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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고양이 자랑을 시작하지(자랑을 빙자한 경고문)

가볍게 쓰고 싶어 적는 글 2

#집사 #캔따개 #털뿜 #환절기 #알레르기 #비염 #늬집엔고양이없찌 #좋겠다 #사지말고입양하세요 #입양하지말고구조하세요 #기왕이면 #사지도줍지도입양하지도마세요 #혼자살어요그냥 #그게맘편함 


글을 쓰기에 앞서 미리 알린다. 이것은 고양이 자랑을 빙자한 뒷담화 혹은 고양이의 위험성을 폭로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혹여 고양이를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면 성급히 고양이를 들이기 전에 필히 읽어보기 바란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를 식구로 맞아들이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몸과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 집에는 고양이 2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이름은 랑이와 당이 인데 합쳐서 '랑당이'라고 불린다. 첫째는 호랑이, 노랑이, 사랑이 중에 고민하다가 랑랑이가 되었고, 둘째는 꼬리가 쪽 뻗은 것이 몹시 당당해 보여서 당당이라 지어주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름 따라 크는 것인지 첫째는 몹시 랑창낭창한 성격을 갖고 있고 둘째는 투머치 하게 당당한 자태로 자랐다. 둘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그래서 첫째와 꼭 닮은 둘째가 눈에 밟혀 엉겁결에 입양하게 되었지만) 둘은 각각 다른 지역에서 구조된 생판 모르는 남이다.

노랑색이 많은 것이 첫째 랑이이고, 흰색이 많은 것이 둘째 당이이다.


이 녀석들을 우연히 데려온 것이 2017년이었으니 두 놈과 동거한지도 벌써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삼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평생을 통틀어 그 어떤 알레르기도 없었는데, 집사 3년 차 즈음에 인생 첫 알레르기가 생겼다. 한 달여 가까이를 원인 모를 재채기와 콧물, 그로 인한 두통에 시달리다 병원에 갔는데 알레르기 검사를 해본 의사가 고양이 털 알레르기인 것 같다고 했다.


의사는 알레르기로 인한 비염의 경우 치료법이 알레르기 원 제거(?)뿐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치료법 대신 한 뭉태기의 약을 처방받아 돌아왔다. 그 뒤로 나는 매해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마다 한 달치 알레르기 비염약을 받아먹고 있다. 덕분에 나는 한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내 콧구멍으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게 됐다.  


위험성 1 - 털찜과 털뿜 사이

추운 겨울이 되면 두 녀석의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통실통실하게 속 털을 만들어 낸다(전문용어로 '털찜' 라고 한다). 나날이 오동통해져 가는 그들의 몸을 바라보며 감당할 수 없는 귀여움에 흐뭇해하다 보면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그리고 따뜻한 봄이 되면 나는 미친 듯이 빠지는 털 무더기에 파묻혀 장렬히 전사할 것이다.


작년 겨울에도 랑당이의 속털이 포실포실하게 쪄 올랐었는데, 날이 따뜻해지면서 쪘던 털을 다 뿜어내는 바람에 정말 죽다 살았다(전문용어로 '털 뿜'이라고 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알 것이고, 고양이를 키워 본 적 없는 이들은 '털을 뿜는다'는 것이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하겠지만 말 그대로 고양이들은 털을 푱푱 뿜어낸다. (레알, 진짜, 정말이다)


덕분에 거진 2달을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했다. 하루 종일 코가 막혀 삑삑거리는 것은 물론, 어찌나 코가 붓는지 숨을 못 쉬어서 자다가 경기를 하며 깨어 날 지경이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것만 환절기인 줄 알았더니 모든 계절에서 다음 계절로 넘어갈 때마다 환절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그 환절기마다 내 코도 장하고 기할 시를 보낸다. 고양이는 이렇게 위험한 동물이다.


둘이 이렇게 쥐어뜯고 싸운 날이면 털 뭉치 덩어리가 거실 바닥에 한 움큼씩 굴러다닌다


위험성 2 - 꺼지지 않는 냥 알람

요즘 매일 새벽 5시 반 즈음에 눈을 뜬다. 그것은 내가 부지런해서도 아니고, 새벽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도 아니며, 내 자발적인 의지로 인한 것 더더욱이 아니다. 분명 내 핸드폰 알람은 6시 반에 맞춰져 있는데, 그 알람이 울리기 1시간 전에 다른 알람이 울린다. 그것은 아주 정확하고 아주 우렁찬(그리고 절대로 끌 수 없는) 고양이 알람이다.


이 알람의 경우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지가 울리고 싶은 날 & 울리고 싶은 시간대에 울리곤 하는데, 주로 내가 원치 않는 날 & 원치 않는 시간대에 울리곤 한다. 이 몹쓸 알람에는 자동으로 켜지는 기능만 탑재되어 있으므로 자동으로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 내가 직접 끌 수는 없다. 자칫 잘못하면 귀에서 피가 흘러나올 수 있기 때문에 몹시 위험하다.


