼 느껴졌거든요. 서러운 마음이 들 때마다 ‘언젠가는 백조가 되서 날아오를 거니 두고보라’고 믿으며 견뎌내 온 제가 저에게 지어준 별명이었지요. 

그래서 어릴 땐 줄곧 '꿈꾸는 오리'라는 별명을 사용했었어요. 그러나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지금은 남들에게 제 입으로 말하기에 너무 유치찬란하고 오글거려서 차마 그 별명을 못쓰겠더라구요?

그래서 꿈꾸는 오리(Dreaming Duck) + 유미(You & Me)를 합쳐서 '덕규'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다가오기 쉽게 친근한, 살짝은 촌스럽고 푸근하게 불리고 싶은 마음에서 지었는데 털털한 동네언니같은 제 성격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퍽 마음에 든답니다.


덕규의 뜻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물어볼 때마다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뜻이 '꿈꾸는 오리'라고 말하려니 정말 민망스러워서요 ㅠ그래서 한 번은 뜻을 찾아내 보려고 사전을 뒤적거렸는데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덕 :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다움
유 : 마음의 태도가 너그럽고 느긋하고 수용적임 

정말 신기하게도 덕규라는 이름의 뜻은 제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삶의 모습과 닮아있었어요. 저는 내면이 안정적이고 부드럽지만,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저는 뭐든 하나에 꽂히면 미친 듯이 파고드는 '덕질의 대가' 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덕규의 덕을 '파고들 Dug(영어로 파고들다는 뜻)'이라고도 해석하고 싶어요. 덕질의 대상인 You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제게 언젠가는 음악이었고 또 한 번은 사랑이었으며, 이전에는 여행이었고 지금은 글쓰기가 되었답니다.

최근에는 말 그대로 Dug you 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덕질하며 알아가는 중이에요. 제가 앞선 활동들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알아 갔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파고들며 스스로를 알아갔으면 해요.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도 덕규온니(Dug you only)하라고, 오직 당신의 내면만 깊이 파고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물으신다면
앞선 저의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5년 전에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를 떠났다가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이후로 몸과 마음이 많이 망가져서 반년 가까이를 집안에서만 보내었어요. PTSD로 계속되는 우울감과 자살충동을 버텨내며 재활을 받던 그때, 뭐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아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당시의 제 브런치는 아무도 보지 않는 저만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다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제 주변 사람을 비롯해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저에게 독자들이 보내주는 피드백은 세상 연결된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과 인정에 목말라 있던 저는 그분들 덕분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사고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쉬운 날은 없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을 걷는 기분으로 계속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글에서 살아갈 이유와 동력을 얻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버겁거나 불안하거나 막막할 때마다 글을 적어가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답니다.


'진짜 저'가 쓰고 싶은 글은요
지금까지 적어왔던 글들은 하나같이 다소 어둡고 아픈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살아오면서 유년기에 겪었던 상처들, 직장 생활하면서 했던 고민들, 병들고 아파서 힘들었던 시간들, 결혼과 사고, 이별과 자립에 관한 이야기까지. '고통을 받아야만 글이 나오는 것인가' 싶을 만큼 아프고 슬픈 시간들에 대한 호소와 한탄이 깊었어요.

그러나 (쉽게 믿기지 않으시겠지만ㅋㅋㅋㅋ) 글 밖에 있는 현실의 저는 실제로 굉장히 활발하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가 아는 이야기를 재치 있게 전달하고, 매일같이 펼쳐지는 시트콤 같은 제 인생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에요. (오죽하면 저희 남편은 제가 이뻐서가 아니라 웃겨서 결혼했다고 할 정도랍니다.)

사실 제가 쓰고 싶은 글도 그런 글이에요.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이 터지고 '와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지?' 싶을 만큼 시크하고 매력적인 글을 쓰고 싶어요. (예를 들어 시팔이 하상욱의 시나 김멋지 위선임 듀오의 글처럼요 ㅎㅎ) 힘들었던 시간들로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안을 주는 글도 좋지만,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웃음을 이끌어내고 재미를 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글쓰기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9개의 브런치매거진을 만들어서 다양한 주제에 관한 글을 써왔어요.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신혼여행을 담은 브런치북 '조금 특별한 신혼여행기'와 '신혼, 여행 생존기'이고, 가장 많은 글을 발행한 것은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을 담은 '삶의 모든 조각들'이에요.

그러나 제 애정도와는 별개로 가장 많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그만두고, 다시 갈팡질팡 고민하는 과정을 담은 '방랑전문 상담사의 여행처방전'입니다. 다들 직장생활이 얼마나 힘드신 건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퇴사욕구에 시달리시는지ㅠㅠ 글을 올릴 때마다 아주 조회수가 팡팡 터져나간답니다.

그래서 올해는 '제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 2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여행처방전' 매거진에 재미와 의미를 담은 글들을 써나갈 계획이에요. '인생 =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퇴사 후 무모하게 떠났던 지난 여행과, 그곳에서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글보다는 조금 가볍게 읽히는 글을 써보고 싶어요.

아, 올해의 또 다른 목표는 지금껏 써온 신혼여행기 2편을 독립출판을 통해 종이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지금껏 적었던 글을 바탕으로 조금씩 원고를 작성하고 있어요. 그 책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손에 잡히는 실물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응원해 주시면 더욱 힘이 날 것 같습니다 :)




이번에는 조금 짧게 써보리라 다짐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대서사가 되었네요.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수다쟁이처럼 와다다다 쏟아내 버렸습니다.


100번째 글이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그 시간들은 저 혼자 일궈낸 시간이 아니기에

더욱 값지고, 묵직하고, 감격스럽게 다가오네요.


혼자서 끄적여댄 저의 부족한 글을

매번 찾아와 읽으며 응원해 주는 분들과

가끔씩 온 마음을 담은 댓글을 남겨주는 분들,

함께 울고 웃고 고민해 주는 글 친구들 덕에

계속해서 글 쓰며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이 글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저의 글을 읽어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익명의 독자님들께

마음을 다해 진심어린 감사 전합니다.


응원과 지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글 지어 나갈게요.

언젠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온기 전할 날을 기대하면서요 :)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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