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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영잉 Jul 06. 2023

하고자 하면 못 할 것이 없는,

프라하 한인 민박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프라하 야매 GYM

먹기는 많이 먹는데 움직이질 못하니 몸이 무거워지고, 도통 걷질 않으니 몸이 쉽게 뻐근해졌다.

"근력 운동을 좀 해야겠다!"


식구들과 함께 민박집 여기저기를 뒤졌다.

그저 '운동 기구'스러운 무언가만 있으면 되지 않겠나!

역시 하고자 하면 못 할 것이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소화기와 페트콜라를 들쳐 매고 상체 운동을 시작했다.

오버헤드 익스텐션이라 하겠다. 삼두 중 장두의 최대 스트레치를 일으키는 운동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운동은 삼인 브릿지다.

누구 한 명이 먼저 다리를 세우고 그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는 것을 반복하는, 코어 힘과 밸러스, 협동심, 끈기를 요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이 사진은 거실에서 함께하던 손님이 '이런 스태프들은 처음 본다'며 끊임없이 폭소하며 찍어주신 사진이다.

손님들에게 웃음을 제공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다.

삼인 브릿지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운동은 끝이 났다.   


프라하 야매 요가원

우리는 밤마다 요가를 향유했다.

향유란 말은 과분하지만 '그냥 해봤다'라고 하기엔 요가에 몹시 진심이었다.


시작은 현우 오빠였다.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하얀 이불로 매워졌다.

한밤 중 민박집 거실에서 요가 클래스가 열린 것이다.


홍비와 나, 몇몇 손님까지 각자 이불을 가져와 바닥에 자리를 잡고 난 후,

어두운 조명과 함께 엄숙한 분위기에서 요가 클래스가 진행됐다.


점점 관절의 가동범위가 넓어지고, 결국 누운 채로 다리를 머리 뒤로 넘겨 무릎을 귀 옆 바닥에 내려놓는 자세까지 갔다.


그러나, 진지한 분위기에 대비되는 버둥대는 몸짓들에, 서로가 서로를 보며 풉풉 웃음 참기에 바빴다.

누구 한 명이 못 견디고 웃음이 터져버리자, 저기 저 강사님 빼고 모두가 폭소와 함께 흘러내려왔다.


어쨌든 요가의 효과는 좋았다.

요가 동작 때문이든 폭소 때문이든 배가 땅겨왔다.  


다시 분위기를 바로 하고, 진지하게... 마저 요가를 마쳤다....

"나마스때..... 다음 시간에 만나요."


현우오빠보다 더욱 요가에 일가견이 있는 신재오빠가 오신 뒤로는, 거의 매일 우리끼리 또는 손님들과 함께 요가로 일과를 마무리했다.


매일 밤 열리는 신재오빠의 요가교실로 유연해진 몸을 시험하기 위해 한밤중에 홍비와 시도한 백브릿지

웃느라 잠이 다 깼다.


프라하 야매 공기놀이

놀 것이 풍부하지 않은 민박집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놀 것을 찾는다.

사실 놀 것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유난히 그 없는 것이 꼭 하고 싶어 진다.


예를 들면 공기놀이이다.


박스를 조그맣게 잘라 정육면체를 만들고, 테이프로 겉을 돌돌 감싸서 홈메이드 공기를 완성했다.


예측할 수 없는 공기 다섯 알의 무게와 공기저항, 그리고 경쟁자들의 방해로 도무지 실력 발휘를 할 수가 없는 공기놀이였다.


치열했다. 나름 초등학교 때 공기로 이름 좀 날리던 사람인데, 여기서는 옛 영광을 꺼내보지도 못했다.



실반지 일일 클래스

이집트 좌판에서 실반지 완판을 기록했던 현우오빠에게 실반지 만드는 방법을 강습받았다.


1. 검은색 실을 길게(팔뚝 길이 정도) 세 가닥으로 잘라,

2. 맨 위에 매듭을 묶어 테이프로 테이블에 고정한 뒤,

3. 두 가닥을 기둥 삼아 나머지 한 가닥으로 이들을 감싸며 매듭을 지어나가면 된다.


손가락 둘레에 맞는 길이까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거기까지.


4. 반지모양으로 구부려 매듭을 두 번 지은 후 아주아주 세게 당기고는,

5. 매듭이 풀리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매듭 부분에 순간접착제를 똑 떨어뜨려준다.

6. 잉여 실들은 가위로 깔끔하게 잘라내면 된다.


내 왼손 검지에 있는 검은색 실반지는 여행 내내,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왼손 검지와 오른손 약지에 끼워져 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종종 식구들을 다시 만나는데,

아직도 내 손에 있는 검은 실반지가 끼워져 있는 걸 보면, 프라하에서의 추억을 다시금 선명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책상에 고정시키고 매듭을 지어서
꽈악 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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