나의 경우 이 망할 알람이 거의 2달째 매일 새벽마다 울리고 있는데 스위치 버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아주 고통받고 있다. 배가 고픈 건지, 심심한 건지, 어떤 연유에서 심통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아.. 전부일 수도 있겠다) 웬만한 방법들을 시도해보아도 꺼지지 않는다. 대체 이유가 뭔지 마음을 알고 싶어서 고양이 번역기 #미야오톡을 깔아 통역을 시도해보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찾아내지 못했다.

나를 사랑해주세요, 내 사랑을 찾고 있어요, 내 먹이를 스토킹하고 있다 등으로 번역되는 걸로 보아 여러 욕구가 불만인 것 같다.

이유가 뭐가 되었건 이 몹쓸 알람은 '이야옹~' 혹은 '우에에에옹~' 또는 '이야아아앙화아아아아옹~' 등등과 같이 차마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목청껏 5~10초의 간격으로 계속해서 뱉어낸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매일 새벽에 원치 않게 눈을 뜬 나 또한 곁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심경을 담아 함께 울부짖는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내가 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그들은 다시 곤히 잠자리에 든다는 것이다.


제발 잠 좀 자자고 빌어도 보고, 계속 이러면 방생하겠다고 협박도 해보고, 나는 출근을 해야 한다고 차분히 타일러도 봤지만 영 소용이 없다. '그래.. 내가 출근하고 난 뒤로 늦은 저녁까지 실컷 자고 일어났는데, 몇 시간 뒤에 다시 자자고 불을 끄는 게 너로서는 싫겠지..'라고 이해를 하다가도, '나는 네가 잘 때 안 깨우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욱한 심정이 올라온다. 언젠가 이것들이 잘 때 롸큰롤을 틀고 춤을 추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뭐 여튼 몹쓸 고양이 알람 덕분에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똥을 치우고, 밥을 주고, 집을 치우고, 아침을 준비하면서 뜻밖에 새벽형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출근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종종 의식이 몽롱해지고, 가끔씩 침을 흘리며 졸기까지 하기 때문에 이 '이른 기상의 일등 공신'에게 고마워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양이는 이렇게 위험한 동물이다.

나를 깨워놓고 즈그들은 다시 이렇게 곤히 잠이 든다... 망할...
위험성 3 - 자발적 노예화

물론 최근에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고통들과는 별개로 우리 집 두 냥이들이 내게 주는 기쁨과 행복, 만족감은 몹시 다채롭고 풍성하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세상모르게 잠든 모습이나, 자다 일어나 눈을 다 못 뜬 채로 내게 비비적 대는 모습을 볼 때면 계속 열심히 일을 해서 사료값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이 절로 서기 때문이다.


앞발 사이에 고개를 폭 파묻고 잠든 모습이나, 소파에서 기괴하게 목을 꺾고 누워있는 모습 혹은 다리를 한껏 뻗어 똥꼬 근처 털을 고르는 질펀한 왕궁둥이를 볼 때면 그간의 고생과 분노가 사그라들면서 피식 웃음이 난다. 아니,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저 대책 없이 귀여운 생명체에 대한 애정과 사랑스러운 마음이 퐁퐁 샘 솟아오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고양이는 축복받은 동물이라 뭔 짓을 해도 귀여우니 용서가 되는 것 같아 억울할 때가 많다. 왜 고양이는 사고를 쳐도, 악랄한 짓을 해도, 못생기거나 심지어 살이 쪄도 귀여운 건지 모르겠다. 피둥피둥 살이 쪄서 몰캉몰캉 출렁이는 뱃살을 만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너는 살쪄도 귀여워서 좋겠다...'라고 진심 어린 푸념이 섞여 나온다. 고양이를 부러워하는 나 자신이 속상하다.  


못 이기는 척 넘어가고, 또 그럴 수 있지 하고 속아 넘어간 것이 벌써 5년째 나를 고생고생 냥고생으로 이끌었다. 이 생활은 아마 이 두 악당이 고양이 별로 떠나기 전까지 약 10여 년 간 더 지속될 예정이므로 앞으로 10년 간 나는 자발적인 집사 혹은 노예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두 녀석을 구조할 당시 남자 친구는(지금의 남편) '지금 데려오는 아이는 네가 마흔이 넘어설 때까지 함께 살며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진지하게 권했었다. 나는 다소 비장한 마음으로 알겠노라 대답하고 데려왔었는데, 그 당시 '너의 책임'이었던 고양이가 추후에 '우리의 책임'이 될지 몰랐던 남편은 가끔 '그때 쌍기를 들고 말렸어야 했다'며 가슴을 치고 후회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고양이는 이렇게나 위험한 동물이기 때문에 함께 살기로 마음먹기까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기왕이면 사지 말고 입양하기를, 만일 구조가 절실하다면 생명을 구해주기를 권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기왕지사 혼자 살기를 권한다. 한번 빠지면 약도 답도 없는 게 고양이니까.

이 세 장의 사진에도 고양이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난다(참고로 저것은 어항과 찬장, 캐리어다)

https://youtu.be/_bA7kqWgh74

얼마 전 고양이 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무수하게 치명적인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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